더피알=박주범 기자 | ‘아늑한 소설(cozy fiction)’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일본과 한국 문학에서 발견되는 종류의 소설에서 치유를 얻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랫동안 동아시아에서 인기 있던 ‘힐링 소설’이 번역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캐나다 CBC 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힐링소설이 틱톡의 독서 커뮤니티 북톡에서 화제가 된 후, 인디고(Indigo)와 반스 앤노블(Barnes and Noble) 등 주요 서점은 웹사이트, 매장 및 온라인 독서 챌린지에 ‘일본식 아늑한 소설(Japanese Cozy Fiction)’ 섹션을 추가했다.
부커상(Booker Prize) 웹사이트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 도서 번역판들이 세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영국에서는 일본 소설이 가장 인기 있는 번역 문학 형태로 자리잡았다.
이 치유소설들은 도쿄나 서울과 같은 도시를 배경으로 친숙하고 향수 어린 분위기를 제공하며, 종종 우울하지만 낭만적이다. 카페, 서점, 도서관, 고양이 등 반복적 모티브가 있고, 마법적 사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커피숍을 통해 시간 여행을 하거나 중고품 가게에서 일하면서 구원을 찾는다. 사람과 고양이를 처방하는 ‘영혼의 진료소’와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책을 추천하는 도서관 사서도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상상적 배경과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마법을 통해 인간 관계, 사랑, 상실, 그리움, 후회, 희망에 관한 주제를 제안한다.
재팬 타임즈(Japan Times)는 일본에서 ‘이야시케(힐링)’ 장르는 이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 몇 년간 영어권 출판사들이 ‘힐링 소설’에 집중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해외에서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보도했다.(11월 2일 기사)

지난 10년간 번역된 일본 문학 상당수의 책 제목에 ‘고양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데, 일본 문학에서 고양이 열풍은 현재의 실존적 공포에 대한 위안과 위로에 대한 갈망을 나타낸다.
일본 힐링소설 속 고양이들은 직업, 가정 또는 연애 분야에서 겪는 주인공들의 투쟁에 비하면 부차적인 존재다. 등장인물들은 직장 괴롭힘과 학교 폭력, 냉정한 가족관계 등 일본 사회에서 익숙한 다양한 고통의 상황에 직면한다.
이 때, 고양이가 인간들간에 대화와 새로운 종류의 상호작용을 촉진해 등장인물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다. 등장인물 모두가 본질적으로 치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와의 동반은 각자가 현실과 화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삶의 한 측면을 밝혀주는 것이다.

코리아 타임즈(Korea Times)는 한국에서 힐링소설은 성공에 대한 압박감을 특히 많이 느낀다는 MZ 세대에서 인기가 급등했다고 분석한다.(10월 2일 기사)
한국의 힐링소설 트렌드에는 서점, 세탁소, 편의점 혹은 도자기 공방 등 일상적 공간을 중심으로 한 탈출적 서사가 있다.
한국의 힐링소설 다수는 눈에 띄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보통 표지가 따뜻하고 매력적인 색상과 전통 한옥이나 아늑해 보이는 독립형 건물이 있는 그림으로 되어 있고, 읽기 쉬운 스타일로 쓰여져 통근자에게 이상적이다.
한국식 힐링소설은 경쟁이 심한 도시 삶의 스트레스로 지친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가게를 열거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혹은 요리하는 법을 배우거나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다른 노력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와 개인적 성장을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학 평론가들은 이 책들에 대해 ‘삶을 긍정하고’, ‘울림이 있는’, ‘말해야 할 이야기’라고 평가한다. 일본과 한국의 힐링소설들은 이제 무언가를 느끼고자 하는 새롭고 열광적인 글로벌 청중을 찾았다.
“슬프지 않은데...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슬픔을 느껴요”
틱토커 시반 사르다르(Sivan Sardar)가 토시가츠 카와구치의 ‘커피가 식기 전에(Before Coffee Gets Cold)’에 대한 영상에서 눈물에 마스카라가 번진 채 말한 영상은 15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토론토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 조교수인 미셸 조(Michelle Cho)는 “팬데믹 동안 정점에 도달한 편안함의 미학이 여전히 독자와 청중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문학 작품 번역은 지난 5년간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고, 과거 10년 동안 동아시아 대중 문화의 가시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하는 조 교수는 힐링소설의 인기를 다양한 매체에서 은유와 문화적 공간의 레퍼토리를 만들어낸 미디어와 음식 문화에서 찾는다.
피에스 리터러리 에이전시(P.S. Literary Agency)의 수석 문학 에이전트인 칼리 워터스(Carly Watters)는 격동의 시대에 청중에게 어필하는 치유 장르에는 도피주의적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휴식은 벗어나거나 탈출하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독자는 희미한 조명의 커피숍으로 탈출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46개 언어로 600만 부 이상 판매된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는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i Funicula)라는 오래된 지하 카페를 배경으로 손님들에게 시간을 거슬러 여행할 수 있는 (탈출) 기회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