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오승호 편집인 | 정년 연장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기세다.
정치권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17일 정년 연장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이 제도는 시민 5만 명 이상이 청원 내용에 동의하면 국회가 의무적으로 관련 상임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심사하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19일 국민의 힘 나경원·우재준 의원 공동 주최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참석할 계획이어서 논의 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이미 익숙한 정년 연장 문제이지만, 공무원노조의 입법청원이 시작되자 그 파급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는 민간 기업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무원의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연금 지급 시기에 맟춰 65세로 연장해 소득 공백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국회가 2015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면서 약속한 소득 공백 해소 대책이 방치된 지 벌써 9년”이라면서 “당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고 더 늦게 받는 개악이었으나 공무원 노동자들은 소득 공백이 발생하기 전에 대책이 나오리라 믿었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애초 60살이었으나 2024년 퇴직자는 62살, 2027년 퇴직자는 63살이다. 2033년 이후 퇴직자는 65살부터 연금을 받을 예정이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 기업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중견기업 인사담당 임원 K씨는 “기업에게 정년 5년 연장은 엄청난 부담”이라며 “정년 연장 문제는 노동시장과 급여 체계 및 연금 문제와 맞물려 있어서 풀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년을 60세로 늘린 것만으로도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명예퇴직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고, 신입 사원 채용도 줄어든 상황에서 정년을 5년 더 연장하면 청년 세대들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채용 방식변화가 수시 채용이나 경력직 위주로 바뀌면서 청년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한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 감소폭(-5.7%)은 30대(+1.8%), 40대(-1.1%), 50대(-0.2%), 60대(+5.9%) 은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컸다.
대기업 임원 R씨는 “중공업이나 건설 등 특정 업종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일을 계속 할 수 있지만 전자나 IT 같은 업종에는 정년 연장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 K씨는 “임금 수준을 낮추지 않는 한 생산성이 떨어지는 저성과자(C-플레이어)들이 남아있고, 젊은 직원들이 회사 이동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56~57세쯤 되면 명퇴를 유도하는 것”이라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임금 수준을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임금은 2022년 기준 4만 8922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91.6%로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다. 10년 전에는 일본을 추월했고 이후 일본의 임금 정체로 격차는 커지고 있다.
대기업 임원 L씨는 “생산직은 정년이 되면 계약직으로 재고용해 쓰기도 하지만 사무직은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예도 많다”면서 “같은 조직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정년 연장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특히 MZ 세대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IT기업 등 젊은 기업이 많고, 기성 세대와 달리 MZ 세대가 주축인 노조도 많이 생기고 있어 정년 연장과 관련한 세대 간 온도 차이가 많기 때문에 공감대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문수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젊은이들이 가고 싶은 공무원이나 공기업,대기업이 정년을 연장하는 만큼 신규 채용은 적게 한다”면서 “청년이 안 오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정년을 연장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나 기업들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당분간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