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1%대 저성장 늪, 탈출 위한 긴급 처방법

[시선안에 있슈⑪] 위기 극복 위한 기업들의 생존 전략은

  • 기사입력 2025.02.28 09:00
  • 최종수정 2025.02.28 09:04
  • 기자명 오승호 기자

더피알=오승호 편집인|한국은행 총재의 최근 발언이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제시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려운데 우리가 잠재 성장률보다 크게 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게 우리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년 동안 구조조정도 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지 않은 채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에 이 같은 성장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총재의 ‘우리의 실력’ 발언이 일견 야속해 보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과거 고도성장에 익숙해져 있기에 1%대 성장을 우리의 실력이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7개국(G7) 중 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을 제외하곤 1%대 이하의 성장에 머물렀다. 캐나다 1.3%, 프랑스·영국 각각 1.1%, 이탈리아 0.5%, 일본 0.3% 등이다. 독일은 마이너스 0.2%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2년 연속 역성장을 했다. 한국의 2.0%의 성장률은 이들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23년 11월 2.3%, 2024년 5월 2.1%, 11월 1.9%, 올해 2월 1.5% 등으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11월보다 0.4%포인트 낮춘 1.6%로 조정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지난 19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낮추기도 했다. 최악의 성적은 내지 않기를 갈망한다.

글로벌 금융기관 모건스탠리의 캐슬린 오 연구원은 27일 한국은행이 앞으로 0.25%포인트씩 3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해해 2.00%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 정책의 강도가 더 세지게 되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한국은행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기에 코리아 원팀의 관세 대응이 절실하다.

금리 인하만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제 성장을 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2025~2029년 연 평균 잠재성장률은 1.8%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중, 미·유럽연합(EU) 간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불안 등으로 비상경제 상황이다.

기로에 선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은 총사령관으로, 경제부총리는 야전사령관으로 긴박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데 안타깝게도 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이 1인 4역을 하고 있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보여준 위기 극복의 저력은 사라져 가는 것일까.

기업이 신바람 나게 해서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제계의 애타는 호소를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위기감이 덜 한 것 같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61.1%가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청년 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반도체특별법 제정은 주52시간 예외 규정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로 제자리 걸음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다행히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교섭단체 간 견해 차이가 크고, 토론과 협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있었다”면서 이날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다. 여야 간 합의점을 찾아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상속세법 개정안은 국민의 힘의 최고세율 인하와 민주당의 공제 한도 확대 주장이 충돌하면서 논쟁만 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으로 특정 산업에만 혜택을 준다면서 반대하면 한시법으로라도 처리하는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3년이든 5년이든 일정한 기간에 한해 법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상속세법도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 대신 유산취득세로 바꿔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조립식 가구업체 이케아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고 1982년 네덜란드로 이전해 지금까지 스웨덴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스웨덴에 있던 제약회사 아스트라AB도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가 어려워 지면서 1999년 영국의 제네카와 합병해 영국에 본사를 둔 아스트라제네카를 세웠다. 스웨덴은 결국 2004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환경에서 우리나라만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했던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장관을 만났을 때 들은 얘기가 떠오른다. 그는 “위기 땐 신속하고 과하다 할 정도로 충분하게 하는 게 좋다”고 강조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상황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추가경정예산(추경)만 보더라도 여야는 추경의 시기와 규모를 놓고 입씨름만 하고 있다.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대기업 임원 L씨는 “소비가 살아나는 게 제일 관심인데 25만원은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내수경기 부진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기업 임원 K씨는 “삼각 파도가 몰아치고 불확실성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구심점이 없다. 인공지능(AI) 어젠다를 선도할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는 유동성 위기를 겪자 본사 건물까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경제에서 건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로 크다. 200만여명의 일자리를 책임질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시장 상황을 잘 들여다 보고 괜찮은 기업이면 과감하게 유동성을 지원해 주고, 문제가 많은 곳이면 고통스러워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경제 원로들은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성장 산업을 발굴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대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신속한 실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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