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오는 3월 4일 출범한다. 이로써 70년간 지속된 한국거래소(KRX)의 독점 체제가 깨지고 주식거래 복수시장이 형성되면서 시장 내 경쟁이 촉진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에게는 더 다양한 거래 옵션과 혜택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길에 주식거래를 하거나,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면서도 투자 전략을 논의하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거래 시간 확대, 낮은 수수료, 자동주문시스템 ‘투자자 신났네’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거래 시간이 12시간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기존 한국거래소의 주식거래 시간은 오전 9시~오후 3시 30분(6시간 30분)에 불과했으나 넥스트레이드는 오전 8시~오후 8시(12시간)까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 시간은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 △메인마켓(오전 9시~오후 3시 20분)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8시)으로 구성된다. 다만, 한국거래소 시장 개장 전 10분과 종가 단일가 매매 시간에는 거래가 일시 중단된다.
한국거래소에서 운영되는 시간외단일가 시장(오후 4시~6시)은 현행대로 유지되며, 넥스트레이드 거래 800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만 거래할 수 있다.
새로운 호가 방식도 도입된다. 기존 한국거래소에서는 시장가 호가와 4가지 지정가 호가(일반·최우선·최유리·조건부)만 제공했지만, 이번에 △중간가호가(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자동 조정) △스톱지정가호가(특정 가격 도달 시 지정가 호가로 전환) 두 가지가 추가된다. 두 호가 방식은 정규시장 시간에만 가능하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수수료는 한국거래소보다 20~40% 낮은 수준이다. 출범 후 4월 30일까지는 ‘거래 수수료 제로(0%)’ 정책을 시행해 투자자 유입을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투자자가 증권거래소에 내는 수수료는 한국거래소의 경우 모든 거래에 대한 거래 대금의 0.0023%를 부과한다.
넥스트레이드는 메이커(시장 가격이 아닌 지정가 주문) 거래의 대금 0.0013%를, 테이커(시장 가격으로 주문) 거래에 대해서는 대금의 0.0018%를 부과한다.
투자자들은 별도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설치하지 않아도 대체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거래소를 별도로 지정하지 않고 매매 주문을 할 경우 증권사의 자동주문시스템(SOR, Smart Order Routing System)이 주문 시 △가격 △비용 △체결 가능성 △거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에게 더 나은 조건으로 주문을 자동 배분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자가 원할 경우 직접 거래소를 지정해 주문을 넣을 수도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주식대금 청산·결제는 기존과 동일하게 한국거래소가 수행하며 시장 감시 업무도 한국거래소가 맡아 투자자 보호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공매도는 프리마켓·애프터마켓에서 금지되며 기업의 주요 공시가 애프터마켓 시간대에 나올 경우 해당 종목의 거래가 일시 중단될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를 통한 거래를 원한다면 본인이 이용하는 증권사가 대체거래소에 참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15개 증권사가 전체 시장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프리마켓·애프터마켓부터 우선 참여하는 곳은 13개사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가능 종목 수는 출범 1~2주차는 10개, 3주차 110개, 4주차 350개, 5주차부터는 800개로 점차 확대될 계획이다.
투자자 청약 또는 주문을 최선의 조건으로 집행하도록 하는 '최선집행의무' 적용에 따른 실익도 기대된다.
최선집행의무는 기존 단일 시장 체제에서 사실상 의미가 없었으나, 복수 시장 체제가 되면서 증권사들은 투자자 주문을 처리할 때 가격·비용·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양 시장 중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집행해야 한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가 자리를 잡고, 새로운 시스템을 취급하게 되면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 기대한”고 언급했다.
이어 “경쟁 시스템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주인공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대체거래소 대체 뭐길래…“국내 자본시장 업그레이드 기대”
넥스트레이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ATS다. ATS는 정규거래소 외에 매매체결 기능을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증권 거래시스템을 말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ATS 도입으로 정규거래소와 경쟁 체제가 정착되어있다.
미국의 경우 30여개 ATS가 전체 주식거래 시장의 약 11%를 점유하고 있으며, 일본은 3개 ATS의 점유율이 12%에 달한다. 호주는 ATS가 1개지만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식거래 활동계좌가 2017년 2488만개에서 2023년 6925만개로 급증하고, 2010년 이후 증시 시가총액의 연평균 성장률이 6%를 기록하는 등 증시가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반면 증시는 단일 시장 체제로 추가 성장의 한계가 지적됐다. 1956년 이래 70년 가까이 유지된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에서 투자자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IT 거래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 요인이 낮은 데다 새로운 상품 수요 수용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주식거래 시장의 경쟁 촉진을 통한 자본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투자자 편의 확대를 위해 2013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서 ATS 도입 근거가 마련됐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 거래 급증은 넥스트레이드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인프라 개선을 위한 열린 토론'에서 "공매도 전산화, 대체거래소 출범 등 제도들이 우리 자본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글로벌 투자자자들에 대한 우리 시장의 매력도가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국내 주식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거래 시간 확대, 낮은 수수료, 새로운 호가 방식 등은 투자 전략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