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이달 초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제도권 감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등 경영정보 공개가 강화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빗썸의 인적분할 계획이 담긴 증권신고서에 대해 경영·재무 관련 사항 보완을 요구했다.
빗썸은 기존 거래소 사업과 신사업을 분리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함과 동시에, 거래 실적 기반의 리포트 발간과 이용자 대상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플랫폼 신뢰도와 고객 참여를 높이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제도권 편입…지배구조 투명성 요구 높아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빗썸 ▲LIG ▲대광 ▲사조 ▲유코카캐리어스 등 5곳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최근 대외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가상자산업·방산업·해운업이 빛을 보면서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지난해보다 4개 늘어나 총 92곳을 기록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5월 1일까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 집단을 대기업집단, GDP 0.5% 이상인 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발표한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될 경우 공시 및 신고 의무,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는다.
특히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빗썸은 올해 자산총액이 5조2100억원을 기록하며 신규 지정됐다.
이날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번 지정으로 대기업집단 시책의 적용 대상이 확정됐다"며 "이들 집단과 관련된 주식 소유 현황, 내부거래 현황 등의 정보에 대해서 고도화된 분석을 통한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시장 감시가 강화되고 기업집단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이 유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날인 2일 빗썸의 인적분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빗썸이 제출한 인적분할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앞서 빗썸은 거래소 운영 등 기존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오는 8월 출범할 신설법인을 통해 신사업 진출 및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단행해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전략으로 지난 2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빗썸이 보유한 투자 사업 관련 회사의 주식은 분할신설법인으로 이전하고 일부 투자 계열회사 주식은 세법상 적격 분할요건을 충족한 후 이전할 예정이었다.
빗썸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재무, 영업 등에 미치는 영향 및 효과 등 일부 내용에 대한 보완 기재 요구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기반 마케팅으로 플랫폼 신뢰 확보 나서
제도권 규제의 촘촘한 시선이 따르면서 빗썸은 성장성과 투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나섰다. 특히 가상자산을 활발하게 거래한 이용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대회를 개최하고, 높은 투자 성과를 거둔 고객들의 행동 패턴과 수익률, 빗썸 플랫폼 활용방식을 데이터로 정리해 공개하면서 사용자 경험 기반의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빗썸은 지난 7일 거래금액에 따라 상금이 커지는 '제1회 빗썸 거래왕'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7일 오전 11시부터 오는 20일 23시 59분까지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가상자산 거래금액 일부를 상금으로 적립해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투자 대회로, 거래금액이 많은 투자자가 거래왕이 되는 방식이다. 누적 거래금액이 커질수록 상금 규모도 커진다.
스택스(STX)·월드코인(WLD)·카이아(KAIA) 등 총 23종의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상금은 가상자산별 누적 거래금액에 따라 상위 20명, 총 460명에게 차등 지급한다.
또 대회 기간 메이커 주문(지정가 주문)으로 거래한 이용자 전원에게는 체결 금액의 0.05%를 기존 멤버십 포인트와 별도로 지급하고, 가상자산별로 회원당 최대 300만 포인트까지 지급하는 추가 보상도 마련했다.
강두식 빗썸 고객전략실장은 "빗썸 거래왕 이벤트는 활발히 가상자산을 거래한 이용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다양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빗썸은 이어 수익률 상위 고객 100명의 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빗썸 TOP(톱) 트레이더 리포트' 4월호를 8일 공개하며 빗썸의 여러 기능이 실질적인 수익 전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조명했다.
해당 리포트는 지난 4월 기준 빗썸의 원화마켓과 BTC(비트코인) 마켓 전 종목 데이터를 기반으로 빗썸 내 수익률 상위 100명의 성별·연령, 거래 패턴, 플랫폼 기능 활용도를 다각도로 살폈다.
연령대와 성별 비중을 보면 남성은 30대가 가장 많았으며 40대, 50대가 뒤를 이었다. 여성 이용자 역시 30대가 가장 많았고, 50대, 40대, 60대 이상 순이었다.
상위 100인 중 76%는 빗썸을 3년 이상 이용한 장기 고객이었고, 38%는 최근 1년 내 다른 거래소에서 자산을 이전해 온 사용자였다.
빗썸에 따르면 수익률 상위 100명은 하루 평균 11.2회, 1478만원을 거래했으며 가상자산의 개별 수익률이 평균 3.5%에 도달했을 때 매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체 주문의 91%가 지정가 주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이 빗썸 거래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 평균은 약 1억711만원이었으며, 수익률 1위 이용자는 약 한 달 새 656.8% 수익률을 냈다. 이들이 4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은 아르고(AERGO), 터보(TURBO), 딥북(DEEP) 순이었다.
특히 수익률 상위 이용자들은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시장 분석과 전망 관련 기능을 일반 고객보다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도 시장 분석 및 전망 관련 기능 사용률이 압도적이었는데, 일반 고객보다 시장동향 알림은 4배, 예측차트 서비스는 2배 더 많이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구간을 자동 감지해 알려주는 구간 상승 알림은 84%, 신고가·신저가 알림은 2.2배 더 자주 이용했다.
이외에도 관심자산 알림은 일반 고객보다 2.5배, 보유자산 알림은 2.7배 더 많이 사용됐다. 렌딩 서비스는 2.2배, 스테이킹은 84% 더 많이 활용됐다.
문선일 빗썸 서비스총괄은 "수익률 상위 고객들은 빗썸의 다양한 기능을 단순히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실질적인 수익 전략으로 연결하고 있었다"며 "시장의 흐름을 읽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어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리포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빗썸은 사업 구조 재편과 이용자 데이터 기반 콘텐츠 및 참여형 마케팅 강화 전략을 병행하며, 외부 신뢰 제고와 내부 성장 기반 마련이라는 두 과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투트랙 전략이 향후 시장의 신뢰를 어느 수준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나아가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어떠한 함의를 남길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