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최태원 “선한 의지만으로 사회문제 해결 못해”

WEF 슈왑총회서 성과 기반 사회적 가치 시장 시스템’ 제안
보상 구조 갖춘 새 메커니즘…기업 주도로 사회문제 해결

  • 기사입력 2025.06.19 15:49
  • 최종수정 2025.06.20 10:06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선한 의지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기업이 움직이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합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슈왑재단 총회 개회식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Tradeable Impact)’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사회성과를 화폐 단위로 정확히 측정하고, 세제혜택이나 크레딧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행동을 유도하는 시장 기반 시스템이다.

전통적 자선이나 규제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윤 창출과 사회혁신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새로운 구조로 주류 경제 시스템을 설계하자는 제안으로, SK가 10년간 실증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 모델이 그 근간을 이룬다.

19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총회에서 스피치하는 최태원 SK회장
19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총회에서 스피치하는 최태원 SK회장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총회 개회식에서 최 회장은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금전적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면 기업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 ‘가치의 재정의: 성과기반금융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로’는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화폐 단위로 측정하고, 이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 해당 성과에 대해 정부는 세액공제, 세액공제권 거래 등의 방식으로 보상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그 크레딧을 매입하거나 금융상품화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이런 방식이 글로벌 경제의 근본을 재구상하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갑작스러운 담론이 아닌, 지난 10년간 SK가 축적해온 실증 실험의 연장선이다.

최 회장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SPC(Social Progress Credits) 개념을 처음 제안했고, 이후 SK는 2015년부터 사회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간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약 500개, 측정된 사회적 성과는 약 5000억원, SK가 지급한 인센티브는 약 7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민간 기업이 주도한 세계 최초의 성과기반 보상 시스템으로, 최근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PR 관점에서 보면, 최 회장의 제안은 단순한 기업 이미지나 ESG 평가 대응이 아닌, 시장 구조 자체에 대한 리디자인 선언이다.

사회적 가치를 재무적 가치로 환원하고, 거래 가능 자산으로 전환하는 이 구조는 사회공헌의 제도화이자 ESG 이후 시대의 기업 가치 창출 방식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 사회적가치연구원 나석권 대표는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기업이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투자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실험이 이제 국제적으로 조명을 받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번 제안은 ESG, 임팩트 투자, 사회적 가치 평가 등 다양한 트렌드를 관통하며 PR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이제 사회적 가치는 보고서나 슬로건을 넘어 측정되고 보상되며 거래되는 경제적 실체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의 ‘착함’은 더 이상 이미지가 아니라, 시장에서 매입 가능한 재무적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사회적 가치 거래’라는 새로운 용어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문법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 것도 상징적이다. 슈왑재단은 2024년 기준 전 세계 10만 명 이상의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며, WEF가 1998년 설립한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혁신 네트워크다.

이번 서울 총회는 아시아 최초 개최 사례로, SK뿐 아니라 루트임팩트·현대차정몽구재단·아산나눔재단 등 국내 사회혁신 주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총회 첫날에는 Bayer, SAP, Google, Mastercard 등 글로벌 기업과 함께 한국 기업(SK, CJ 등)이 참여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열려, 사회문제 해결을 경영 전략으로 삼는 방법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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