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 | SK그룹이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이천포럼 2025’를 열었다. 올해 포럼은 AI·디지털전환(DT), 운영개선, 지속가능한 행복을 핵심 의제로 삼아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 해법을 찾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2017년 최태원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천포럼은 SK의 대표 변화추진 연례 플랫폼으로, 국내외 석학과 사내외 전문가가 참여해 글로벌 산업 트렌드와 혁신 기술, 미래 사업 방향을 토론해 왔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에서 진행된 첫날 일정에는 최태원 회장·최재원 수석부회장·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과 학계·산업계 전문가 약 250명이 참석했고 K-AI 얼라이언스 소속 스타트업 대표들도 다수 참여해 AI/DT 생태계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오프닝 연설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맡았다. 곽 사장은 개회사에서 “AI는 점진이 아닌 파괴적 혁신”이라면서 “HBM처럼 세상을 바꿀 기술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곽 사장은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HBM 개발,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총 200조원 달성 등 도약을 이뤄냈다”며 “이 모든 과정은 SK의 과감한 투자,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광등 하나까지 빼가며 전기를 아껴 경비를 줄이고 임직원들은 무급휴가를 쓰던 시절을 회고한 곽 사장은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장기 관점의 투자를 이어간 끝에 오늘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펙스는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지향한다는 그 자체의 뜻을 넘어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을 지속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수펙스 추구 정신이 오늘날의 SK를 만들고 앞으로의 SK를 만들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곽 사장은 이어 “아는 것이 다 길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아는 것을 깊이 몸속으로 받아들이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와 노력이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곽노정 사장은 “AI 시대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며 엄청난 크기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문 닫을 위기를 겪어내면서도 HBM을 만든 SK하이닉스는 결국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개회사를 마무리했다.

첫 세션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재편, 한국기업의 해법 모색’ 주제로, 빅터 차(Victor Cha) 美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징 첸(Jing Qian) 아시아소사이어티(Asia Society)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소장이 온라인으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맡고 윤치원 SK주식회사 사외이사, 김현욱 세종연구소장,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부서장도 패널로 나서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이어서 ‘한국 AI 산업 생태계 구축과 SK의 전략적 역할’이라는 주제의 세션에서는 딕비컨설팅 윌리엄 퐁 CSO와 스윗(Swit) 이주환 대표가 한국 기업의 AI 자립 방안을 제시했고, SK텔레콤 유경상 센터장과 뤼튼테크놀로지스 이세영 대표,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세 번째 세션인 ‘AI/DT를 활용한 산업 제조현장의 생산성 재도약’에서는 모하마드 알리 IBM 부회장이 산업 제조 현장의 생산성 재도약을 주제로 발표하고,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 AX가 제조 현장 AI 적용 사례를 공유한다.
첫날 마지막 세션은 ‘구성원(YMG) 주도의 AI 일하는 방식 혁신 성과와 과제’로, 주니어 경영그룹의 구성원들이 중심이 돼 발표한다. 주니어 경영그룹은 업무 경력은 짧지만 AI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젊은 전문가들로 각 회사별 AI 기반 업무 혁신을 이끌고 있다
둘째 날(19일)에는 각 멤버사별 워크숍으로 운영개선과 SKMS 실행력을 심층 점검한다. SK는 지난해 재무구조 안정화에 중점을 둔 ‘운영개선 1.0’을 추진했고, 올해는 마케팅을 포함한 전사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운영개선 2.0’으로 확장하고 있다.
워크숍에서는 자발적·의욕적 두뇌활용(VWBE)의 의미를 공유하고, 이해관계자 행복을 높이기 위한 제도와 문화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서린사옥에서 최태원 회장과 CEO들, 구성원들이 함께 포럼의 성과를 돌아보며 AI·DT, 운영개선, 행복 의제 전반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 회장의 클로징 스피치와 함께 사흘간의 일정이 마무리된다.
SK 관계자는 “올해 이천포럼은 AI 생태계 확장에 따른 변화 실천 모습을 점검하고, 각 사의 실행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논의를 바탕으로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AI 시대에 맞춰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며 SK하이닉스에 이어 미래 AI 시대의 또 다른 ‘전략적 결실’을 맺기 위해 분주하게 노력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D램 매출 기준으로 사상 첫 글로벌 1위에 올랐고, 2분기에는 메모리 전체 매출에서도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섰다는 분석이 잇따랐으며 시가총액은 지난 6월에 200조원을 넘어섰다
최태원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그룹 미래 도약의 원동력으로 ‘AI’를 꼽으며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AI를 활용해 본원적 사업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SK그룹은 지난 6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을 통해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하고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에는 SK하이닉스의 HBM 등 첨단 AI 반도체 기술이 적용되고,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지난 25년간 축적한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구축 총괄과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다.
총 6만 장의 GPU가 투입되는 이 데이터센터는 2027년 말 1단계 준공(41MW 규모), 2029년 2월 완공(103MW 규모)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1GW급까지 확장해 동북아 최대 AI 허브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이다. 대규모 투자로 향후 30년 간 7만8000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되고, 25조원 이상의 경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