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SK, 베트남 빈그룹서 조용한 퇴장…리밸런싱 전략

지분 전량 매각에도 전략적 파트너십 유지

  • 기사입력 2025.08.06 13:17
  • 최종수정 2025.08.06 13:56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SK그룹이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Vingroup)과의 6년 인연을 마무리했다. 2019년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4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는 SK는 올해 들어 보유 지분 6.05%를 전량 매각했다,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는 유지된다는 메시지가 덧붙여졌다.

이번 매각은 단순한 엑시트가 아닌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과 재무 구조 안정화를 목표로 한 리밸런싱 전략의 일환으로, 시장 흐름을 잘 파악하고 타이밍을 조절하는 노력 끝에 결과적으로 손실 없이 조 단위 현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이번 매각의 하이라이트는 8월 4일 장 마감 직전 진행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었다. 당시 현지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빈그룹 주식 9000만 주가 매매된 이 거래 금액은 약 9조8186억 VND(약 5194억 원), 주당 평균 10만9096 VND였다.

베트남 증시에서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 대량 매도였지만, SK그룹의 사전 조율 덕에 일반 투자자 충격은 최소화됐고, 빈그룹 주가는 오히려 이날 상한가(+6.92%)를 기록하며 VN-Index를 6.5포인트 끌어올렸다고 한다.

이번 매각은 올해 1월 시작된 단계적 지분 처분의 마무리였다.

SK는 1월부터 8월 초까지 보유 지분을 기관투자자 간 장내 분할매각으로 전량 처리했다. 전체 매각 대금은 최소 1조 원 이상, 주가 상승과 환율 효과까지 감안하면 최대 1조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 관계자는 이번 매각의 배경과 파트너십 유지 메시지에 대해 “손절이 아니라, 필요하면 파트너십을 언제든 복원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의미”라며 “다만 매각 시점이나 세부 금액 등은 공시 사항이 될 수 있어 지금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SK는 1월 50만8600주 매각 후 주요 주주 지위(6% 이상)을 잃으며 공시 의무가 사라졌다. 이후 매각 진행 내역은 대외 공개 없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이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재무적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달성한 사례로 꼽힌다.

원금 이상의 회수에 성공한 배경에는 빈그룹 주가 급등과 원화·달러·베트남 동(VND) 간 환율 효과가 있었다. 확보한 현금은 그룹 차원의 재무 안정화과 동시에 AI·반도체·에너지솔루션 등 미래 핵심 사업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SK가 지난해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5.05%를 약 2억 달러에 매각한 데 이은 글로벌 자산 포트폴리오 유동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빈그룹과 마산그룹은 SK의 투자 이후 주가가 많이 하락해 2023년부터 손절 가능성이 거론되어왔다.

2019년 5월 16일 베트남 하노이 빈그룹 본사에서 열린 SK와 빈그룹의 1조원 규모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 사진=SK 제공
2019년 5월 16일 베트남 하노이 빈그룹 본사에서 열린 SK와 빈그룹의 1조원 규모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 사진=SK 제공

한편 SK와 빈그룹은 양자는 이번 매각 이후에도 전략적 파트너십 유지를 공식화했다. 이와 관련해 빈그룹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사업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반면 SK 측에서는 이 발언이 특정 신사업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같은 메시지는 대규모 투자금 회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관계 단절·신뢰 저하 우려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향후 베트남 현지에서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파트너십 유지’ 메시지의 설득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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