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종근당이 최근 단기 성과보다 장기 비전을 앞세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업이익 감소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신약 중심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재무 지표를 넘어, 기업의 미래 전략을 사회와 투자자에게 설득하는 PR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시흥시에 조성하는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개발단지는 종근당이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서사를 덧입히며, 연구개발을 기업 비전과 사회적 책임의 접점으로 확장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도 ‘체질 전환’ 전면에
올해 상반기 종근당의 매출은 83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1억 원으로 45.9%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4.3%에 그쳤다.
이는 연구개발 지출 확대의 영향이 컸다. 종근당은 상반기에만 831억 원을 R&D에 투입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674억 원)보다 23.3% 늘어난 규모다. 단기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연구개발을 강화해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적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난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연구개발 부문에서 더욱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합성신약은 물론 ADC(항체약물접합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에서 종근당만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규 모달리티를 향한 도전
최근 종근당은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CKD-702와 CKD-703이다.
CKD-702는 암세포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과 c-MET(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항암제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 확장 단계에 들어섰으며, 난치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기존 치료에 내성이 생긴 환자군을 포함해 적용 범위를 넓히는 연구가 진행 중으로, 종근당은 CKD-702를 통해 고난도 항체 신약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CKD-703은 고형암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ADC 신약으로, 미국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특정 수용체(c-MET)에 항체가 달라붙고, 항암 물질을 정확히 전달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원리다. 세포 독성을 줄이고 종양 선택성을 극대화하는 설계를 적용해 차세대 ADC로 주목받고 있으며, 종근당이 글로벌 임상 무대에 도전하는 첫 사례로 꼽힌다.
종근당 관계자는 “신규 모달리티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ADC 항암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부가가치가 높고 성장 가능성이 큰 영역으로 신약 개발 범주를 확대하는 것이 업계의 핵심 과제이자 당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 치료제나 바이오의약품 역시 중요한 개발 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상에 없던 신약’과 언멧니즈 공략
종근당이 내세우는 핵심 지향점은 ‘세상에 없던 신약(First in Class)’이다. 기존 치료제가 없거나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영역에서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비전이다.
또 종근당의 파이프라인은 전문의약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타깃도 자연스럽게 투자자(IR)와 전문 의료계로 수렴한다.
종근당 관계자는 “종근당은 강력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치료제가 부재한 영역에서 연구개발을 확대해 사회적 기여와 사업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종근당뿐만 아니라 주요 제약사의 경우 포트폴리오에서 전문의약품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실질적인 매출과 전략적 집중 품목도 모두 전문의약품군에 맞춰져 있는 만큼, 연구개발 성과 역시 전문 의료계와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흥 R&D 단지, 지역과 함께하는 성장 서사
종근당은 최근 경기 시흥 배곧지구에 약 2조20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연구개발부터 임상,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해 차세대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투자는 1941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로, 경기도 단일 바이오기업 투자 가운데서도 역대 최대다.
단지 내 연구시설에서는 암·신경계 질환·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군을 대상으로 항체와 재조합 단백질은 물론 ADC, CGT,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까지 폭넓은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중항체, 표적단백질분해(TPD), 약물전달시스템(DDS) 같은 차세대 플랫폼 기술도 포함된다.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연계성도 강화된다. 인근에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이 착공돼 2029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서울대 시흥캠퍼스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산학연 및 병원 간 협력이 가능하다. 이는 ‘기업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종근당의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점에서 종근당의 최근 메시지는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미래, 기업이익보다 사회적 가치’로 요약된다. 신규 모달리티 확대, 지역과 함께하는 R&D 인프라 구축, 그리고 전문의약품 중심의 전략은 모두 같은 축 위에 놓여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올해 임상과제 중 상당수가 다음 단계로 진입할 계획”이라며 “2025년은 단순 투자 중심에서 R&D가 수익을 만들어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