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여파로 LCC ‘변곡점’ 기로

LCC, 비용 급증에 적자 확대... 업계 진퇴양란 예고
‘수익 줄고, 경쟁 늘어’...LCC 앞에 놓인 이중고

  • 기사입력 2025.09.04 14:19
  • 최종수정 2025.09.04 17:07
  • 기자명 최현준 기자

더피알=최현준 기자|저비용항공사(LCC)들이 비용 급증과 수요 둔화로 올 성수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여파로 국제선 황금노선 재배분까지 겹치면서, LCC 업계가 불황의 그늘과 동시에 세력 재편의 기로에 서게 됐다.

저비용항공사, 비용 증가로 손실 급증...불황 반복 우려

저비용항공사(LCC)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표적인 성수기 수익이 예년보다 큰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LCC업계가 불황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달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CC 3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합계는 527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3사 영업이익 합계 1090억 원과 비교하면 반토막난 수준이다.

특히 올해 3분기 실적은 LCC의 연간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다. 지난 2분기 LCC 3사는 합계 1632억 원의 적자를 낸 바 있어, 만회를 위해 성수기인 3분기 수익성 개선이 절실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LCC 업체들이 3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항공이 지난 2분기 영업이익으로 3990억 원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LCC 호황이 상대적으로 일찍 끝났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LCC 업계는 최근 2~3년간 깜짝 실적을 올려도 공급 과잉을 걱정할 상황이다.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공급 증가로 항공권 가격 인상이 힘든 것이 실적 부진의 핵심이다. 여기에 환율 상승도 부정적 요인으로 더해졌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43대(항공기술정보시스템 기준)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말과 비교하면, 10대가 늘었다. 유럽 노선 투입을 위한 항공기 외에도 단거리 노선 투입 항공기를 추가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연료비(709억 원), 임차료(321억 원),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226억 원) 등이 전년대비 큰 폭 늘었다. 항공유 비용, 항공기 및 부동산 임대비용, 임대 항공기·엔진·부동산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대폭 증가한 영향이다.

진에어도 리스를 통해 항공기를 31대 보유(전년비 2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은 72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 줄었으나, 고정비 등이 늘어 비용(원가·판관비)은 오히려 11% 증가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무안공항 참사 여파로 매출이 전년대비 29% 감소했지만, 비용은 15% 줄며 744억 원 누적 적자(상반기)를 냈다. 특히 사고 이후 운항 편수는 줄였지만, 비용은 그대로 유지돼 손실 폭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등 단거리 여행 수요는 '피크 아웃(하락 전환)'하는 모습이다. 항공권 가격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일본에서 예년 같은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며 비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단거리 여행 수요도 감소하며, LCC 사업 구조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1만 운항당 투자액’이 공시되며 운항 실적을 반영한 투자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사진=국토교통부
올해부터 ‘1만 운항당 투자액’이 공시되며 운항 실적을 반영한 투자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사진=국토교통부

대한항공·아시아나 황금노선 재배분...LCC 업계 ‘들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독과점 해소 조치로 이달 중 재배분되는 34개 노선을 두고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일본과 중국의 주요 노선을 비롯해, 동남아시아까지 포함된 이번 재배분은 LCC 업계 세력도를 바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이달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했던 운수권과 슬롯(공항 시간대별 운항 허가)을 재배분한다고 2일 밝혔다. 대상은 일본 나고야·오사카·삿포로, 중국 장자제·시안·베이징·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국제선 26개 노선과 국내선 8개 노선이다.

이번 재배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합병 승인 조건으로 제시한 독과점 해소 조치에 따랐다. 공정위는 통합된 5개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가 50% 이상 점유율을 가진 노선에서 일부 운수권을 반납한다.

이륙하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제주항공
이륙하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제주항공

업계 최대 관심사는 제주항공의 참여 여부다. 지난해 참사 이후 정부가 항공안전을 운수권 배분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제주항공이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대한항공으로부터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4개 노선을 넘겨받아 운영 중인 만큼, 알짜 노선 추가 확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타항공은 일본 노선 재배분에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등 기타 노선에 대한 신청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에어로케이는 청주를 거점으로 중국 장자제 노선 등을 중심으로 노선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노선의 배분도 중요하다. 이들 노선은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제한적이므로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는 재배분되는 슬롯은 선호도가 높은 시간대보다는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편 다음 달 중순 첫 취항을 목표로 하는 신생 LCC 파라타항공도 이번 재배분에 참여할지 이목이 쏠린다. 파라타항공은 현재 국토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을 위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시범 비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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