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대한항공, 1인치 논란에 멈춘 3천억 프로젝트

일등석 축소‧프리미엄석 도입…수익성과 브랜드 사이의 실험
이코노미, 지금보다 좁아져도 외항사들에 비하면 넓은 편

  • 기사입력 2025.09.11 10:09
  • 최종수정 2025.09.11 10:11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올해 3월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 바 있는 대한항공이 일등석 축소와 프리미엄 이코노미(프리미엄석) 도입을 골자로 한 좌석 개조를 추진하다가 제동이 걸렸다.

‘하늘 위 궁전’이라 불리던 일등석은 수익성 악화로 퇴장시키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프리미엄석은 브랜드 정체성을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실험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전체 계획에 포함돼 있던 이코노미 좌석 너비 1인치 축소가 ‘개악 논란’으로 번지면서 소비자 반발과 규제 리스크에 직면했고, 3000억 원을 들여 11대 전면 개조를 예고했던 프로젝트는 현재 1대만 완료된 채로 전면 보류 상태다.

3월 11일 열린 라이징 나이트 행사. 뉴시스
3월 11일 열린 라이징 나이트 행사. 뉴시스

일등석의 퇴장, 상징에서 부담으로

일등석은 오랫동안 대한항공의 자존심이자 브랜드 상징이었다. 최고급 기내식과 전담 서비스, ‘하늘 위 궁전’이라는 수식어는 대한항공의 위상을 대표했다.

하지만 요금이 천만 원을 훌쩍 넘나드는 일등석의 탑승률은 20~30%에 그쳤다. 출장비 절감과 비즈니스석 고급화 흐름까지 겹치면서, 결국 수익성 악화의 상징이 됐고, ‘마일리지 손님이나 내부 고객만을 위한 좌석’이라는 자조적 평가까지 뒤따랐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대한항공은 2019년 국제선 27개 노선에서 일등석을 없앴고, 이번 777-300ER 개조에서도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다만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체 노선에서의 일등석의 전면 폐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수요가 있는 장거리 주요 노선, 특히 미주 노선에서는 여전히 운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일등석이 운영되는 노선은 8개 정도로 알려져있다.

프리미엄석, 새로운 수익 모델

개조된 777-300ER기에서 일등석이 빠진 자리는 프레스티지(비즈니스)석이 전진 배치되고, 이코노미석과의 사이 공간에 프리미엄석이 신설됐다.

프리미엄석은 좌석 간격 39~41인치, 너비 19.5인치로 이코노미보다 1.5배 넓고, 일부 프레스티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공간만 확장한 좌석이 아니라 ‘준 비즈니스’로 포지셔닝한 상품이다.

프리미엄석 운임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코노미 정상 운임 대비 10% 비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판매가는 55~80% 높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 논란과 함께, 기존 일등석 대비 부담은 크게 낮춘 ‘현실적 대안’이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채울 수 있는 좌석을 늘려 수익성을 보완하려는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행은 순탄치 않다. 당초 11대 전면 개조 계획은 3천억 원 규모였지만, 현재 실제로 완료된 기체는 1대뿐이다. 오는 17일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투입되는 이 1호기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고, 나머지 10대는 논란 속에 보류됐다.

대한항공 프리미엄석(Premium Class) 좌석 예상 이미지
대한항공 프리미엄석(Premium Class) 좌석 예상 이미지

외항사 대비 여전히 넓은 이코노미

논란의 핵심은 이코노미석의 ‘1인치 축소’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한항공의 이코노미는 해외 대형 항공사들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넉넉한 공간을 보장한다.

에미레이트·카타르항공은 같은 777-300ER에 354~360석, 에어프랑스는 381석 이상을 배치한하고, 일부 항공사는 400석을 넘기기도 한다. 외국에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져온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303석(3-4-3)이나 291석(3-3-3)에 그쳐 좌석 밀도가 낮고 쾌적성을 유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차별점은 이번 개조가 단순히 좌석 수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와 직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리브랜딩 행보와 맞닿은 변화

올해 3월 있었던 CI·로고·유니폼 교체와 같은 리브랜딩이 외형적 정체성을 새롭게 다듬는 작업이었다면, 일등석 축소와 프리미엄석 도입은 기내 상품 차원의 전략 전환이다. 외부 이미지를 바꾼 데 이어 내부 경험까지 손보며 브랜드를 전반적으로 재정의하려는 흐름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개조를 통해 프레스티지–프리미엄–이코노미 3단 좌석 체계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좌석 조정이 아니라, ‘하늘 위 궁전’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상징적 조치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뚜렷하다. 프리미엄석 가격 논란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급 고객층을 붙잡을 새로운 브랜드 메시지를 어떻게 제시할지, 3000억 원이 투입된 좌석개편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대한항공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