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광고계에도 북극성이 있다면, 그 이름은 전지현일 것이다. 한 번도 광고계의 하늘에서 사라진 적 없고, 시대와 매체가 바뀌어도 늘 같은 자리에서 빛난다.
최근 드라마 ‘북극성’에서 그는 유엔대사 ‘문주’ 역으로 긴장감 넘치는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작품 속 문주가 흔들리지 않는 북극성처럼 중심을 지키듯, 전지현 역시 20년 넘게 광고계 최전선에서 흔들림 없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데뷔 이후 20년 넘게 광고 모델료 기록을 경신하며 CF퀸 타이틀을 스스로 갱신해 온 그는, 재발탁을 제외하더라도 100개가 넘는 브랜드 광고에 등장했다. 그의 광고는 단순한 상업영상이 아니라 하나의 유행과 문화가 되었고, 광고가 끝난 뒤에도 대중의 기억 속에 살아남았다.

브랜드와 함께 성장한 아이콘
광고계에서 전지현 신드롬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이다. 2001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신생 샴푸 브랜드는 전지현의 첫 광고 캠페인 방영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CF 속 자유분방한 머릿결을 휘날리는 장면은 ‘엘라스틴=전지현’이라는 공식을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시켰고, 브랜드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후 11년간 광고 모델 계약을 갱신하며 ‘헤어케어=전지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덕분에 엘라스틴은 샴푸 시장에서 장기간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단순한 모델 기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광고 한 편으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장기 계약으로 브랜드의 얼굴이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과정은 업계에서도 ‘교과서적인 성공 스토리’로 꼽힌다.
모델 교체 당시 여론이 들끓자 전지현 측이 “이미지 탈피를 위해 재계약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며 브랜드를 보호한 일화도 유명하다. 심지어 브랜드 측이 헌정 광고를 제작해 그간의 동행을 기념했을 정도로, 전지현과 엘라스틴은 광고 역사에서 특별한 파트너십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광고가 시장을 바꾸는 순간들
엘라스틴이 브랜드와 모델의 이상적인 ‘동행’을 보여줬다면, 17차와 라네즈는 광고 한 편으로 브랜드의 운명을 바꾼 사례다.
17차는 전지현 기용 직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스무 배 이상 뛰어 400억 원을 돌파했다. 광고 속 전지현이 보여준 건강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음료의 콘셉트와 맞아떨어지면서, 단숨에 건강차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것이다.
라네즈의 ‘백만불짜리 몸매 만들기’ 캠페인도 전설적이다. 공개 직후 브랜드 홈페이지가 접속 폭주로 마비될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당시 동영상 마케팅의 신기록을 세웠다. 광고를 본 소비자들이 제품 정보를 검색하고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공유하면서, 브랜드와 소비자 간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 것도 특징이었다.

짧지만 오래 남은 광고들
전지현의 광고는 캠페인이 끝난 뒤에도 오래 살아남는다. 마켓컬리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 광고가 노출된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광고 방영 직후 가입자와 접속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광고가 종료된 이후에도 “컬리=전지현”이라는 인식은 한동안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만들어낸 강렬한 이미지는 브랜드 인지도를 장기간 유지시키는 데 기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HERA 또한 전지현의 장기적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2014년부터 약 10년간 글로벌 모델로 활동하며 아시아 시장에서 브랜드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립했다. 특히 ‘블랙 쿠션’ 캠페인은 동아시아에서 장기간 판매 1위를 기록하며 브랜드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광고가 끝난 지금도 HERA를 떠올릴 때 전지현의 세련된 얼굴을 함께 기억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 그의 광고 효과가 얼마나 지속적인지를 보여준다.

브랜드 전략까지 흔드는 존재감 그리고 세대 잇는 ‘안전자산’
전지현의 존재감은 때로는 브랜드 전략 자체를 바꿔 놓는다. 올림푸스 ‘뮤’ 카메라 시절, ‘올림푸스=전지현’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으면서 매출은 급상승했다.
그러나 지나친 이미지 고착화를 우려한 브랜드는 결국 모델 교체를 단행했다. 광고모델의 힘이 브랜드 포지셔닝까지 좌우할 정도로 강력했다는 사실은 전지현의 광고 파워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더욱이 전지현은 스캔들이 거의 없고 작품 선택도 신중해 광고주 입장에서 리스크가 낮다. 2030세대에게는 여전히 트렌디한 ‘레전드’, 4050세대에게는 안정적 신뢰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TV에서 숏폼, OTT로 매체가 바뀌는 동안에도 그는 광고계 최전선에서 활약해 왔고, 최근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북극성’에서는 유엔대사 ‘문주’ 역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배우로서의 가치까지 다시 입증했다.
광고모델에서 브랜드 파트너로
높은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들이 전지현을 기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단순히 화면에 등장하는 얼굴이 아니라, 캠페인 메시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함께 구축하는 파트너다. LX Z:IN, 지큐랩, 안다르, 라 메르 등 최근의 광고에서도 그는 브랜드 스토리의 중심에 서서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전지현은 여전히 광고계의 상징이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CF퀸’을 넘어섰다.
그는 브랜드의 신뢰를 높이고, 세대와 매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이미지를 제공하며, 광고가 끝난 뒤에도 브랜드의 서사 속에 남는다. 이는 단순한 모델 효과가 아니라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브랜드의 시간을 연장시키는 힘이다.
지금의 광고 시장은 짧은 바이럴과 순간적 화제성에 집중하지만, 전지현은 그 반대편에서 장기적 신뢰와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광고계의 북극성처럼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녀 덕분에,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길을 확인하고 방향을 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