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업무상 질병 산재, 1829일에서 ‘120일’로 단축 추진

근로복지공단 판정 절차 효율화 착수·AI 전담조직 마련
김영훈 노동부 장관, 조사 기간 법정화·선보장 제도 도입

  • 기사입력 2025.09.22 14:07
  • 기자명 최현준 기자

더피알=최현준 기자|정부가 업무상 질병 산재보상 처리기간을 현재 평균 227.7일에서 2027년까지 120일로 단축할 목표로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보장 제도’ 도입을 촉구하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 근로복지공단은 특별진찰·역학조사·판정 절차를 효율화하고, AI 분류 모델과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하는 등 실행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 단축...근로복지공단, 판정절차 효율화

정부가 업무상 질병 산재보상 등의 처리기간을 현재 227.7일에서 120일로 단축하는 목표를 세우며, 업무상 질병 판정절차 효율화에 나섰다.

근로복지공단은 정부 국정과제 관련 핵심 사업 추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울산 공단 본부에서 전국 기관장 전략회의를 16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 중 공단의 사업과 연관된 내용의 세부 실행방안을 논의했다. 근로복지공단은 1995년 산재보험 운영기관으로 출범했고 현재 산재보험, 고용보험, 퇴직연금, 임금채권보장 등과 관련된 복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시스

특히 정부는 지난 1일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평균 227.7일이 소요되는 처리기간을 2027년까지 120일로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공단은 이번 회의에서 특별진찰, 역학조사,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판정절차 등을 효율화하기로 했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신속 분류 모델을 개발하고 전담 조직을 추가 신설할 계획이다.

박종길 공단 이사장은 "노동존중을 국정 운영의 기본 철학으로 하는 이번 정부에서 공단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업무상 질병 신속처리 등 취약계층 복지 강화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무상 질병 산재처리기간 최대 1829일...소득 보전 위해 ‘선보장’ 필요

지난해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처리기간이 평균 227.7일·최대 1829일로 나타난 가운데, 산재노동자의 소득 보전을 위해 산재급여 '선보장'을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달리 한국엔 상병수당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고용노동부, 국회예산정책처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정책토론회'를 22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신속한 산재보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또한 산재처리기간을 감축하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발제를 맡은 안태훈 국회예산정책처 박사는 산재보험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안 박사는 "산재보상보험은 단순한 재해 보상 제도를 넘어 산업재해 예방체계의 일환이자 노동환경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무상 질병 산재처리에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지난해 기준 업무상 질병 평균 산재처리기간은 227.7일로 최대 기간은 1829일에 달한다.

또한 우선 안 박사는 적기에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상병 상태에 있는 근로자는 치료비 부담뿐 아니라 소득 단절 문제에 직면한다"고 우려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안 박사는 산재급여 선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선 상병수당 제도를 통해 산재 승인 전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하지만, 한국은 제도가 부재해 소득 보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상병수당' 제도란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선 고용보험 상병급여가 존재하나, 재해가 인정되거나 구직 중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소득을 지원하고 있다.

하물며 건강보험을 통한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2022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본격적인 도입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안 박사는 "산재 처리 기간을 단기간 내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산재 승인 지연 시 근로자에게 생계비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승인 여부에 따라 정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박사는 선보장 방안으로 승인 지연 기간 중 상병수당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는 제도 도입을 제언했다.

그는 "선보장으로 산재급여를 모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상병수당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산재처리기간이 장기화되는 사례가 있으나 상병수당을 통해 산재근로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보장으로 급여를 받았어도 추후 산재가 승인되지 않는 경우 "과도한 환수는 근로자에게 경제적 부담이므로 사전에 명확한 환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7년까지 업무상 질병 산재처리기간을 평균 120일까지 단축하겠다"며 "업무상 재해 조사 기간을 법정화하고 기간 초과시 보험급여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선보장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한편, 사흘 연속 저녁 회식에 참석했다가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모 회사의 해외 영업관리 업무를 맡던 A씨는 2022년 7월 자택 주차장 차량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이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사망 전날까지 사흘 연속 업무 관련 저녁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와 관련된 3일간의 연속된 술자리에서의 음주로 발병한 병으로 사망했다고 인정된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급성 알코올 중독은 단시간 내 많은 양의 술을 마셔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높아져 발생하는 상태”라며 “그 증상이 알코올 섭취 후 수 시간 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날 회식에서 짧은 시간 동안 도수가 높은 술을 많이 마신 점 등을 볼 때 급성 알코올 중독 발병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전날 회식으로 보인다”고 봤다.

A씨 등 3명이 부담하기로 한 식사 비용만 해도 100만 원으로, 단순 친목 도모를 위한 비용으로는 적지 않아 업무 관련성이 없는 식사 자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기 전 연속으로 술을 마시면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앞선 두 번의 회식에서의 음주가 발병에 복합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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