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AI 기술의 황당한 실수 영상이 틱톡에서 수백만 회 조회된 후, 타코벨이 미국 드라이브스루 매장 운영에 AI 도입을 재검토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달 28일 보도했다.
작년부터 500곳 이상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음성 AI 기반 주문 시스템을 도입한 타코벨에 대해 고객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류와 지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고객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아예 "물 18000컵 주세요"와 같은 터무니없는 주문으로 시스템을 마비시키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카메라에 포착된 또 다른 실수는 고객이 음식 주문없이 탄산음료인 마운틴듀만을 주문했을 때 드라이브스루의 AI 직원이 "그럼 음료는 뭘로 하시겠어요?"라고 반복해서 되묻는 황당한 장면이었다. 이 영상은 2150만 회 이상 조회되었다.
타코벨 최고디지털기술책임자 데인 매튜스(Dane Mathews)는 AI 기술 활용 및 이해가 아직 '진행 중'임을 인정했다.
그는 모든 드라이브스루에 AI 직원만 배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 붐비는 식당에서는 인간 직원의 섬세한 응대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생성형 AI 붐이 일어난 지 거의 3년이 지났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많은 기업이 AI의 잠재력을 믿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파악하면서 전략을 수정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드라이브스루에서 음성 AI를 활용하는 것은 특히 어려운 활용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맥도날드는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AI 기반 주문 도구의 오류에 대해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자 미국 내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자체 AI 기반 주문 도구를 철수한 바 있다.
IBM 기반 파일럿 프로그램인 맥도날드의 AI 주문 시스템은 2021년 시범 운영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된 이후 100곳 이상의 매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지만 아이스크림에 베이컨을 얹거나 수백 달러어치의 치킨너겟 주문 등 실수와 기술 결함을 보여주는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자 2024년 6월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드라이브스루에서 AI 시스템에 주문하는 것이 아직은 낯설다(유튜브쇼츠@supremefishy)
맥도날드는 현재 구글 클라우드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여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반에 AI를 통합하는 방법을 재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코벨의 모회사인 얌 브랜드(Yum Brands) 역시 수년간 AI 기반 주문 기술을 개발해 왔으며, 3월에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다양한 AI 활용 사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전문가들은 곧 AI 기술이 드라이브스루 매장 하나하나를 통해 패스트푸드 업계 전체를 혁신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지난 달 13일 웬디스의 전혁신책임자 마이클 초리(Michael Chorey)가 AI 자동화 업체 프레스토의 신규사업부 대표로 부임한 것에 대해 외식업계의 AI 접근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초리는 AI 기반 주문 시스템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평가받는 웬디스의 프레시AI(FreshAI) 플랫폼을 개발한 인물이다. 이 시스템은 고객 맞춤으로 메뉴를 조합해서 추천하고 품절된 품목에 대해 대체품을 제안하거나 고객들의 사투리나 억양, 약어까지도 인식할 수 있다.
2023년부터 AI 음성 비서 테스트를 시작한 웬디스는 300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AI 주문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연말까지 최대 600개 매장에 이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프레스토의 기술은 이미 CKE 레스토랑이 소유한 칼스 주니어(Carl's Jr.)와 하디스(Hardee's) 같은 주요 버거 체인점과 미국 핫도그 체인인 위너슈니첼(Wienerschnitzel), 일본 규동 프렌차이즈 요시노야(Yoshinoya)에서 테스트되고 있으며, 초리는 더 광범위한 식당을 대상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부분적 자동화와 함께 레스토랑, 직원, 고객 간의 상호작용을 개인화 한다는 계획이다.
초리는 프레스토와의 협력에서 가장 큰 과제는 각 브랜드와 고객에게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기술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점심시간과 낮시간의 주문을 비교해 보면, 직원과 고객의 대화 방식이 달라지고, 브랜드마다도 차이가 있다"면서 "효과적인 AI 플랫폼은 인간 직원처럼 적응해서 고객이 레스토랑에 올 때마다 매우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레스토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크리슈나 굽타(Krishna Gupta)는 향후 3년 안에 드라이브스루에서 주문을 받는 사람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하루 종일 주문 받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느냐"며 "이제 직원들은 단조롭고 반복적이며 지루한 작업 대신, 직접 음식을 만들어 고객에게 미소를 지으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이 인간 삶의 더 높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란다"는 굽타는 끊임없이 변하는 외식 산업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레스토랑 브랜드들의 AI 기술 도입은 ‘만약’의 문제가 아닌 ‘언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드라이브스루는 시작일 뿐, AI 에이전트가 이미 감자튀김을 추가 주문하도록 제안하는 상황에서 패스트푸드의 다음 단계는 스마트하고 확장 가능하며 어쩌면 더 '비인간적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굽타의 바람대로, 인간이 삶의 더 높은 목적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