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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내려놓는 소통, 그게 바로 감각이에요”[인터뷰] PR본질 찾기 실험 나선 이종혁 광운대 교수
승인 2016.01.22  13:11:01
강미혜 기자  |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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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강미혜 기자] “강 기자님. 우리 거창한 이야기 말고 소통 현장에 가서 숨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만나보는 거 어때요?” 2013년 4월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이런 제안을 했다. 재미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함께 기획한 꼭지는 ‘소통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2년 간 <더피알> 지면을 채웠다.

   
▲ '소통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더피알과 이종혁 교수가 지난 2013년 5월부터 2년여간 만난 사람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었다.

위안부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와의 만남(관련기사: 소녀, 침묵으로 새 소통문화 열다)으로 시작해 ‘배꼽인사’하는 교장선생님, 회색빛 도시에 색칠하는 아티스트, ‘가장 가방다운 가방’을 만든다는 회사 대표, 한여름 신선의 세계를 펼쳐놓은 건축가 등 PR업 너머의 다양한 사람들과 조우한 시간이었다.

2015년 1월 소통라이브러리는 이 교수의 주도 아래 ‘라우드 프로젝트(LOUD project)’라는 사회운동으로 진화해 생활 속에 침투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일상 공간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이른바 ‘공공소통감각’의 확산이다.

이미지가 아닌 본질 위주의 소통에 공중이 반응했다. 미디어는 곧 현장이 되었으며,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수용자의 경험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광고홍보 전문가에만 의존 하는 소통이 아니라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과의 협업도 일상이 되었다. 공중을 계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고민하는 공중 주도 소통에도 익숙해졌다.

이종혁 교수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밝힌 라우드 프로젝트의 의미다. ‘Look over Our society Upgrade Daily life(우리 사회를 살펴보고 일상을 업그레이드하자)’의 약자인 라우드는 지난해 각종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며 구호를 실체화했다.

   
▲ 지난해 라우드 프로젝트를 하며 생활 속 소통을 실천한 이종혁 교수와 함께 '공공소통감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이윤주 기자

괄호와 삼각형 모양의 화살표 이미지로 버스정류장의 줄서기 문화를 개선시켰고, 인사말풍선 스티커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착해 이웃 간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관련기사: “생활 속 작은 실천, 변화가 느껴지나요?”)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울 때 흔히 빈 종이컵을 재떨이로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 컵 안쪽에 ‘혹시 이 컵에 흡연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면 1544-9030으로 상담해 보세요’라는 깨알문구를 넣어 흡연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잘못된 습관, 왜곡된 상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들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생활현장에서 이뤄낸 이같은 공공소통의 성과로 이 교수는 연구년이었던 지난해 겹경사를 맞았다. 세계인명사전 마르 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2016)에 이름을 올렸으며, 학계에선 이례적으로 육군홍보대상을 수상했다.

2015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라우드식 소통법을 활자화해 <공공소통감각>이란 제목의 책에 담았다. 누구보다도 바쁜 연구년을 보낸 뒤 학교로 돌아가는 이 교수를 다소 오래간만에 만났다.

   
▲ 이종혁 교수 TED 강연 모습. 사진제공=라우드

따끈따끈한 신간 얘기부터 해볼게요. <PR을 알면 세상이 열린다> 이후 꽤 오랜만에 내신 책인데요, 공공소통을 감각으로 표현한 점이 재밌어요.
5년 만에 낸 단독저서인데요. <PR을 알면 세상이 열린다>가 PR관점으로 사회현상을 짚은 것이었다면, 이번엔 PR 빼고 공공소통을 들고 나왔습니다. 책에도 썼지만 공공소통감각은 PR의 본질에 충실한 소통 노하우라고 말할 수 있어요. 힘 빼고 툭 내려놓는 것, 꾸미지 않는 소통. 그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감각입니다.

2012년에 공공소통연구소를 만드셨는데요. (관련기사: “정책홍보 연구·제언 통해 공공 PR산업 이끌 것”) 일관되게 공공 소통이란 화두에 주목하는 이유는 뭔가요.
소통을 강조하는데 왜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까요? 본질에 접근하지 못해서예요. 저처럼 PR하는 사람부터 사회와 제대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말보다 실천이고요. 과거 PR업계에서 실무를 했을 땐 잘 짜인 비즈니스적 실행을 했지만, 학교에 몸담고 있는 지금은 공공의제를 가지고 실행하는 주체가 돼야 합니다.
공공의제는 비즈니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PR회사들도, 여러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할 정부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일종의 사각지대로 존재하거든요. 교수로서 제가 서 있는 이 위치가 그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하는 데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강단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연구하기도 바쁘실 텐데 소통의 사각지대를 메워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신건지.
강의실에서 늘 ‘PR인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정작 제가 현장 감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겠어요. 저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돼야죠. 그래서 소통라이브러리를 통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직접 만났고, 지난 한해 라우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고 스스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돼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공공소통은 무슨 대단한 아이디어나 엄청난 홍보 툴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에요. ‘5S 원칙’이면 됩니다. 자신(Self)이 공공문제라고 목격(Sighting)한 것을 소박한 아이디어(Simple idea)로 곧바로 실천을 시작(Starting)해 작은 변화(Small change)를 도모하는 것. 이것이 라우드의 원칙이고, 누구나 5S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전하는 메신저가 제 역할이라고 봐요.

화려함 버리면 쉬운 소통 가능해 

이 교수는 대화하는 내내 ‘본질’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PR의 본질, 즉 공중이 반응하는 진짜 소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심은 공공소통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서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것이라 했다. 

   
▲ 지난해 라우드 프로젝트는 생활현장 속 쉬운 소통을 이야기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사진제공=라우드

“거창한 공익캠페인에 익숙해지면서 어느새부턴가 본래의 목적이 실종돼버렸어요. 우리가 하는 캠페인이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의 성공을 위한 것인지 봤을 때 후자에만 관심을 쏟고 결과에 박수치는 일이 반복되는 거죠.”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라우드 프로젝트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특정 전문가그룹이 아닌 일반인들이 쉬운 방법으로 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화려함을 버리니 쉬운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도 알게 됐다. “혹자는 바닥에 스티커 붙이는 일이 애들 장난 같다, 그런 건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데요. 그게 바로 제가 추구하는 정답이에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실천적 소통.”

사실 교수님이 소통라이브러리 페이지를 제안하셨을 때만 해도 이렇게 사회운동으로 확장되리라곤 생각 못했어요.
강 기자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신반의했어요.(웃음) 진짜 될까 하고… 그런데 1년 간 라우드의 행적을 보면 꽤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왔어요. 예산 제로(0)로 시작한 활동들이 누적되면서 일상에서의 상식적인 소통이 이뤄졌거든요. 
커뮤니케이터는 될까 말까 저울질하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해선 안돼요. 세상 모든 일에 안 되는 이유를 대면 한도 끝도 없어요. 안 되는 수백가지 이유 말고 단 하나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할 때 아웃풋이 나옵니다.
특히 공공분야는 더 용기가 필요해요. 민간 캠페인은 여러 보호막을 치면서 진행하고 결과물도 어느 정도 포장이 가능하지만, 공공은 스타트를 끊는 즉시 들판에서 벌거벗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되니까요. 전방위에서 별별 피드백을 다 받아요. 거기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 설령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해도 시도했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의연한 자세가 필요해요.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적인 교수님상(像)과는 거리가 있으신 듯합니다. 학계의 돈키호테(?) 같다고나 할까…(웃음)
그 말엔 동의 못하겠는데요.(웃음) 돈키호테는 현실과 괴리된 이상주의자의 모습을 하잖아요. 근데 라우드는 지극히 현실적인 활동입니다. 돈키호테로 느끼셨다면 너무 현실적인 게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비쳐지는 지금의 현상들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지금껏 너무 많은 설득과 화려한 수사, 잘 기획된 거대담론, 반드시 성공으로 가야만 하는 공익 캠 페인들에 노출돼왔어요. 쉽게 말해 수용자로서 눈만 높아진 거죠. 본질로 돌아가서 그런 생각의 틀을 깨는 작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너희가 진짜 대한민국 국가대표야’

땀에 젖은 병사의 어깨 위에 앉은 태극기. 그 아래로 쓰인 글씨. ‘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육군이다!’ 늠름한 육군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 역시 라우드의 작품이다. 일반 사병을 모델로 사진작가 강영호 씨의 재능기부와 이 교수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탄생했다. 군 장병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 제안한 것이었다. 

   
▲ 사진작가 강영호와 이종혁 교수가 협업한 육군포스터.

결과적으로 해당 아이디어를 군이 공식적으로 채택하면서 이 교수는 지난해 육군홍보대상을 받았다. 육군홍보대상은 창의적인 대국민 소통으로 육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된다. 앞서 지난 2013·2014년 2년 연속 MBC ‘진짜사나이’팀에게 주어졌다.

육군포스터는 군인들의 사기 진작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지만, 군대 내 가혹행위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군이란 공간을 미화한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모든 걸 지워버리고 그냥 내 학생들, 주변의 젊은이들, 과거의 나, 군대를 간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고 한 작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라고 세워주는데, 젊음을 나라에 투자하는 청년들은 속된 말로 ‘군대에서 썩는다’고 비하하잖습니까. 그들에게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심어주는 메시지가 없어요. 정치·사회적 이슈는 차치하고 ‘너희가 진짜 대한민국 국가대표야’라고 격려해주고 싶었습니다.”

“비판을 위한 소통 보다는 실무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를 위한 활동도 계획 중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측에서 요청한 것도 아닌데 먼저 도움을 주시려는 이유는.
예산을 들여 많은 분들이 노력하는 데 비해 국민적 관심도는 아직 낮다는 점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도 저에겐 공공문제와 같아요. 그래서 PR인으로서 할 수 있는 작은 ‘거리’들을 갖고 홍보활동을 도와주려 해요.
당장 생각하는 건 픽토그램(pictogram·그림문자)을 이용하는 거예요. 가령 스키 타는 선수들의 픽토그램이 있다고 하면 건널목 보도블럭의 경사면에 붙여요. 남들이 봤을 땐 그저 그런 경사면이 라우드 관점에선 스키 슬로프가 되는 겁니다. 서울역 에스컬레이터 옆 난간도 또다른 슬로프가 될 수 있겠죠. 그런 상징을 활용한 작은 소통을 마주하게 되면 자연스레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봐요.

말씀을 듣다보니 진짜 사회운동가 같으세요.(웃음) 2015년은 라우드라는 소통 씨앗을 곳곳에 뿌렸는데 올해는 어떤 목표를 갖고 실행해 나갈 생각이신가요.
일주일에 한 프로젝트가 됐건 한 달에 한 번이 됐건, 지속가능한 실천PR이 중요해요. 라우드만의 소통 노하우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들을 계속해나갈 겁니다. 올해는 중·고등학교와의 산학협력도 추진할 계획이에요. 어린 학생들도 얼마든지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회운동 확산 차원에서 맨땅에 헤딩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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