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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종이 한 장으로 세상에 외치다
삐딱한 종이 한 장으로 세상에 외치다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12.31 13: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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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남다른 세상] <바로그찌라시> 발행인 김도현, 디자이너 한규현

[더피알=이슬기 기자] 거리를 걷다보면 어느새 한 장짜리 종이들의 아우성이 밀려온다. 저마다 자신의 신념을 원색적으로 외치는 전단지들은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제 목적에 충실하다. 소위‘찌라시’라 불리는 이 한 장짜리 종이의 역사는 무구해 ‘특보’‘삐라’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시대의 결정적인 순간에 늘 함께해왔다. 이 찌라시를 주시해 한 장짜리 종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칙함을, 기발함을 보여줘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이들이 있다. 한 달에 한번, 원페이퍼 무료매거진 <바로그찌라시>를 만들고 있는 발행인 김도현 씨와 디자이너 한규현 씨를 만나봤다.

▲ <바로그찌라시>를 만드는 디자이너 한규현 씨(왼쪽), 발행인 김도현 씨.

이들과의 만남에 앞서 <바로그찌라시> 최근호를 살폈다. 17호는 ‘고객 감사 세일은 왜 일 년 내내 하는가?’라며 우리의 감사받을 권리가 갈취되고 있다고 궁서체로 음모론을 펴는가하면 18호에서는 ‘섹시키티큐티’한 필력과 디자인으로 최신 핫트랜드 ‘메트로코스메틱(Metro Cosmetic)’을 소개하고 있다. ‘메트로코스메틱’에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붐비고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도어윈드’로 말려가며 하는 화장을 말한다. ‘주님을 믿읍시다’라는 제호의 19호는 진지하게 ‘하 이네켄 목사의 오늘의 주사’와 ‘호가든 목사의 진돗개 전도법’이 실려 있다. 가만 보니 그 주님은 ‘주(酒)님’인 모양이다. 제법 묵직한 문제의식에 끝도 없이 나올 것 같이 썰을 푸는 솜씨가 야무지다.

2년 전 친구들에게 <바로그찌라시>를 제안했다는 발행인 김도현 씨(26)는 추계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학생, 디자이너 한규현 씨(25)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한다. 함께 만드는 친구들의 면면도 이들이 다룬 주제만큼이나 다양하다. 자리를 잡자마자 <바로그찌라시>의 정체를 물었다.

“저희는 한 장짜리 매체의 특성에 주목하고 있어요. 각종 홍보 전단지부터 뜬금없는 음모론까지. 다양한 찌라시가 가진 특성들이 저희의 관심사죠. 가만 보면 마트는 일 년 내내 세일을 하잖아요. 그래서 고객 감사 세일에 음모가 있다고 우겨보기도 하고, 일방적인 스타일을 강요하는 화장품 광고들이 넘쳐나는데, 우리는 ‘지하철 화장’이라는 색다른 트랜드를 제시하는 거죠. 또 술자리를 강요하는 문화를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이분법적인 주장을 하는 교회에 빗대보기도 하는 거고요. 이슈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나온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재밌고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을 다루죠.”(도현)

“찌라시의 범위를 전단지에만 한정하지는 않아요. 좀 넓히면 수능시험장에서 나오는 길에 받은 답안지 이런 것도 한 장짜리 매체잖아요. 그 안에서 작위적인 사회의 면면을 발견하는데 그걸 저희 스타일로 비틀어보는 거죠. 단순한 재미보다는 2차적인 의미도 담으려고 애를 쓰는 편이에요.”(규현)

작위적 사회 면면에 자신들만의 시선 담아

<바로그찌라시>를 만드는 바로그편집부는 총 9명, 각자 발행, 편집, 기획, 디자인 등 분야를 맡고 있긴 하지만 아이디어에 따라 역할은 유동적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5명이었는데 이런 저런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합류해 지금의 멤버가 됐다. 지금은 인쇄소에서 4천부씩 찍어 배포하는 어엿한 매체로 자리잡았지만 가내 수공업에 가까웠다. 도현 씨의 자취방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장만한 가정용 프린터로 6호까지 찍어낸 것.
“사실 처음부터 한 장에 의미를 둔 건 아니었어요. 그때가 독립출판이 활발하던 시기였는데, 오래 발행하고 많이 읽히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발행형태를 갖게 됐죠.”(도현)

“저는 군 제대하고 조금 늦게 합류했어요. 처음에 같이 하자고 가져왔는데, 엉망이더라고요. 왜, 피자집에서 먹는 샐러드 있잖아요. 맛은 있는데 한 접시에 다 담으려고 욕심부리다보니 보기에는 무슨 음식물 쓰레기 같은 느낌이랄까.(웃음) 한 장에 일반적인 잡지의 콘셉트를 다 담으려고 했었거든요. 코너도 글도 너무 많았죠. 좀 더 주목받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고 하나의 이슈에 집중하는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됐어요.”(규현)

무료로 배포되는 <바로그찌라시>는 배송비를 지불하는 정기구독자에게 배송되고, 몇몇 대안문화공간 등에서 독자들을 만난다. <바로그찌라시>를 말할 때 ‘프락치’라 불리는 애독자들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들은 직접 배포를 맡아준다. 팀원 대부분이 서울권에 거주하는 관계로 떨어지는 기동력을 보완하고자 정기구독자들의 손을 빌리면서 시작됐는데 적게는 50부에서 많게는 300부까지 배송해주면 프락치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에 비치하거나 지인들에게 나눠준다. ‘프락치’들의 활동영역과 방식은 점점 넓어져 최근에는 남해의 한 마트 앞에서 직접 나눠준 사례도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예상치 못한 독자를 만나 뜻밖의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프락치가 있는데요. 고등학교 선생님이 진학실에 비치하신다고 신청하시더라고요. <바로그찌라시>가 학생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또 입시학원 강사 분도 계셨는데, 입시에 찌든 학생들의 사고를 좀 말랑말랑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요청하시더라고요. 상상하지 못한 계층의 독자들과도 만난다는 게 참 뿌듯하더라고요.”(도현)

프락치는 우리의 열번째 팀원

이런 독자들의 반응이 우연히 찾아온 행운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팀원들은 저마다 학점 관리하랴 자기 개발하랴 아르바이트에 취업 준비까지 바쁜 청춘들이다. 그럼에도 바로그편집부는 매주 토요일을 거의 온전히 회의하는데 투자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까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언뜻 봤을 때는 <바로그찌라시> 하나만 보이지만, 저희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하고 있답니다.(웃음) 지금은 재정비 중인 20대 매거진도 있고, 이런 저런 행사도 기획하고, 요즘엔 먼저 협업 제의를 주시는 곳들도 있어서 저희 의견을 다지고 얼개를 짜는 작업이 필요하거든요. 처음에는 ‘재밌겠다!’며 관심을 가지고 접근했다가 너무 많은 것들을 하고 있다고 놀라는 이들도 있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좋아요. ‘청춘들이 열심히 하니까 잘 봐주세요.’ 이렇게 보이는 건 정말 싫거든요.”(규현)

눙치며 흘리는 웃음 속에 하나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는 의식이 오롯이 드러났다. 유쾌하기 위해, 본질에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들만의 견해를 만들고 날을 세우기 위해, 치열하게 회의하고 구상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짐작됐다. 실제로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면 팀원들은 끝장토론도 불사한단다. 의견을 나누다보면 자신의 입장에 거리를 두게 되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 스스로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서면 섬세하게 다듬어간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취향으로 사람을 가리지 않게 되고 자신과 다른 양식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 모두 삶과 앎의 균형을 잡아가는 일이다. 문득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바로그찌라시>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건 각자 달라서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는데요. 제 경우 처음에 문창과에 다니면서 소설을 쓰다보니까 저같은 학부생들도 글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근데 지금은 팀원들이 좋아서 하고 있어요. 다시는 이런 팀원들 만나기 힘들 것 같아서 함께 더 오래, 멀리 갈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 궁리하고 있죠.”(도현)

“저는 처음에 돈을 벌고 싶어서 합류했거든요. 현실적으로 가장 빠른 길은 아르바이트겠지만, 제가 만든 것으로 수익을 만드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예대생들은 스스로의 작품에 회의나 불안이 드는 순간이 있게 마련인데, <바로그찌라시>를 하면서 그걸 확인해보고 싶었죠. 내가 만든 것들을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뭐 이런 종류의. 근데 지금은 팀원들이랑 모여서 협업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요. 저희는 동아리나 취미모임처럼 느슨하지 않거든요. 이런 경험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고요. 언젠가는 도움이 될 물감통을 챙겨두는 기분이랄까요.(웃음)”(규현)

▲ <바로그찌라시> 17호와 18호 전면 이미지. 매호 주제와 디자인이 달라진다.


“팀원들이 좋아서 오래, 멀리 가고 싶어요”

애초에 찌라시는 그 목적이 아주 원초적으로 드러나는 성질을 지닌다. 모두가 인식하지만 말하지 않는 지점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의 <바로그찌라시>는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기 바라는 걸까.

“어떤 식이든지, 보기 전과 후가 달랐으면 좋겠어요. 재미있게 읽고 읽은 후에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매체, 사실 일단 재미를 느낀다는 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얘들은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생각하는 것. 예컨대 19호를 읽고 나서는 ‘아, 우리 음주문화가 이렇게 우악스러웠구나’ 돌아보게 되면 좋겠죠.”(도현)

비틀 지점을 정확히 찌르는 솜씨가 어설프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말미에 이들이 남긴 한마디를 전한다. 지금은 역발상이 가장 잘 다루는 도구라서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만이 자신들의 전부는 아니라고. 더 세련되고 유쾌한 모습을 위해 지금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바로그찌라시>의 날선 감각이 마음에 든다면 그들이 또 어떤 무기를 선보일지 주시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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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용 2021-08-10 14:26:35
두분의 근황이 궁금하네요

2017-07-23 15:34:21
그** 규현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