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홍보효과의 현실과 한계
‘억’소리 홍보효과의 현실과 한계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5.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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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자랑하는 기업-기삿거리 찾는 언론...결과는 나몰랑?

[더피알=문용필 기자]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많지만 언론상에 1000억, 2000억 같은 단위의 금액으로 소개된 홍보효과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계산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관련기사: 툭하면 1000억…홍보효과 둘러싼 의문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홍보담당자 A씨 “아무런 근거 없이 홍보효과를 논할 수는 없다”며 “출입기자가 물어볼 수도 있고 회사명을 걸고 쓰는 보도자료이기 때문에 공적으로 오픈되는 수치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법적 소송이 들어올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저스2’의 국내 촬영으로 인해 4000억원의 홍보효과를 예측했지만 곧 비판에 직면했다. 뉴시스

가장 많이 쓰이는 산정방식은 브랜드 노출시간에 준하는 광고단가를 환산하는 방식이다. 신문기사의 경우, 비슷한 크기의 광고액수를 따져서 산출한다. 여기에 매체별 중요도나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의 효과, 그리고 해당 방송 시청자나 신문 독자수 등의 가중치를 곱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는 전통적인 PR효과측정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 관계자는 기업이 특정 스포츠 이벤트의 스폰서를 맡았을 경우, 브랜드의 홍보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방법을 들려줬다.

경기가 중계되면 TV나 신문, 인터넷을 통한 브랜드 노출량을 측정하고 해당 방송의 시청자수와 1000명당 광고비를 적용해서 홍보효과 금액을 산출한다는 설명이다. “시청자수를 정확하게 대입하고 광고비를 적용하기 때문에 유형의 효과로 볼 수 있다”며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면서도 정확한 측정방식”이라는 입장도 나타냈다.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헐리웃 블록버스터 ‘어벤저스 2’의 한국촬영을 앞두고 예상한 ‘4000억원의 국가 홍보효과’도 비슷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관련기사: 어벤져스2 경제효과 2조원, ‘아님말고’식 홍보의 전형) 먼저 어벤저스 1편의 미국상영 스크린수 누계(주 단위)와 현지의 광고단가, 영화상에 노출되는 한국장면과 광고단위 등을 곱해 약 1억4629달러, 한화로 약 1566억원의 금액을 산출했다.

여기에 차후 TV나 비디오 등에서의 노출효과와 관광객 유치효과 등으로 산출된 2532억원을 더해 약 4000억원이라는 홍보효과 수치를 제시했다. 관광객 유치효과만 제외한다면 미디어 노출시간을 광고시간으로 환산하는 방법은 여타의 홍보효과 산출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으로 산출된 홍보효과 액수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미디어 커버리지’를 광고단가로 환산하는 방식은 TV와 신문이 미디어의 거의 전부였던 구시대 산물이기 때문이다.

조삼섭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교수는 “추정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과학적이거나 객관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계에서 권장하는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드미디어들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동영상 서비스와 OTT, IPTV 등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다매체 시대에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성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초빙교수는 “홍보효과를 전통적인 AVEs(광고환산가치)로 수십년간 측정해왔지만 이는 배수 계산 근거의 낮은 타당성과 자의성으로 인해 심각한 한계를 지적받아왔다”고 했다.

이어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모바일 등 다매체·다플랫폼에서 노출되고 확산되는 이벤트는 더욱 정교한 성과측정 알고리즘이 필요하다”며 “TV방송에서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 ‘온드 미디어(Owned Media)’, ‘언드 미디어(Earned Media)’에 이르기까지의 로직, 특히 가중치가 제대로 적용된 결과인지를 생각해 봐야한다. 소셜미디어의 경우에는 2차, 3차 등 다단계 확산효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커버리지’ 고수, 현실성 떨어져

더구나 TV 시청자나 신문 구독자들이 모두 해당 브랜드를 인지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정량적인 부분에 치중한 나머지 정성적인 면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설사 브랜드를 인지했다고 해도 이를 ‘긍정적’ 인지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A씨는 “누구나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며 “상대적으로 이럴 것이라는 가정에 의한 법칙이다. 이를테면 모 신문 독자가 100만명이라면 50만명은 자사 관련 보도를 보지 않았겠느냐고 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100만이 전부 안 봤을 수도 있다. 이를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언급했다.

홍보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방식이 기업이나 공공기관마다 제각각이라는 점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통일된 측정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이를 방증하듯 <더피알>이 취재한 PR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홍보효과를 금액으로 산출하는 정확한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미디어 커버리지’를 대입시킨 홍보효과 측정방법은 모바일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자료사진)뉴시스

김주호 콜라보K 대표는 “(산출방식이) 너무 중구난방이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은 이제 홍보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지 않는다”며 “(어디까지나) 추정치고 정확한 숫자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박현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업과 학계, 미디어가 모두 (산출)기준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이에 대한 합의도 잘 되지 않는다”며 “신문기사만 놓고 봐도 크기와 면수 등 기사가치에 대한 속성들이 있는데 이것도 일치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홍보효과 측정의 틀이 기업별로 다르고 기업 내부에서 사용되는 틀이 상당히 비과학적으로 과대평가되도록 고안돼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A씨는 “현존하는 홍보툴을 활용한 계량화 방법을 모든 이가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객관화된 지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시청률의 경우, 모든 가정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인정하는 이유는 객관화된 근거에 대한 기준치와 모수화된 통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미디어 커버리지 보다는 타깃 오디언스를 기준으로 분석한 정성적 지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주호 대표는 “이벤트나 캠페인 전후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비교해야 한다”며 “인지도 1%를 올리는 데 들어가는 금액과 인지도 변화비율을 곱한다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김동성 교수는 “수용자들의 인식차원 성과조사나 기존의 다른 홍보이벤트와의 비교 등이 단순하지만 오히려 적절한 성과측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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