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사용하게 될 인공지능 스피커는?
2030년 사용하게 될 인공지능 스피커는?
  • 한승재 (mhan@webershandwick.com)
  • 승인 2018.03.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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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재의 Techtory] 당신만의 AI코드 발견

[더피알=한승재] 애플이 2018년 1월 드디어 스마트 스피커 홈팟(HomePod)을 내놓았다. 아마존의 에코(Echo)가 2014년에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4년이 늦은 셈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 4S에 세계 1위 음성인식 회사인 뉘앙스커뮤니케이션의 음성인식엔진을 탑재해 2011년 시리(Siri)를 선보인 바 있다.

시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화형 인공지능(AI) 분야의 선두로서 후발주자들과는 차별화된 기능과 서비스로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AI가 탑재된 제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다른 경쟁사 대비 오히려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사생활 보호라는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과거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법정 다툼을 통해서도 드러났듯, 개인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애플은 딥러닝과 인공지능의 대부분을 기계 내에서만 이뤄지게 만들었다. 다른 경쟁사와 다르게 클라우드를 통한 데이터 교류를 차단한 것이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제한된 시스템 안에서만 운영한다는 것이 과연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일까? ‘맞춤형 정보’와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것부터가 실제 구매하는 사람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의 차이를 만들게 된다.

애플에서 내놓은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 측면(왼쪽)과 윗면.

애플과 반대의 정책을 가진 아마존과 구글은 항상 동일하게 ‘공유와 개방’이라는 키워드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AI스피커 아마존 에코는 서드파티 개발사들과 함께 연구하며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많은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홈은 구글 검색으로 방대하게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음성인식률을 높이고 있으며, 스마트홈을 겨냥 다양한 기업들과 제품 연동 및 제휴를 확장해 가고 있다. 아마존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방대한 구글 생태계와 연계됐다는 점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수많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자료와 개인화된 정보, 다양한 서드파티 앱들과 연계해 확장성을 고려하는 부분은 국내 기업들도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포인트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가전제품에 개방형 API를 적용, 여러 스마트홈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계열사 서비스만 가능하도록 한 인공지능 제품들은 빠른 시일 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보편화된 기능의 확장

현재 대표적인 인공지능으로는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어시스턴트, 애플의 시리, 패이스북의 챗봇, MS의 코타나, SK텔레콤의 누구, KT 기가지니,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의 카카오I, 삼성의 빅스비 등 국내외 10개 정도가 존재한다. 중국의 샤오미, 알리바바, 제이디닷컴과 다른 중소기업을 포함하면 그보다 더 많지만 시장의 90% 이상을 구글과 아마존이 점령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이 탑재된 스피커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 이유는 하나의 인공지능이 여러 개의 제품으로 등장하거나 제조사와의 제휴로 스피커에 탑재해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삼성이 새로운 스피커를 등장시켜 갤럭시폰을 충전하기 위해 꽂아 놓는 것만으로 빅스비를 인공지능 스피커로 전환해 실내에서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 많은 제품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휴대폰의 기능을 음성으로 구동시키는 데 집중된 서비스도 있고, 메신저 기능 컨트롤을 강점으로 가진 서비스도 있다. 집안의 가전제품들과 연계해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있으며, IPTV 전용 제품으로 개발된 스피커도 있다. 특정 기능을 원해서 사는 경우에는 이런 특징들이 매우 중요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이 활용하게 만들기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이 보편화된 기능의 확장이다.

국내 통신사, 제조사, 서비스 기업들이 내놓은 6개 브랜드 제품을 사용해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말을 잘 못 알아듣는 부분은 하드웨어 개선과 시스템 개발을 통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툭하면 나오는 “죄송합니다.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네요”라는 답변은 정말 못 하는 게 많다는 것을 강조해 관계를 단절시켜버리고, 사용자들이 몇 번 시도하다 포기하고 아예 관심을 두지 안는 상황을 만들기 쉽다. ▷관련기사: AI 스피커 4자 대담

클라우드를 통한 음성검색 환경을 최대한 빠르게 확장하지 않는다면 말로 작동되는 단순 컨트롤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확장성이 없는 폐쇄적인 시스템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제품 구매 아닌 생태계 입성

최근 젊은층을 대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가장 선호하는 제품을 꼽으라고 하면 블루투스 스피커라고 한다. 하나쯤 있지만 하나 더 갖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점차 바뀌고 있다.

눈이 어두워 카톡을 잘 못하시는 부모님께 카카오미니를 선물한다. 기능적인 면을 비교분석했다기보다 캐릭터가 귀여워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구매해 전달했지만 따지고 보면 스피커뿐만 아니라 그 사람에게 새로운 습관을 선물한 것과 다름없다. 처음엔 사용법을 몰라 여러 번 설명을 들어야겠지만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생태계 형성을 위한 매우 무서운 접근법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물건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산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얘기다. 하나의 제품을 소유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인공지능 생태계에 들어서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어떤 기업은 대단히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프린터를 팔 때 잉크를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프린터를 매우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각 가정마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최소 한 대 이상씩 들어설 날도 머지않았다. 가격을 비싸게 받아 디바이스로 수익을 창출할 게 아니라 제휴와 협약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 각 가정에 빠르게 침투해야 할 시기이다. 사람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 친구 같은 존재로 먼저 들어서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포석이 될 것이다.

캐스트 어웨이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무인도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윌슨이라는 배구공을 선택했다. 함께 대화를 나누며 혼자만의 외로운 시간을 윌슨과 대화하면서 보낸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미래의 윌슨이다. 싱글족이 많아지면서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은 매우 제한적으로 바뀌고 있다. 젊은층의 결혼과 관련된 이슈뿐만 아니라 의학 기술의 발달로 실버층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때 찾을 수 있는 윌슨이 바로 인공지능 스피커다. 싱글라이프에 맞는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추가될지 고민해볼 대목이다.

사람 따라 성장하는 AI

2030년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해 보자. 지금 각각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인간의 나이로 환산한다면 몇 살로 표현 가능할까? 에코는 8살, 구글은 빨리 성장해서 현재 12살의 지능을 갖고 있다. 이들 중 어느 수준의 AI가 더 많은 이들에게 선택받을까?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일반적으로 2년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도 그럴까? 10년 동안 같은 AI와 동거를 했다면 비슷한 취향, 같은 혈액형의 사람을 만났을 때보다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지 모른다.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취향, 패션 스타일, 좋아하는 음식, 선호하는 TV채널까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각자의 친구가 되는 인공지능을 택하고, 머잖은 미래엔 인공지능끼리 대화할 수도 있다.

사용자들은 이런 대화를 나눈 것이다. “나는 똑똑한 ○○보다 감성적인 대화가 가능한 △△△가 더 잘 맞는 거 같아.” “나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이 더 잘 맞는 것 같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끼리 대화를 할 수도 있다. “우리집 사람들은 알람이 두 번 울리는 걸 싫어해.” “우리 주인은 퇴근할 때 할인쿠폰을 검색해. 그때 난 데이터 검색을 통해 타임할인 상품과 오늘만 할인 정보를 이야기 해주지.”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10년쯤 지나면 인공지능이 각 회사의 특징에 맞게 다른 성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쯤이면 사람의 혈액형처럼 ‘AI코드’를 만들어서 안정형, 주도형, 치밀한 계획형 등으로 구분해 각자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도록 도울 것이다. 배우자는 코드가 안 맞아서 평생을 후회하며 살지 몰라도 AI는 쉽게 바꿀 수 있다. 다만, 집에 연결된 제품들이 많아서 다른 인공지능을 선택했을 때 가전제품도 그 코드에 맞춰 모두 바꿔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순 있다.

20,30대 두 남녀가 결혼을 한다는 건 그냥 만남이 아니라 20,30년이란 인생이 결합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스피커가 우리 생활에 들어와 10년을 함께 한다면 10년이라는 시간의 동반자가 되는 셈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눌까? 어디까지 내 정보를 공유할까? 스마트폰은 이미 내 신체정보의 스캐너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시작과 끝은 우리 선택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한승재

웨버샌드윅 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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