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콘텐츠팀 시동, 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팀 시동, 왜?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4.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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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인기 힘입어 동남아 공략 위한 추가 콘텐츠 확보…공격 행보에 방송업계 주목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 3년째를 맞아 10여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해 서울 상주팀을 꾸린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넷플릭스가 한국 상주팀을 5월부터 가동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수는 10만명 선으로 2016년 1월 한국 진출 당시 기대감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콘텐츠를 더욱 강화해 브랜드 영향력을 높이고, 이를 발판 삼아 동남아 등 글로벌 공략에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넷플릭스는 올해 안에 10여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해 서울 상주팀을 꾸릴 예정이다. 5월부터 업무를 시작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직원 채용공고를 올렸다.

팀 명칭은 ‘콘텐츠팀’이다.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이미 제작된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배급, 라이선스 계약 등을 담당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넷플릭스 한국 업무는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AP) 본부에서 맡아왔다. 그러나 점점 커지는 한국 콘텐츠 시장 수요에 맞춰 상주인력을 두기로 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직원 채용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면 된다”며 “우선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세계적으로 괜찮아서 이를 강화하려는 측면, 그 다음은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 회원들에게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이 같은 움직임을 동남아 등 한류 인기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지상파에 편성되기 어려운 장르인 판타지물을 비롯,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들도 소화해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자로 꼽힌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 제작사들은 해외 진출 교두보가 필요한데 넷플릭스와 결합하면 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며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다수의 한류 콘텐츠를 확보해 동남아 등을 손쉽게 공략할 수 있기에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방송사들 서로 다른 셈법

넷플릭스가 한국형 콘텐츠 강화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경쟁하는 국내 방송사들의 대응 전략이 달라 눈길을 끈다. tvN과 JTBC 등은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협력관계에 나서는 반면, 지상파 3사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이는 푹TV, 옥수수 등 자체 동영상 OTT(Over The Top, 인터넷 망을 이용한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하는 지상파들이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더라도 수익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넷플릭스는 세계적 사업자이다 보니 콘텐츠 값을 쳐줄 때 그다지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는다. 드라마 1편을 제공하는 사업자나 100편을 제공하는 사업자나 ‘1편당 얼마’ 식으로 비슷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관계자는 “우리는 업력이 오래돼 해외에 직접 수출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고, 세계 100여곳에 수출된 좋은 선례도 있다”면서 “굳이 도매금으로 콘텐츠를 가져가는 넷플릭스와 거래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 예능 ‘범인은 바로 너!’에 출연하는 유재석. 넷플릭스 제공

반면 tvN, JTBC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 연이어 좋은 콘텐츠를 내놓으며 호평받고 있지만 비지상파 채널의 특성상 콘텐츠 인벤토리가 적어 해외 바이어에게 어필하기엔 역부족이다.

tvN의 경우 티빙이란 OTT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이 플랫폼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티빙으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해외는 일단 넷플릭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작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려면 기본적으로 물량이 받쳐줘야 하는데, 아직까진 쌓아둔 킬러콘텐츠가 많지 않아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디스카운트를 만회하려면 국내 시청률을 많이 높이던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해외바이어에게 유의미한 거래처가 되야 하는데, 둘 다 쉽진 않으니 넷플릭스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우회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한국에 공식 진출한 이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5000만 달러(560억원)를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천계영 작가의 웹툰 원작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김은희 작가의 판타지 사극 ‘킹덤’ 제작에 들어갔다. 또한 유재석이 출연하는 ‘범인은 바로 너!’를 첫 번째 예능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5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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