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말한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덕분에”
워킹맘이 말한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덕분에”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04.12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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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업계 워킹맘 방담 下]
김영신 메드트로닉 메니저, 장아영 에델만코리아 수석부장, 유승민 HP아시아 매니저
기업 내 워킹맘 제도,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업무 조율, 그리고…

[더피알=정수환 기자] 코로나 시대가 강제로 안착시킨 재택근무. 이는 워킹맘들에게 아이와 시간을 좀 더 풍족히 보낼 수 있는 행운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업무를 온전히 성립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안팎에서 이해관계자와 업무 조율이 많은 커뮤니케이션 분야 종사자들에겐 현실적 어려움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전보다 육아와 일의 밸런스를 더 조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워킹맘들은 회사 내 다양한 제도들을 활용하며 생로를 모색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업계 워킹맘들의 수다에 이어...

요즘에는 기업 내 워킹맘들을 위한 제도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제도가 있는지, 그 제도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장아영 수석부장(이하 장) :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와 육아휴가를 1년 4개월 가졌는데요. 복직할 당시 아이가 13개월이었고, 그때부터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죠. 그런데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와 시간을 좀 더 보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국가에서 해주는 ‘육아기단축근로’를 활용해 2시간 정도 일찍 퇴근하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냈죠. 또 코로나 이전에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상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이게 저와 저의 아이에겐 너무나 큰 혜택으로 다가왔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아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늘릴 수 있었죠.

유승민 매니저(이하 유) : 제도 자체도 굉장히 많고 코로나 이전에도 강요된 출퇴근 시간이 없어 굉장히 유연하게 일할 수 있었어요. 저는 회사와 집의 거리가 멀어 보내지는 않았지만 어린이집도 있고, 1년에 한 번씩 아이들이 회사에 와서 부모님이 어떤 일을 하는지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죠. 워킹맘을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워크앤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위한 제도들이에요. 그런데 이런 다양한 제도들을 뒷받침해주는 건 문화더라고요. 이런 제도들이 있으니 사용하라고 독려하는 문화가 HP 내에 있어요.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회사의 배려 아래 이전처럼 길게 육아휴직을 갖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답니다.

또 HP에서는 ‘다양성, 공정과 포용(Diversity, Equity & Inclusion)’만을 담당하는 조직이 따로 있고 이에 대한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사내 여러 모임을 만들어 그들이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유도하는데요. 성별, 연령, 성 정체성, 장애, 다문화 등 여러 집단의 BIN(Business Impact Network)가 각 사이트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리고 BIN 중 하나인 WIN(Women’s Impact Network)이 HP 내에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정말 많은 힘을 얻어요. 각기 다른 부서에 있는 다양한 여성 동료분들과 어떤 행사를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해 나가는데 같이 으쌰으쌰 하고, 또 고민도 나누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회사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독려해 주는 것이 회사 소속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정말인 것 같아요. WIN 멤버와의 교류 속에서 제가 더 많이 성장하고, 또 때로는 위로도 받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김영신 매니저(이하 김) : 일과 가족과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유연함’이 수반돼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따라서 기업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메드트로닉은 금요일 오후에는 근무하지 않는데요. 그 시간에는 캘린더블록을 설정하고 서로 특별한 일 없으면 연락하지 말고, 미팅을 잡지도 말자고 해요. 그래서 이 시간에 아이와 좀 더 놀기도 하고, 다른 아이 엄마들을 만나며 정보도 교류하곤 해요.

또 회사에서 가족과 시간 보내는 걸 워낙 중요하게 생각해서 개인 연차를 쓰지 않고 쉴 수 있도록 작년 말 3주간 회사가 클로징(Closing) 하기도 했어요. 장기간 아이와 시간을 보내니 리프레시가 되고 다시 열심히 일할 마음이 들더라고요. 또 저희 회사가 의료기기 업계에서 다신 없을 복지로 유명한데요.(웃음) 아침도 주고, 점심도 주고.. 소소한 복지부터 시작해서 학자금, 주거 비용 지원 등 다양한 복지가 촘촘히 존재해요. 이런 걸 보며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요즘은 이런 것들이 하나의 ‘엣지’가 될 수 있게끔 많은 기업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방담은 줌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메드트로닉 김영신 매니저, 정수환 기자, 에델만코리아 장아영 수석부장, HP코리아 유승민 매니저

코로나 시대로 와서 또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을 응대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는 커뮤니케이션 업계 워킹맘들의 삶은 어떤가요.

: 재택근무가 지속되다 보니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패턴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서 생기는 긴장감과 설렘이 있는데 그 부분이 좀 사라진 게 아쉬워요. 특히 저는 커뮤니케이션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업무 상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데 이러한 부분이 줄어든 것이 좀 힘들기도 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도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하는 기자간담회, 인터뷰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고요.

: 제가 대면을 해야 하는 분들은 회사 구성원분들인데요. 원래 대면으로 진행되던 것들을 많은 부분 디지털로 옮기고자 굉장한 노력을 했어요. 가령 리더와 직원 간의 미팅 자리를 인터넷 라디오 방송처럼 꾸린다든지, 실시간 채팅을 통해 질문을 받는다든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가 있으면 재택근무가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출근을 택하거나 카페로 도망친 적도 있고요(웃음).

: ‘코로나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재택근무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아이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그렇지만, 저는 에이전시에 있다 보니 상당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대면으로 접촉해왔는데요. 이것들이 비대면으로 처리되면서 이보다 더 효율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동하면서 버려왔던 시간을 오롯이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고요. 그런데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제안해야 하는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고민이 늘어나기도 한 거죠.

동료나 선후배에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는 게 있을까요.

: 워킹맘이 아니신 분들에게 과연 워킹맘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말 잘 배려해주시고 감사한 일이 많지만 가끔은 충분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애가 옆에 있어서 너무 정신이 없어’라고 흘리는 한 마디가 과연 저 사람에게 이해가 될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제가 사회초년생 시절, 저의 매니저님이 아이 때문에 자리를 비우시고 저는 하염없이 자리를 지키며 기다렸을 때가 있는데요. 그분이 갑자기 돌아와서 ‘미안해. 우리 애기가 잠을 안 자서’라고 하시는데 그때는 전혀 이해를 못 했어요. ‘왜 애가 잠을 안 자는데 일을 못 하지? 내일이 최종보고인데 뭐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지금 애를 낳고 되돌아보니 그분들은 정말 대단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커리어를 유지하고 전문성이나 역량을 발휘해 인정을 받으셨던 나의 선배님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그때 보내드리지 못했던 응원을 이제야 인터스텔라 속 주인공처럼 후회하며 보냅니다. 제가 너무나 의연하게, 씩씩하게 워킹맘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저에게 선례를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국의 워킹맘들 파이팅!

: 아직 저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기를 같이 버텨내는 동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비단 아이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좀 더 포용력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부드러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조금씩 더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분들을 포함해 같은 업계에 있는 워킹맘 커뮤니티가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특히 요새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도 많아지고, 사회가 워낙 다양하게 변하고 있으니 더 그런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워킹대디든, 전업대디든 본인이 행복한 방식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완벽한 엄마가 지금 되진 못해도 조금 더 장기적으로 바라봐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한 마디할 기회 드리겠습니다(웃음).

: 우리 애가 이 기사를 보려면 제가 스크랩을 해야 할 텐데요.(웃음) 아직 이 글을 보지 못하는 우리 5살 최재하. 지금처럼 맑고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고, 엄마 열심히 하고 있어. 물론 열심히 안 할 때도 있는 엄마지만 어쩌겠어. 내가 너의 엄마인걸. 하지만 내가 너를 가장 사랑한다는 건 확실하단다.

: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리고 지금 엄마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처럼 커서도 너무 멀어지지 말자(웃음).

: 우리 동아. 지금처럼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고. 넌 내꺼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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