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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현장] 리모와가 다시 여행을 말하는 법
[마케팅 현장] 리모와가 다시 여행을 말하는 법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1.10.14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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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_리모와 한남동 팝업전시회
리모와 팝업스토어 입구. 사진: 정수환 기자

[더피알=정수환 기자] 해외 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는 네 글자와 멀어진 지 어언 2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가 불러온 여행과의 격리는 점점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인종차별 등으로 인해 과연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도 여행을 안전하게 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누군가 ‘아니야. 곧 여행을 갈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줬으면, 확신을 주었으면 하는 나날들이 계속됐다. 확신 없이 불안함만 커지는 상황에서, 여행 가방 브랜드인 리모와가 한남동에 팝업 전시회를 진행하며 다시 여행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한남동으로 향했다.

'여행은 한 권의 책이다'라는 테마로 전시가 진행됐다. 사진: 정수환 기자

장소에 도착하니 길쭉한 컨테이너같은 건물에 팝업이 위치해있다. ‘여행은 한 권의 책이다(Travel is its own book)’라는 이번 팝업의 테마가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왜 여행이 한 권의 책인가 고민하다가, 이 전시의 성격을 떠올렸다. 리모와가 그동안 만든 아카이브를 보여주는 것이 이 전시의 목표 중 하나라고. 그렇다면 결국 ‘리모와=여행’이며, 책만큼의 기나긴 역사가 쌓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일까. 의문을 품은 채 내부로 향했다.

코로나 시국이기에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입장했다. 그리고 마주한 리모와의 역사. 별 차이 없는 가방의 나열이 지겹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략적으로 리모와가 생산한 특이한 가방만을 전시해놨다. 팝업 내 직원이 전시품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해를 도왔다.

리모와가 제작한 특이한 가방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커다란 첼로나 바이올린을 넣을 수 있는 오케스트라 가방부터 시작해 보물을 담을 수 있는 케이스, 냉장 역할이 가능한 가방도 있었다.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들고 다닌 가방, 라디오 기능이 탑재된 가방, DJ들을 위한 LP 가방 등 신기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물론 아이코닉(iconic)했던 리모와의 대표 가방들 역시 중간중간 전시돼 있었다. 콜라보만 했다 하면 완판되는 브랜드답게 콜라보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코너도 보인다. 디올, 오프화이트, 슈프림 등과 협업한 그림의 떡 같은 가방들을 보고 입맛만 다셨다. 나름대로 꾸준히 전형성을 깨 왔고 그 역할을 한정 짓지 않았음을 전시를 통해 증명하는 듯하다.

다음 칸으로 넘어가니 지하철 내부와 지하철 역을 테마로 예쁘게 전시된 리모와 제품들이 보였다. 특이한 제품은 정적으로 전시하고, 일반적인 제품군은 좀 더 다양한 장치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끔 한 전략이 돋보였다. 힙해보이는 마네킹과 제품이 잘 어우러졌다.

지하철과 힙한 마네킹, 그리고 리모와 가방이 전시돼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지하철과 힙한 마네킹, 그리고 리모와 가방이 전시돼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가방 전시만 계속된 것은 아니었다. 기자의 시선에 강렬하게 다가온 건 ‘Never Still’이라는 브랜드 캠페인이었다. 가방만 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행을 향한 욕구가 캠페인을 만나니 비로소 샘솟기 시작했다. 해당 캠페인은 미국의 유명 가수이자 펑크의 대모로 불리는 ‘패티 스미스(Patti Smith)’의 시(詩)가 중심이다. 스미스는 리모와를 위해 브랜드 시인을 자처했고 아름다운 한 편의 시를 작성한 것이다.

“여행은 한 권의 책입니다. 우리가 기억 속에서 필름으로 직은 이미지들은 나뭇잎을 형성합니다. 이를 뒤집으면 삶의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우리는 새 페이지를 추가하기를 갈망합니다. 우리는 탐험하기를 갈망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광경을 갈망합니다. (후략)”

앞서 팝업스토어 외관에 쓰여있던 문구의 의미를 알게됨과 내용에 깊이 공감됐다. 기자의 여행이라는 책은 2018년 이후로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갈망도 잠시, 길어지는 팬데믹 탓에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었는데, 이 시를 보니 마음속 깊은 갈망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브랜드 캠페인의 주축이 된 네 명의 셀럽. 사진: 정수환 기자

패티 스미스 외에도 해당 캠페인에는 가수 리한나(Rihanna),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가 등장한다. 각각의 셀럽들은 자신이 어떤 목적으로 여행하는지 밝힌다. 가령 리한나는 ‘여행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했고, 르브론 제임스는 ‘여행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라 했다. 로저 페더러는 “여행은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라고 정의했다.

직원이 캐리어에 물품을 수납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직원이 캐리어에 물품을 수납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직원들이 꽤 상주해 있는 것을 보니 마지막 공간은 체험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번째 파트에서는 직원이 차곡차곡 리모와 캐리어 안에 짐을 열심히 수납 중이었다. ‘저 옷이, 저 바지가 다 가방 안에 들어간다고?’란 생각에 마치 마술쇼를 보는 어린 애처럼 푹 빠져서 그 과정을 지켜봤다. 그동안 여행 가면 아무렇게나 캐리어에 옷을 쑤셔 넣었던 자신을 반성했다. 다음 여행은 정리의 달인인 곤도 마리에에 빙의될 것이라 다짐했다.

그런데 캐리어의 성능을 보여줄 때는 수납 능력보다는 얼마나 튼튼한지를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다. 굳이 시연을 통해 수납 과정을 보여주는 이유가 궁금해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은 “수납을 도와주는 팩 역시 리모와에서 생산하고 있기에 홍보를 겸하고 있다”고 했다. 의미 없는 행동은 없구나 싶었다.

두 번째 파트에는 DIY 네임택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코너와 스티커를 판매하는 코너가 있었다. 때마침 한글날을 맞이해 리모와에서 한글 스티커 북도 발매했다고. 의미 있는 구매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본체가 없는데 스티커는 무슨 소용인가 싶어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리모와를 상징하는 스티커와 러기지백. 사진: 정수환 기자

마지막 파트에서는 큐알코드를 통해 간단한 설문을 하면 포스터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설문은 앞서 언급한 셀럽 4명의 여행 스타일 중 당신이 추구하는 여행과 가장 가까운 것은 어느 것이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포스터는 별로 필요 없었지만, 이들이 전시를 통해 보여준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으는 고객 데이터에 일원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참여했다.

그렇게 공간에서의 모든 여정이 끝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권의 책을 표방한 전시답게 책 같은 기승전결이 돋보이는 전시였다. 특이하고 다양한 캐리어를 보며 잊었던 여행에 대한 설렘을 다시 장착하게 하고, 추후 여행을 갈 거라면 어떤 마음으로 갈 것인지 물어본 다음, 여행의 세부 준비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에 존재한 리모와는 여행을 함께 가는 친구처럼 느껴졌다. 팝업스토어를 나선 뒤 다음 행선지가 인천공항이었으면 좋으련만, 이내 닥쳐온 현실을 무겁게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지난 여행에 대한 기분 좋은 회상과 앞으로 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며 집으로 가는 길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단 6일간 진행된 짧은 전시기도 하고, 기사로 노출이 하나도 돼있지 않아 그 PR 방식에 있어 아쉬움이 남긴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느 정도 팬덤이 있는 고급 브랜드의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만족스러운 콘텐츠 때문인지 우리를 좋아한다면 알아서 찾아오라는 그 자신감이 그다지 얄밉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무쪼록 다음 해외여행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리모와가 북돋아준 용기를 토대로 좀 더 인내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금방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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