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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의 뷰스] 고달픈 백수(白壽)와 백수(白手)의 시대

  • 기사입력 2024.06.13 15:20
  • 기자명 신아연 객원기자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백수(白壽)와 백수(白手)의 시대, 우리사회 난맥상의 무거운 키워드다. 대책 없는 백수(白手)로 인해 역시 대책 없는 백수(白壽)가 고달프다. 미래대책이 없는 청년실업자들이 100세 시대를 앞둔 부모의 노후대책을 발목 잡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걸렸던 시동이 맥없이 꺼진 일. 성인자녀들이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 둔 탓이다. 그렇다고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무작정 일을 놓았고 당장의 돈도 앞날의 꿈도 사그라들었다. 백수(白壽)와 백수(白手)가 함께 출구 없는 미로에 갇혔다.

고군분투, 천신만고 끝에 취업의 좁은 과녁을 어렵사리 뚫어 놓고는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나 공무원 직을 고작 1, 2년 만에 ‘때려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청년들. 최근 한 시사프로그램에 의하면 일을 하지도,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는 청년이 무려 70만 명에 육박한단다.

벌어놓은 돈은 바닥이 났고 실업수당도 곧 끊길 판이니 결국 다 큰 자식들을 다시 부양해야 하는 부모들은 속이 에고 애가 탄다.

자식 생계 때문에 본인들이 일을 해야하는 부담뿐 아니라 시나브로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자식들을 속수무책 봐야 하는 심리적 부담과 압박도 견디기 어렵다. 저러다 영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건 아닌가, 우울증이라도 깊어져 해선 안 되는 일을 저지르는 건 아닌가 생각조차 두렵다. 하루하루가 버겁고 갑갑한 백수(白壽)와 백수(白手)의 현실인 것이다.

5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5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청년실업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해서,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해서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다. 마냥 부모 밑에서 먹고 살도록 둘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가정이, 사회가, 나라가 붕괴를 맞을 것이기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식의 하나마나한 상투적 결론은 지면만 아깝다.

배부른 소리 작작하고 아무 일이나 하라고 다그쳐서 해결될 것 같았으면 애초 고립, 은둔청년을 걱정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직장이 놀이터냐, 사회생활이란 게 다 그렇지란 말이 설득력이 있었다면 “당장 죽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는 30대 초반 대기업 퇴사자를 그냥 붙어있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하소연을 다 들어줄 수도 없다. 들어주고 위로하는 것으로 문제가 사라지면 위로전담부서라도 꾸리겠다. 늙어가는 부모가 노후대책도 못하고 너 때문에 계속 돈을 벌어야 하지 않냐는 말도 자꾸 듣다보면 별로 미안하지도 않고 무감각해진다.

일단은 현실을 받아들이자. 사태를 희석시키지 말고, 합리화하지 말고, 자책하지도 말고 우선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그리고는 새로운 출발을 모색해보자. 다음 시간에는 직시에 이은 새 길을 함께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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