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신아연 | “실수하길 정말 잘했어요!”
친척 언니는 슬하에 아들 셋을 두었다. 셋 다 일찌감치 결혼했지만 손주는 단 한 명. 자녀 계획은 애초 셋 다 없었는데, 둘째 아들이 그만 ‘실수’로 딸 하나를 낳았단다.

“실수하길 정말 잘했어요.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요즘은 젊은 부부들한테 애 낳으라고 말하고 다닌다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낳는 건데.”
친척 언니의 ‘딸바보’ 둘째 아들은 그렇게 솔선하여 ‘출산 전도사’가 되었다. 그 말을 들으니 국가나 부모, 주변 어른들이 아닌 같은 처지의 당사자가 ‘자녀는 있는 게 좋다’며 경험을 직접 전한다면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부쩍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자녀를 낳겠다는 20, 30대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 세대들은 가사노동과 자녀돌봄을 아내와 남편이 같은 비율로 하며, 건강한 부부 대화 및 가족관계면에서 친밀도가 높다. 이 점이 자녀를 낳을 의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평균 희망 자녀 수도 1.5명이라니 지난 해 합계출산율 0.72명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물론 막상 낳아야 낳는 거지만 생각과 계획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애만 안 낳으면 1년에 최소 두 번은 해외여행을 갈 수 있잖아.” 몇 년 전 카페에서 옆자리 젊은 남자들로부터 우연히 들은 말이다. 양육비 세계 최고 나라의 국민다운 발언이라고 해야 할지. 그럼에도 그건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돈 때문에 자녀를 안 갖겠다는 것은 현실적일 순 있지만 옳은 판단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작금은 정부, 심지어 기업체까지 출산 장려금 정책을 쏟아내는 판인데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직접적 요인이 되지는 못하지 않나. 그때 그 남자들, 이제는 돈을 주니 애도 낳고 해외여행도 갈 수 있게 됐다며 마음을 바꿨을까? 모를 일이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부부간의 화목이며 공동체의 ‘함께’ 의식이다. 돈 있다고, 돈만 던져 준다고 낳을 생각이 없던 아이를 낳는 게 아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먼저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친척언니 둘째 아들의 ‘낳아보니 알겠다, 낳길 잘했다’는 생각은 실상 특별한 것도 아니다.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양육비, 돌봄 부담, 육아 스트레스, 경력 단절 등 그 어떤 이유도 생명 탄생 그 자체에서 오는 기쁨을 막을 수도, 우선시 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본능이자 자연현상을 언제까지 억누를 것인가 밀이다.
생명은 태어나야 하며 태어나기 마련인 것을. 마치 봄꽃과 여름의 신록처럼 터져 만개하는 생명을 막을 길이 없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