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신아연의 뷰스] 손절 권하는 사회

사자나 늑대가 될 것인가

  • 기사입력 2024.07.12 15:09
  • 기자명 신아연 객원기자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에 대한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다양하지만 여기, 현대인의 현실에 잘 어울리고 우리 마음에도 썩 드는 행복에 대한 정의가 있다.

“모든 행복의 시작과 뿌리는 먹는 것에 있다”는. 쾌락이 곧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말이다.

먹는 즐거움, 왕성한 식욕의 행복이 얼마나 크면 요즘은 생판 남이 먹는 것에서조차 행복을 느끼게 하는 ‘먹방’까지 있을까.

한사랑산악회 친구들과 초밥 먹방 대결을 하는 먹방 유튜버 쯔양
한사랑산악회 친구들과 초밥 먹방 대결을 하는 먹방 유튜버 쯔양

그러나 잠깐. 먹는 것이 행복의 원천임에는 분명하지만 먹는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먹을 것이냐에 있다는 말 앞에선 시무룩해지고 만다. 이래서 말을 끝까지 들어보아야 한다는 걸까.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고려하라. 친구 없이 식사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에피쿠로스의 말에서 혼자 식사하는 삶, 즉 친구 없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행복의 방점은 ‘먹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친구’에 있었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못 심각해진다.

‘나는 친구가 있는가’에 정직하게 대답해 보자. 아니, 그 전에 나에게 친구는 어떤 의미인지 자문해 보자.

나에게 친구는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친구는 어떤 의미일까

2030세대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매끈한 대처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생을 배워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배움을 놓친다면 이후의 삶 전체가 울퉁불퉁해질 우려가 있다.

유튜브 등 SNS에서 자주 접하는 ‘관계의 손절’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보다 더 무책임한 말도 없으면서 이보다 더 솔깃한 말도 없는 것 같다. 나와 맞지 않으면, 내게 득이 되지 않고, 즐거움을 주지 않고, 피로만 가중하는 관계라면 더 이상 친구라고 할 수 없으니 과감히 끊어내 버리라는, 이른바 ‘손절 권하는 사회’인 것이다.

친구는 어떤 의미인가. 내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손절만이 능사일까. 친구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존재이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봐 주지 않는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혼자서도 행복하다는 말은 그 점에서 거짓말이다. 무력, 권태, 절망은 나를 돌아봐주고 알아줄 누군가가 없기 때문에 찾아든다. 이런 상황에서는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친구가 없다는 것이 고민일 수 있겠다. 

나는 친구에게 나의 무엇을 내보이며 친구의 무엇을 중시하는가를 돌아보자. 그 기준은 ‘사랑’이다. 이 말이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친구관계, 우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거나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일 터. 다음 시간에는 우정을 이야기해보자.

포식자
포식자와 친구가 될 수 있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워드
#먹방 #친구 #행복
저작권자 © The PR 더피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