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 | 돈, 사랑, 명예, 인간관계 등 인생에서 추구하는 행복의 조건은 다양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건강을 최고로 여기곤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한 젊은 세대들도 돈보다 건강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분위기다.
젊은 시절부터 돈과 건강을 기꺼이 바꾸겠다는 사람들은 건강의 비용으로 과연 어느 정도까지 지출할까.

워싱턴포스트는 많은 MZ세대들이 운동을 재정적 우선순위로 여겨 수입의 상당 부분을 피트니스에 투자하고 있다고 6월 12일자 기사로 보도했다.
뉴욕증시 상장사인 미국의 헬스클럽 체인 ‘플래닛 피트니스’(Planet Fitness)에 30년간 근무하며 CEO까지 역임한 크리스 론도(Chris Rondeau)는 Z세대 멤버십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자칭 ‘Z세대 경제 전문가’인 테일러 프라이스(Taylor Price, 23세)는 소득의 약 5~10%를 건강과 피트니스에 지출하라고 조언한다. 금융 조언 영상으로 틱톡에서 110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한 프라이스는 “이 정도면 다른 중요한 재정적 책임도 지키면서 건강을 우선순위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는 자기 연령대의 사람들이 건강을 신체적 웰빙뿐 아니라 정신 건강과 동일시한다면서, 소셜미디어가 보여주는 피트니스 문화와 신체적 아름다움이 Z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뉴욕에 있는 사립연구대학 뉴스쿨(The New School)의 나탈리아 멜만 페트르젤라(Natalia Mehlman Petrzela) 역사학 부교수는 피트니스가 이제 “이러한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종류의 프로젝트와 깊은 연관성을 띈다”고 말한다.
미국인들의 운동 집착으로 인한 득과 실을 다룬 책 ‘핏 네이션(Fit Nation: The Gains & Pains of America's Exercise Obsession)’의 저자인 페트르젤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웰빙을 위한 지출은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D.C.에 거주하며 의료 기술 회사에서 일하는 니콜 맥밀란(Nicole MacMillan)씨는 체육관 회원권, 개인 훈련(PT) 또는 운동 수업에 매달 수천 달러를 지출하는 MZ세대 중 한 명이다.
맥밀란씨는 수입의 약 10%(연간 약 1만8000달러)를 운동비용으로 지출한다면서 “의심할 여지없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삶의 근간이 된 운동은 나 자신과 경쟁해볼 기회를 주고, 내가 세우고 뛰어넘을 수 있는 목표를 갖게 하며, 직업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자신의 성장과 성취, 새로운 기술 습득에 도움이 될 무언가가 필요해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친구들이 아이를 갖거나 키우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 자아를 쏟을 때, 나도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키울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26세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에밀리 거스리(Emily Guthrie)는 개인 트레이너와 체육관 멤버십 비용으로 세후 소득의 약 15%에 달하는 월 950달러를 지출한다. 그는 “운동을 하면서 핸드폰 화면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재택근무 중이라 체육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유일한 사교 시간이라는 그는 “기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좋은 식단, 수면과 함께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 온종일 소파에서 생활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운동을 하다 보면 인생이 더 버틸 만해진다. 부정적인 것들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출 내역은 거스리씨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많은 또래들이 월세에 지출하는 정도를 피트니스에 쓴다는 게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그는 털어놨다.

운동에 진심인 일부 MZ세대들은 건강 유지에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테네시 출신의 23세 여성은 연봉 5만5000달러 중 월 600달러를 체육관 회원권, 개인 트레이너, 호신술 수업에 썼다고 말했다.
비알콜성 지방간을 진단받은 이후 운동으로 66파운드(약 30kg)를 감량했다는 그는 ‘운동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에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할 것’이라 믿는다. “2년 넘게 옷도 안 사고, 심지어 생활비를 낮추려 직장에서 한 시간 거리인 저렴한 지역으로 이사도 했다”지만 결국은 빚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인플루언서로 활동중인 루카스 팩터(Lukas Pakter)는 2022년 6월 틱톡 영상에서 돈 없는 대학생 시절에도 LA의 체육관 멤버십 비용으로 매달 350달러를 썼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당시 은행 계좌에 약 500달러만 있었던 상태에서 상사의 집에 얹혀살면서까지 첫 달 비용을 지불했다.
해당 영상에는 불신과 조롱의 댓글이 많았지만 팩터는 개의치 않았다. 현재는 콜렉티브(Kollective)라는 회원 전용 체육관에 월 400달러를 쓴다. 운동이 몸뿐 아니라 인생 전체를 더 좋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헬스장에서의 우연한 대화가 인생을 바꾸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신의 체육관 멤버십은 ‘최고의 투자’였다고 말했다.
팩터는 운동복 브랜드 스퀴드하우스(SquidHaus)의 공동 창립자로 체육관에서 얻은 여러 인맥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게 믿는 이유에 대해 “특히 피트니스나 건강, 웰니스 분야에서 성공한 지역 사업가들은 모두 이 체육관에 간다”고 밝혔다.
그는 운동이 자신의 자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어렸을 땐 정신적으로 불안정했고, 자신감이 없으며 우울했다”는 팩터는 “체육관과 피트니스는 밖으로 나가서 조금 더 힘든 일을 시도해볼 자신감을 준다”며 “체육관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작은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