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피알=김경탁 기자 | “I'm lovin' it”이라는 불세출의 슬로건으로 맥도날드의 부활을 일으킨 전설의 마케터 래리 라이트(Marvin "Larry" Lawrence Light)가 6월 24일 미국 플로리다 보카 라톤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향년 83세.
유족에 따르면 사인은 파킨슨병에 의한 흡인성 폐렴이다. 가족으로는 아내 조이스 라이트, 딸 로라와 미셸, 형제 어윈과 브루스, 두 명의 손자가 있다. 래리 라이트는 조안 키든과 함께 브랜딩에 관한 네 권의 책을 공동 저술했다.
래리 라이트는 2002년 맥도날드의 글로벌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취임하던 당시에 이미 광고업계에서 20년 이상 브랜딩 전문가로 활동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맥도날드가 수익과 주가 하락 그리고 광고가 영감을 주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라이트는 대중 매체를 통한 대중 마케팅이 큰 실수라는 것을 인식하고,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말하지 않는 마케팅 메시지를 원했고, 주요 10개국의 14개 광고사를 초청해 글로벌 캠페인을 만들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DDB 월드와이드의 하이 앤 파트너에서 내세운 “I'm lovin' it”이 슬로건으로 선정되었다. 이 슬로건은 맥도날드를 사랑하는 이유와 그 음식이 삶에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를 상기시키는 글로벌 마케팅 계획의 일부가 되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출연한 미국 광고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지역별 스타가 출연하는 다양한 광고가 제작되었다. 이 캠페인은 큰 성공을 거두어 2004년 첫 3개월 동안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은 전년 대비 하루 평균 230만 명의 고객을 끌어모았다.

라이트는 2005년 맥도날드를 떠나 다시 아카추어로 돌아갔고, 이후 여러 회사의 자문역을 맡았다. 그는 맥도날드의 성공적인 캠페인 외에도 다양한 회사들의 전략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하며 브랜딩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별세 소식에 마케팅 업계는 글로벌 브랜드마케팅 업계에 큰 족적을 남긴 변화무쌍한 인물을 잃었다면서 애도를 전했다. 맥도날드 마케팅이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브랜디 마케팅의 방향성에 대한 그의 제시는 그 이상의 업적이었다고 관련자들은 회고했다.
지금은 널리 사용되는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도 래리 라이트였다. 그는 2004년 애드에이지(Ad Age) 컨퍼런스에서 단 하나의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강요하는 오래된 마케팅 방식에 반대하면서 이 개념을 소개했다.
래리 라이트의 개념 제시 이후 맥도날드는 전통적인 단일 메시지 대신,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청중에게 다차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 스트림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소셜 미디어는 물론 브랜드 뉴스룸이나 자체 콘텐츠 제작도 존재하기 전인 2004년에 라이트가 고안해 제시한 ‘관련성 높은 브랜드 만들기’는 브랜드들이 단순한 생각에 집착해 경쟁자들과만 싸우려던 전통적인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게 했고, 소비자와의 대화를 촉발했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마케팅이 소비자와의 대화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브랜드와 브랜드에 대한 사고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래리 라이트가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단어의 저작권을 주장하거나 그 제목으로 책을 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의 업적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전문지 애드에이지는 최근 올린 추모 기사에서 “현대 마케팅의 이면에 있는 라이트의 다재다능한 사고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카콜라의 으깨진 로고나 자기모순 팝타르트 같은 칸 수상자들에게서, 편집 콘텐츠를 만드는 브랜드들에서, 그리고 틱톡에서 전복하든, 스스로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브랜드들에서 그의 영향을 볼 수 있다”고 애드에이지는 지적했다.
애드에이지는 “라이트가 없었다면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가 있었기에 세상이 그러한 아이디어들을 더 일찍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대를 앞서 나갔고, 자신의 시대를 앞서 나가기 위한 레시피를 제공했다”고 회고한 애드에이지는 “오늘날, 브랜드가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고객과 연결하는 통찰력 있는 방법으로 전달할 때, 그 브랜드를 만든 팀의 노력을 상상하게 된다”며 “그리고 마케팅의 미래를 예견하며 길을 닦아온, 어두운 정장 차림의 겸손한 래리 라이트를 떠올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