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맥도날드 로고가 뉴진스 토끼로…브랜드의 야심찬 변주들

[이승윤의 DIGILOG] 플렉시블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대의 도래

브랜드 오랜 정체성 살리며 신선한 이미지 주는 전략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도 팝업스토어로 이미지 혁신

  • 기사입력 2024.06.24 08:00
  • 최종수정 2024.06.24 09:33
  • 기자명 이승윤

더피알=이승윤 | 디지털 기술의 진화에 따라 변화된 소비자의 영향력은 기업이 ‘브랜드’(Brand)를 키워나가는 방식에 근원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 기업들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일관된 포지셔닝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기업과 마케터 중심의 수직적인 마케팅 전략보다는, 소비자와 상호 교류하고 함께 연결되는 수평적인 마케팅 전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좀 더 상호 교류적인 관점의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토끼 모양으로  사진=맥도날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해 맥도날드는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를 대표하는 토끼 모양으로 로고를 변형해 뉴진스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예고했다. 사진=맥도날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맥도날드 브랜드 핵심 정체성을 보여주는 로고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상황과 시기에 따라 끊임없이 브랜드 로고를 변형시켜나가는 맥도날드(McDonald’s)의 브랜드 활용 방식이다.

맥도날드는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을 보여주는 로고의 코어 ‘골든 아치’는 살리되, 끊임없이 재미있는 변주를 주어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의 관심과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름 시즌에는 서핑 보드 같은 여름을 연상시키는 물건에 맥도날드 골든 아치를 더해 로고에 변주를 주는 캠페인을 벌인다.

한국에서는 2023년 3월 아이돌 그룹 ‘뉴진스’(NewJeans)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맥도날드의 골든 아치를 뉴진스의 대표 아이콘인 ‘토끼 모양’으로 변형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비슷하게 세계 최대 음료 기업 코카콜라(Coca-Cola)는 2024년 4월 ‘리사이클’(Recycle Me) 캠페인을 진행할 때, 코카콜라 로고를 심하게 일그러트려 제대로 읽기 불가능한 이미지 형태로 만들어 다양한 소셜미디어와 옥외 광고판 등에 내보냈다.

이 캠페인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쓰레기가 없는 세상’(World Without Waste)을 펼쳐나가는 데 코카콜라가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찌그러진 코카콜라 캔에서 얻은 이미지를 가져왔다.

남미 지역에서 진행된 ‘Recycle Me’ 캠페인 포스터 모음
남미권 국가들에서 진행된 코카콜라의 ‘Recycle Me’ 캠페인 포스터 모음

이 이미지와 ‘나를 재활용 하세요’(Recycle Me)라는 핵심 메시지를 통해, 코카콜라 캔을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동시에 로고 이미지가 읽기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어도 대다수 소비자는 붉은 배경의 이 로고가 코카콜라 것임을 인식할 수 있는데, 이는 140년 가까운 역사와 헤리티지를 가진 코카콜라 브랜드의 강력한 상징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효과도 만들어냈다.

과거라면 이렇게 로고를 읽기 힘들 정도로 훼손시켜서 캠페인을 하겠다는 시도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런 행위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의미 있는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로고 자체의 의미와 전달성도 희생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브랜드에 재미를 더하는 플랙시블 브랜드 아이덴티티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가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과 협업할 때, 아디다스 브랜드의 핵심 시그니처인 삼선과 불꽃 마크라고 불리는 트레포일을 과감하게 변형·해체하고 심지어 뒤집어서 큰 반향을 불러온 것도 이러한 사례다.

과거의 브랜드 전략은 주요 핵심 브랜드 로고를 만들고 가능한 한 오래 지속하며 해당 로고를 일관성 있게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인지시키는 것을 주 목표로 삼았다.

그런 이유로 브랜드 로고는 브랜드의 정수, 정체성, 가치, 역사를 담은 것이기에,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로고를 훼손하거나 해체하는 것은 선택하지 않는 길이었다.

이제는 일방향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것보다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핵심적인 브랜드 코어 이미지는 지키지만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해서 브랜드에 재미를 주는 ‘플렉시블 브랜드 아이덴티티’(Flexible Brand Identify) 전략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7년 전 진행한 아디다스와 알렉산더 왕의 콜라보레이션. 아디다스의 불꽃 마크가 거꾸로 뒤집어져 있다. 사진=알렉산더 왕 유튜브 갈무리
7년 전 진행한 아디다스와 알렉산더 왕의 콜라보레이션. 아디다스의 불꽃 마크가 거꾸로 뒤집어져 있다. 사진=알렉산더 왕 유튜브 갈무리

브랜드 로고를 사용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인 브랜드 헤리티지를 다루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자신의 오래된 헤리티지를 지키는 방향으로 브랜드 전략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스스로 브랜드 헤리티지를 해체하고 새로움을 전달하는 전략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종가집’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뉴 헤리티지 ‘종가’로 다양한 변화 선도

우리나라의 오래된 문화적 유산을 담은 대표 음식 하나를 뽑으라면 많은 사람이 ‘김치’를 이야기할 것이다. 김치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종가집’이라 할 수 있다.

1988년 개최된 서울 올림픽 이전에는 가정에서 김장 김치를 담그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였다. 당시에는 김치를 슈퍼마켓에서 사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일반 가정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김치를 세계에 알리고 상품화’하겠다는 정부 정책 아래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포장 김치 브랜드가 바로 ‘종가집’이다. 이후 종가집 브랜드는 35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내 포장 김치 시장 1위 자리를 확고히 지켜왔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브랜드가 올드해지고, 더 신선한 접근으로 다가오는 경쟁자들에게 점유율을 빼앗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2000년 김치 사업에 뛰어든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는 기존의 가성비만 강조하며 경쟁하던 포장 김치 시장에 고급 원재료를 사용해 제대로 담근 프리미엄 김치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등장해 시장을 흔들었고 빠르게 종가집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갔다.

닐슨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3%에 불과하던 CJ제일제당의 포장 김치 시장점유율은 2020년 들어와 37.5%까지 상승하며 41.5%로 1위를 기록한 대상 종가집 김치를 4.0% 차이로 바짝 뒤쫓았다.

이런 위기 속에 대상은 2022년, 30년 넘은 포장 김치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헤리티지를 가진 ‘종가집’이란 브랜드명을 ‘종가’(JONGGA)로 바꾸고 김치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새롭게 다양한 변화를 선도하는 뉴 헤리티지를 전달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자신의 뉴 헤리티지를 전달하고자 2023년 10월 국내 최초로 김치 팝업스토어 ‘김치 블라스트 서울 2023’을 오픈했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는 지난해 성수동에 김치 팝업스토어 ‘김치 블라스트 서울 2023’ 을 열었다. 사진=대상
대상은 김치 브랜드 종가의 팝업스토어 ‘김치 블라스트 서울 2023’ 을 열었다. 사진=대상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김치’ 하면 빨간 고춧가루에 양념된 배추김치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대상은 ‘종가집’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헤리티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김치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는 파격적인 경험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 보았다.

공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목적은 방문객들에게 ‘김치를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경험을 전달한다’였다. 공간을 방문하면 ‘김치에 상상력을 더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김치에 자유분방한 상상을 더해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김치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라는 환영 인사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실제 팝업 공간에 가면 김치 브랜드가 만든 공간이라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고 이색적인 체험이 주를 이루었다. 다양한 체험을 한 후 마지막에 시식 코너가 준비되어 있다.

단순하게 김치를 맛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김치를 재해석하고 파격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에, ‘아란치니’, ‘황금타르트’, ‘케이크’, ‘일상 꼬치’와 같이 김치와 안 어울릴 것 같은 음식들을 종가 김치로 만들어 제공했다.

맥도날드, 코카콜라, 아디다스처럼

이러한 음식과 함께 새롭게 출시한 신제품 ‘혹시? 김치’(HOXY? KIMCHI!)도 소개되었는데, 놀랍게도 신제품은 김치 파우더다.

김치를 뿌려 먹는 두 가지 파우더 형태로 판매하는 게 ‘혹시? 김치!’ 신제품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배추 형태가 아니라, 백김치와 빨간 김치를 동결 건조시켜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제공한 것이다.

월마트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혹시김치 시즈닝 소개 이미지
월마트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혹시김치 시즈닝 소개 이미지

이런 시식 코너를 운영하는 의도는 명백하다. 김치와 가장 거리가 있을 듯한 음식을 의도적으로 종가김치로 만들어 내놓아 ‘아, 김치는 이런 트렌디한 음식들과도 잘 어울리는 현대적 음식이구나’라는 생각과, 가볍게 뿌려 먹는 파우더 형태로 신제품을 출시해 ‘김치는 간편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화할 수 있는 세계적인 음식이구나’라는 생각을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오래된 전통을 가진 많은 브랜드가 종가처럼 기존의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헤리티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 브랜드가 오래되었다는 것이 긍정적이고 좋은 이미지만 전달하는 시대가 아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정체되고 오래된 브랜드 헤리티지는 오히려 브랜드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 뚜렷한 자기 개성을 가지고 디지털 세상에서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를 찾아다니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지금 맥도날드, 코카콜라, 아디다스와 같이 한때 세상을 주름 잡던 브랜드들이 그동안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를 스스로 앞다투어 변주하고 해체하고 새롭게 쌓아 올리는 이유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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