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준비 안된 바이럴은 독약? 한전ON의 행운과 위기

한전 모바일앱, 양대 앱마켓 금융 카테고리 1위…구글에선 전체 8위
폭염으로 전기요금 관심 속 백지영 유튜브서 언급되며 순위 급상승
가입자 몰리자 먹통 빈발해 불만도 폭주, 한전 “서버 문제…대응중”

  • 기사입력 2024.08.20 11:45
  • 최종수정 2024.08.22 11:01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 | 의도하거나 예상치 못한 계기로 벌어지는 ‘바이럴’은 PR이나 마케팅 담당자에게 큰 행운이지만, 몰려드는 고객들을 맞이할 충분한 준비가 없이 대박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 오히려 회사 이미지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꾸준히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서비스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인데, 이런 사례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밀어닥쳐 눈길을 끌고 있다.

한전의 모바일앱 ‘한전ON’은 글로벌 앱마켓 데이터 분석회사 센서타워에서 집계하는 앱 차트에서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양쪽에서 한국 금융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며 급부상했다. 전체 순위는 플레이스토어 8위, 앱스토어 27위다.

한전ON 앱의 인기에는 폭염에 따른 에어컨 사용 증가로 인해 전기 사용량 모니터링 필요성이 늘어났다는 점이 기본적인 배경으로 있지만, 최근 가수 백지영의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된 영향이 더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리스닝마인드 허블의 키워드 트렌드 그래프
90일 전에 비해 전기요금에 대한 관심 집단이 커져있다.
90일 전에 비해 전기요금에 대한 관심 집단이 커져있다.

어센트코리아의 검색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리스닝마인드 허블’ 데이터와 센서타워 자료를 비교해서 보면, ‘폭염’ 키워드의 상승이 ‘전기요금’과 ‘한전ON(혹은 한전온)’ 키워드에 대한 관심과 연동돼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지만 그래프의 상승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는 백지영의 80평 규모 자택 관리비에 대해 백씨가 스태프와 대화하던 중 한전 앱에서 실시간 전기요금이 확인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앱을 설치한 백지영이 8월 초까지 사용한 전기요금만 70만원 대가 나왔다는 것에 놀라는 모습이 전해졌고, 제작진은 망연자실 자포자기한 백지영의 모습 위에 8월 한 달분 전기요금으로 280만원 정도를 준비하면 되겠다는 자막을 달아 웃음을 자아냈다.

폭염으로 모두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문제는 공감과 화제를 불러모았고, 여러 언론사들이 이 에피소드를 전하는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백지영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해당 영상 썸네일
백지영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해당 영상 썸네일

센서타워 자료를 보면 애플 앱스토어 순위는 16일(당일 17위)부터 급상승해 17일에 금융 카테고리 1위(전체 27위)를 기록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17일부터 급상승이 시작돼 18일 금융 1위, 전체 8위를 달성해 양쪽 마켓 모두 20일 현재까지 순위가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인기 폭발을 한전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플레이스토어의 평가 및 리뷰 페이지를 보면 앱 사용이나 가입에 실패한 소비자들의 분노와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예상치 못한 인기에 대처할 수없을 정도의 서버 용량 문제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사용자들의 격한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19일 오후에는 데스크톱으로 접속하는 온라인 요금조회 페이지로까지 접속 지연이 나타나기도 했다.

19일 오후에는 데스크톱 사이트로까지 접속지연이 옮아갔다.
19일 오후에는 데스크톱 사이트로까지 접속지연이 옮아갔다.

앱 리뷰에는 본인인증을 아무리 해도 넘어가지 않는다, 백신 구동 단계에서 멈췄다 혹은 가입에는 성공했지만 요금 조회가 잘 안된다 등 다양한 불만이 제기됐고, 분노의 화살은 앱 관리를 넘어 한전이라는 기업 자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해 앱 사용량이 늘어난 상황이고, 백지영씨 기사로 예상치 못한 트래픽이 집중되면서 서버 과부하로 인해 일부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불만과 짜증이 담긴 별점 하나짜리 리뷰가 17일 이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올해 초 이후 꾸준히 올라왔다는 점.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의 안정성 혹은 서버의 안전성이 바이럴은커녕 폭염으로 몰려드는 고객들을 감당하기에도 충분치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6월 중순에 올라온 한 리뷰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경험’이라는 표현을 동원하며 격한 분노를 드러냈고, 별점 4개를 준 7월 10일자 긍정 리뷰에서도 앱 딜레이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있을 정도다.

이번 일이 ‘준비되지 않은 성공’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지, 혹은 신속한 대응으로 성공적인 사례로 남을지는 한전의 대응에 달려있다.

플레이스토어 리뷰 캡쳐
플레이스토어 리뷰 캡쳐

‘한전ON’ 앱 공개는 지난해 12월 10일. “한국전력공사(KEPCO)는 모바일 환경에서 한전의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전ON’이라는 이름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오픈합니다”라는 마지막 업데이트 안내가 이 날짜로 올라와있고 이후 추가 업데이트 공지는 없다.

“전기요금 조회·납부, 전기요금 계산, 청구서 변경, 복지할인 신청, 고객상담, 전기고장·위험설비 신고 등 전기사용 관련 정보조회 및 신청이 가능하며 챗봇 또는 1:1상담을 통한 문의도 가능”하다는 문구가 덧붙여져 있는데, 이전 ‘스마트 한전’ 시절에도 대부분 사용했던 기능이다.

한편 한전ON 앱정보에서 앱 출시일은 2012년으로 돼있지만 관련 앱의 전신이 처음 출시된 것은 2010년 12월로 추정된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한전은 한전ON 외에 △한전파워플래너 △변전소 출입신청 △전기가계부 등 총 28개의 앱(iOS 13개, Android 15개)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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