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피알=신아연 객원기자 | 자동으로 웃음이 연상되는 업체명 ‘빙그레’가 울상이 되었겠다. 1992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32년째 생산해 온 아이스바 ‘메로나’가 어이없는 굴욕을 당했으니.
빙그레 메로나는 경쟁 업체인 서주 메론바와 10년에 걸쳐 포장지 싸움을 벌였다. 서주가 빙그레를 따라 했다며, 서주를 상대로 유사 포장지 사용에 대해 소송을 했지만 법원 판결 결과는 빙그레의 패소였다.
이유는 멜론이란 과일 특유의 색깔을 특정 업체가 독점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즉, 연녹색 과육 도안을 아이스바 포장지에 넣는 것은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면 일반적인 발상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 판결에 대해 빙그레보다 더 어이없고 황당해하는 쪽은 소비자들.
“서주 메론바 불매운동을 불사하겠다”는 반응부터, “10년 동안 메론바를 메로나인줄 알고 먹었다, 왜냐하면 포장지가 워낙 똑같아서”, “멜론을 상징하는 색깔이 문제가 아니다, 디자인이 문제지. 이건 누가 봐도 표절이다. 대놓고 베겼다”, “오늘 비로소 메론바와 메로나가 다른 제품이란 걸 알게 됐다. 그간 메로나인지 메론바인지 구분하지도 못하고 먹었다” 등 한결같은 말로 빙그레가 억울하겠다며, 아울러 서주에게 댓글 뭇매를 쏟았다.
메로나와 메론바의 경우는 포장지의 디자인과 색상이 쟁점이었지만, 상표 형태는 물론, 상품 이름을 헷갈리게 붙이는 일도 만만찮다. 이른바 짝퉁 말이다.

필자에게는 실소를 넘어 파안대소하게 만든 짝퉁으로 ‘아놀드 파마’를 카피한 ‘아놀드 파라솔’이 잊히질 않는다. 아놀드 파마의 상징인 무지개색 파라솔 아래 버젓이 새겨져 있던 ‘아놀드 파라솔’이란 조야한 글씨체라니.
소비자 반응이 어떠하든 법정은 현행 관련법에 근거했을테니 판결은 논외로 하고, 시중에 멜론 맛을 낸 아이스바로는 메로나와 메론바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메론 아이스바에 관한 한 빙그레와 서주가 양분한다는 의미다.
맛이야 어차피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해도 서주 측은 그럴수록 포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을 썼더라면 소송 따위 당하는 일 없이 떳떳할 수 있었을 게 아닌가.
서주 메론바는 빙그레 메로나보다 더 근사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는 없었을까.
이번 판결로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후발업체로서 서주는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얍삽한 전략을 쓴 것에 회사 이미지를 갉아 먹히고 판매에 미치는 악영향까지 감수해야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