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사고(思考)의 복원으로 찾아가는 ‘건강한 삶’

[넛지디자인 캠페인]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DB × 공공소통연구소

  • 기사입력 2024.11.25 14:52
  • 기자명 이종혁

[편집자주] ‘넛지디자인 캠페인’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공공소통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칼럼으로 더피알이 양 기관 동의 하에 ‘디자인 DB’를 연계한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더피알=이종혁 | 외식이 늘어나고 더 나아가 배달문화가 일상이 된 결과가 가져온 생활문화의 변화 중 하나가 걷기 실천율의 감소다. 정부의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 등과 같은 거창한 정책과 무관하게 변화된 생활환경에서 복원시켜야 할 생활문화를 찾아내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또한 공공 영역 내에서 누군가가 수행해야 할 의무이자 역할이다.

‘사고(思考)의 복원’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부합되도록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타당할지 고민하는 것이 공공의 의무라는 말이다. 

KBS 국민건강 캠페인 티저 영상 캡쳐_©KBS 생로병사의비밀 x 공공소통연구소 
KBS 국민건강 캠페인 티저 영상 캡쳐_©KBS 생로병사의비밀 x 공공소통연구소 

건강은 나와 남을 위한 배려다. 계단 오르기에서 1층 배달받기 운동까지 
공공 커뮤니케이션 원칙 13. [공공의 이익이 개인의 이익이 된다는 논리 활용]

지난 2016년 공영방송인 KBS가 ‘계단을 오르면 건강이 올라갑니다’라는 국민건강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 좋은 예다.

당시 이 캠페인의 핵심적인 상징으로 활용되었던 계단으로 안내하는 픽토그램은 ‘공짜운동’이라는 계단이용을 촉진하는 습관변화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되었다.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해 개인에게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사적 이익’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상식의 복원이라는 것도 개인에게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행동을 개선하면 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제안을 할 때 가능하다. 그 제안의 주체가 공공기관이나 조직일 뿐이다. 

공익적 목적의 제안이 사적 이익과의 교집합을 확대할 때 작은 생활문화 캠페인이 퍼져 나갈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계단 이용하기를 주장하면서 너무 큰 담론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닐까”라는 성찰적 접근을 통해 도출한 메시지가 ‘공짜운동’이다. 그리고 작은 메시지를 엘리베이터 출입문의 눈높이에 부착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직관적 메시지로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지하 및 1층 ‘엘리베이터 주변(문과 버튼)’만을 특정해 메시지를 전달하면 커뮤니케이션 효율성 및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계단, 건강을 오르다 편과 함께 기획하여 배포했던 캠페인 스티커 ©공공소통연구소
KBS 생로병사의 비밀-계단, 건강을 오르다 편과 함께 기획하여 배포했던 캠페인 스티커 ©공공소통연구소

작은 하트는 계단을 오를 때 개인이 느끼게 되는 직관적 가치를 상징화한 것이다.

칼로리가 얼마나 소비되었는지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은 느끼게 된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알 수 있는 운동했다는 느낌, 심장이 뛴다는 그 자체의 만족감을 그대로 상징화한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우리는 멋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계단 이용하기에 ‘환경’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포장했다. 당장 체감되지 않는데 너무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칼로리' 소비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때론 기부라는 거창한 구호까지 활용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개개인의 계단이용이 활성화된 이후 가능한 제안들이다. 그래서 조금은 이기적이고 직관적 소통을 통해 계단 이용하기 문화 확산을 위한 메시지와 스티커를 제작한 것이다.

서울시 2021 계단오르기 캠페인 '서울산 오르듯 계단이 좋습니다' ©서울시 x 공공소통연구소
서울시 2021 계단오르기 캠페인 '서울산 오르듯 계단이 좋습니다' ©서울시 x 공공소통연구소

2021년 서울시의 ‘서울산 오르듯 계단이 좋습니다’ 캠페인도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개발된 메시지다.

개인의 일상을 계단에 투영시키면서 공짜운동이 경제 이익을 강조한 것이라면 주말에 산 오르듯 계단이 좋다는 메시지는 시간 이익에 초점을 맞춰 행동 변화 유도에 도전한 사례다. 

 

금연을 알리는 커뮤니케이션 본질 찾기. 픽토맨과 금연 종이컵 
공공 커뮤니케이션 원칙 14. [필수적인 매체나 소재를 통한 핵심 정보전달]

효과를 반감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이 반복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그 대표적인 예가 금연 안내문이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에 따라 실내외 금연구역이 확대되었다. 이후 나타난 변화가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입구를 비롯한 공공장소 곳곳에 빨간색의 금연 안내문이 게시되었다.

2016년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에 따라 실내외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과태료가 부과되면서 이를 강조한 부천시의 통합된 금연 안내문. ©공공소통연구소 x 부천시 
2016년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에 따라 실내외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과태료가 부과되면서 이를 강조한 부천시의 통합된 금연 안내문. ©공공소통연구소 x 부천시 

그 핵심 내용은 금연구역 내 흡연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자체별로 금연 안내문을 제작하다 보니 같은 시 단위 지자체 내에서도 구 단위로 각양각색의 금연 안내문이 공공장소에 넘쳐나게 되었다.

과태료 부과 여부가 핵심적인 정책 변경의 내용이며 흡연자 입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요소인데 해당 내용은 자세히 관찰해야 볼 수 있도록 제작된 안내문이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 아니라 기존에 익숙한 메시지만을 반복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때로 익숙함은 수용자의 주목도를 낮추고 유사 메시지의 무질서한 반복은 시각적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당시 “금연안내문 때문에 오히려 거리가 지저분해 보인다”는 공중의 반응은 예측 가능한 반응이다.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픽토맨 금연 안내문 ©공공소통연구소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픽토맨 금연 안내문 ©공공소통연구소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기존 금연 마크를 의인화한 픽토맨을 매개로 과태료를 강조한 것이 당시 부천시 보건소가 시 전체에 적용했던 금연 안내문이다. 기본 요소인 금연 마크를 친근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과태료라는 저항 요소가 포함된 메시지의 수용도를 제고시켰다. 

반대로 공공 캠페인 중 특정한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상담전화번호(금연 상담전화 등)와 같이 대상이 되는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는 반복 노출을 통한 암기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일상의 습관적 행동 안에 반복적으로 메시지가 노출되도록 기획되어야 한다. 동일 금연 메시지를 흡연자의 작은 습관 하나에 주목해 제작한 것이 금연상담전화서비스(1544-9030) 테이크아웃 커피컵이다.

흡연자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태우고 빈 컵에 꽁초를 버리는 습관에 주목해 컵 안쪽에 캠페인 메시지를 인쇄했다. 

금연 독려 메시지 인쇄 종이컵. 2016년 당시 국립암센터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공장 등 다양한 민관 조직들이 이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캠페인을 전개했다. ©공공소통연구소
금연 독려 메시지 인쇄 종이컵. 2016년 당시 국립암센터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공장 등 다양한 민관 조직들이 이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캠페인을 전개했다. ©공공소통연구소

‘혹시 이 컵에 흡연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면 1544-9030으로 상담해 보세요. 오랫동안 건강하게 아메리카노 한 잔의 즐거움을 이어가기 위해’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잉크를 사용했고 글씨를 인쇄한 후 한 번 더 코팅을 입혀 잉크 성분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했다.

이런 기술적 방안 이외에 컵 바깥쪽에 있던 메시지를 안쪽으로 옮긴 것이 공공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디자인한 유일한 요소다. 일회용 컵 바깥 면에서 안쪽 면으로 메시지 위치를 바꾸고 나니 공공 캠페인이 되었다. 

 

소금은 반 만 넣어 드세요. 나트륨 줄이기를 위한 약 봉투  
공공 커뮤니케이션 원칙 15. [공공가치에 부합하는 소재 발굴 및 활용]

우리 식습관 중 정부가 나서 문제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는 과제 중 하나가 ‘나트륨 줄이기’다. 김치나 젓갈 등 전통적인 반찬뿐 아니라 배달음식 또는 가정 간편식의 증가는 나트륨 줄이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따라서 식품에 포함된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도록 하는 추가적인 행동습관을 학습시켜야 하는 중장기적인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과제다. 이런 과제일수록 실제로 목격하거나 경험하는 현장에서의 작은 캠페인 콘텐츠가 매우 유용한 [설득 소재]로 기능할 수 있다. 

나트륨 줄이기라는 거창한 구호 보다 실제로 소금을 직접 넣어 식사하는 식당에서 사람들이 소금에 대해 한 번 정도 생각하도록 하는 방법만 찾는다면 흥미로운 캠페인 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나트륨 줄이기와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주체는 주로 의료인들이다. 결국, 건강을 생각해서 덜 짜게 먹자는 것이다. 누구나 병원에 다녀오게 되면 늘 손에 쥐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약 봉투다. 이 약 봉투에 반 스푼 정도 소금을 넣어 보면 어떨지 생각하게 된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이 약 봉투에 든 소금을 놓아두면 나트륨 줄이기를 위한 행동 변화를 이끌고 공공의제 임에도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소금을 직접 넣거나 바로 앞 누군가의 소금 섭취를 목격하게 되는 장소.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설렁탕 전문 음식점이 아닐까.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소금 그릇 대신 약 봉투에 소금 용량은 줄이고 건강은 높이자는 메시지를 표기하여 놓아둔다면 어떨지.

실제로 반 스푼 소금 봉투는 현장에 적용되었고 해당 업소의 사장님 반응도 좋아 아예 해당 업소만의 건강 캠페인이 되었다. 공공 커뮤니케이션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기 이전에 수용자의 일상을 관찰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주변 여건을 고려한 맥락을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 연남동 소재 봉쥬르 밥상에 실제로 적용된 약 봉투 소금 반 스푼 캠페인 ©공공소통연구소
서울 연남동 소재 봉쥬르 밥상에 실제로 적용된 약 봉투 소금 반 스푼 캠페인 ©공공소통연구소

설렁탕 전문 음식점 탁자 위 소금 통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나트륨 섭취라는 행동을 상징하는 직관적 소재다. 이 소재를 찾았다면 그 소재를 다른 무언가로 대체해 보는 시도가 때론 가장 창의적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