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넛지디자인 캠페인’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공공소통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칼럼으로 더피알이 양 기관 동의 하에 ‘디자인 DB’를 연계한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더피알=이종혁 | 도심 도로변에 설치된 빗물받이에 투입되는 청소비 예산이 줄어들지 않고 늘어만 가고 있다. 한 해 수십억의 돈을 지출하는 이 빗물받이 안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가 담배꽁초다.
담배꽁초를 버리다 보면 누군가는 휴지를 버리게 되고 거리의 모든 쓰레기는 결국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때로는 빗물받이가 막혀 장마철 도심 범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빗물받이가 도심 속 쓰레기통이 된 것이다.
쓰레기통이 되어 버린 거리의 빗물받이, 비점오염원 스마일 프로젝트
공공 커뮤니케이션 원칙 25. [외면받는 장소와 의제에 긍정적인 감성 요소 투입]
청소의 문제를 떠나 미세플라스틱인 담배꽁초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도심의 바로 그 현장에서 단순한 말 걸기가 필요하다는 누군가의 제안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공공 커뮤니케이션 아이디어다.
공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지저분한 하수구' '쓰레기통'같이 인식되던 곳에 금지명령 또는 환경과 같은 거창한 구호 보다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 요소가 더 절실할 수 있다. 단순 명료한 상징을 활용한 캠페인 실험은 잠깐 스쳐 지나가듯 마주하게 되는 순간 주목도를 이끌기 위한 최선을 방법이기 때문이다.
도심 속 빗물받이 현장을 관찰하던 젊은 청년들의 눈에는 자연스럽게 빗물받이가 사람의 웃는 입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평소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공중과 대화를 시도해 본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공공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가 바로 비점오염원, 즉 빗물받이 환경 개선을 위한 "씩~웃는 스마일 프로젝트"다.

상시적인 문제로 본질이 훼손된 공공장소의 현장은 늘 공중에게 외면받기 마련이다. 공공의 영역은 그곳을 청소해야 되는 대상, 금지하고 단속해야 하는 문제의 공간으로 규정하고 대응하게 된다. 당연히 그 공간은 완전히 다른 기능을 하게 된다.
그래서 대단한 방법은 아니고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일단은 말 걸기라도 필요하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이런 공공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빗물받이에 대한 문제의식에 주목하도록 한 효과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창출해 낼 수 있는 공공가치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환경을 위한 봉사와 교육, 노란 물고기, 밀랍 랩
공공 커뮤니케이션 원칙 26. [교육과 봉사로 이어지는 공동체 활동 연계]
공공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가 하나의 교육과 봉사활동으로 지속되고 있는 노란 물고기 캠페인 사례는 앞서 제시했던 수많은 실험적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제시해 준다.
1972년 캐나다의 담수 생태계와 수자원을 보존하고 복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관 ‘TUC: Trout Unlimited Canada' 굳이 해석하자면 송어가 넘쳐나는 캐나다(?) 그만큼 수자원을 보호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기관이다.
이 기관에서 1991년 ‘Yellow Fish Road’라는 청소년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 일명 '노란 물고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송어를 상징화한 노란 물고기 모양을 비점오염원 즉 빗물받이 옆에 도색 하는 활동과 교육을 병행하는 공중주도의 자발적인 공공 소통 프로젝트였다.

그 결과 Yellow Fish Road ™ 교육 프로젝트는 캐나다는 물론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참여하는 수자원 보호 캠페인이 되었다.
이 활동은 사람들에게 하수구가 강, 호수 그리고 개울의 출입구임을 인지하도록 고안된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활용한 공공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다.
참가자들은 빗물받이 옆에 작은 물고기를 도색 하는 간단한 캠페인 활동을 통해 수자원을 보호하는 일상 속 작은 실천행위의 가치를 경험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 캠페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지역사회 봉사자들의 자발적 환경 캠페인과도 협력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밀랍랩 사례를 들 수 있다. 남은 음식을 보관하거나 용기 뚜껑 대신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비닐랩. 그 앞에 ‘크린’ 또는 ‘위생’이라는 용어가 붙으면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되고 있는 일회용품 중 하나다.
클린과 위생을 내세우는 이 제품의 원료는 폴리에틸렌이다. 생활 편의용품 사용을 줄이면 불편하지만 오히려 좀 더 세련되고 멋스러움을 추구하면서도 공공 가치를 나눌 방법이 있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갖고 있던 디자인 자산이 있다면 그 요소를 대안이 되는 소재와 결합해도 된다. 그러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 쉽고 간단하다면 작은 봉사활동으로 기획하여 공동체 내에서 청소년들이 환경 교육을 받으면서 직접 만들어 보고 이를 배포하는 활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의 강남구가 제작했던 밀랍랩은 이런 선순환의 과정을 잘 담아낸 작은 실천 사례 중 하나다.

일회용 컵 사용 줄이기, 카페 개인 텀블러 사용 문화 확산
공공 커뮤니케이션 원칙 27. [공동체와 개인의 공통 이익 강조]
2018년 5월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개인 텀블러 사용 시 가격을 할인해 주는 제도가 시행되었다. 그런데 커피전문점 메뉴판을 보면 사이즈별 가격과 샷 추가 가격은 있지만, 텀블러 사용 시 할인에 관한 안내문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공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주요한 과제가 하나 부여된 것이다. 카페 메뉴판 디자인 수정하기가 그것이다. 카페 메뉴판에 적극적으로 텀블러 사용을 독려하거나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강조하는 디자인 수정을 제안했다.
텀블러 사용자 대상의 할인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명확하게 가격이 비교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제시해 소비자가 정확한 혜택과 제도를 인지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 자체가 공공가치의 공유행위다.

카페의 이러한 시도는 국민 모두가 공공 디자이너가 되고 그들 나름의 동참을 통해 세상이 새롭게 디자인되는 선순환의 동력과 같다.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무엇을 하라”가 아니라 “무언가를 하자”고 제안한다. 동의를 득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확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공중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며 상호 이익이 공유되도록 독려하는 것이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가치다. 그런 의미에서 텀블러 혜택을 강조하기 위해 카페 메뉴판 수정하기라는 제안은 세상을 디자인해 나가자는 취지에 잘 맞는 사례다.
같은 텀블러 사용 유도를 위한 행동 디자인 아이디어지만 종이 또는 디지털 쿠폰 여부와 무관하게 텀블러 사용자를 위한 쿠폰 활용은 기존에 무료 음료 쿠폰에 표기되는 아이콘을 10개 간격에서 5개 간격으로 줄여 보면 어떨까?
그리고 텀블러 모양의 이미지를 활용해 텀블러 사용 독려 캠페인을 연상케 하는 새로운 커피음료 쿠폰을 디자인해 볼 수도 있다.
![평균 10개 단위가 일반적인 커피 무료 쿠폰을 텀블러 사용자에게는 5개로 간격을 줄여 제작한 [텀블러 사용자를 위한 쿠폰] 이미지 예 ©공공소통연구소](https://cdn.the-pr.co.kr/news/photo/202412/52533_84304_55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