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넛지디자인 캠페인’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공공소통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칼럼으로 더피알이 양 기관 동의 하에 ‘디자인 DB’를 연계한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더피알=이종혁 | 아파트 층간 소음문제가 심각한 공공문제로 자리 잡았다. 아무리 건축 기술이 좋아진다고 해도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배려와 상호 관계를 통한 합리적 논의가 없다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 공동체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결할 주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의미다.
메시지 하나가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봉사활동이 되다 : 안녕하세요.
공공 커뮤니케이션 원칙 16.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관계의 기본 요소 활용]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공동체 내 구성원 간 관계의 개발, 촉진과 복원이다. 문제해결에 있어 최선의 해법은 사람 간 관계 개선이다.
지극히 단순한 이 해법을 실제 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방법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이게 무슨 해법이냐는 제시된 아이디어에 대한 주변의 인색한 평가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문제 대부분이 결국 사람 문제라는 본질적 질문에 동의할 수 있다면 오히려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해법이 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안녕하세요’ 인사말 한마디가 절실히 필요한 공간이 어디일까? 그 인사말 한마디가 층간 소음문제를 해결하는 묘책이 될 수도 있음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고안된 공공 캠페인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녕하세요 인사말 풍선’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생활 시설에서 이웃이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말 한마디를 나누는 문화가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시작된 공공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인사말 한마디’는 전국 단위의 자원봉사활동으로 발전되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하기가 개인이 오늘 하루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봉사활동이 된 것이다.
이는 자원봉사에 관한 시각을 전환 시켜 주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긍정 에너지와 배려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개인의 가치 있는 작은 봉사가 분명하다.

공공문제를 해결하는데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해법은 본질적인 구성원 간 관계 복원을 위한 실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안녕하세요 캠페인은 문제해결을 위한 사전 예방적 차원의 공공 커뮤니케이션 촉진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준 주요 사례 중 하나다.
작고 귀엽지만 크고 강력한 저항. 테디베어의 작은 외침
공공 커뮤니케이션 원칙 17. [친근하고 익숙한 메신저의 중요성 인식]
임산부 배려석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초기 임산부의 존재감을 알리는 결정적 역할을 한 소재가 하나 있다. 바로 테디베어 인형이다. 공공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조금은 경직될 수 있는 공공의 문제에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다.
공공의제는 많은 경우 누군가 나서서 의제화 하는데 부담을 느낀다. 대부분 의제가 비판이나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정해진 규범이나 제도가 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침묵하던 다수를 대변해 주기도 한다.
임산부 배려석 테디베어 이전에 강력한 저항의 메신저로서 테디베어가 존재감을 드러낸 사례가 있었다.
2012년 7월 두 명의 스웨덴의 광고전문가 토마스 마제티와 한나 프레이는 소형 비행기를 이용해 벨라루스 50m 상공에서 낙하산을 단 테디베어 인형 879개를 투하시켰다. 당시 테디베어는 벨라루스의 인권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벨라루스 국민의 인권보호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달고 지상으로 낙하했다.

이 소식은 곧바로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무엇보다 탄압이 두려워 제대로 독재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위축된 상황에서 테디베어는 벨라루스의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주요한 메신저 역할을 수행했다.
저출산 국가라는 거대한 담론의 과제 앞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주목했던 대학생들은 아기인형 놓아두기 실험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 제안 이후 캠페인의 수정과정에서 테디베어로 소재를 교체한 배경에는 이 벨라루스의 선례가 큰 영향을 주었다.
임산부 배려석에 올려놓았던 테디베어는 우리 주변에 있지만 보지 못하던 존재, 초기 임산부를 볼 수 있도록 매개해 주었다.
관심이 없던 곳에 관심을 두도록 하거나 보지 못하던 존재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 이것이 공공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메신저 역할이다.
테디베어는 그러한 역할을 수행했던 대표적 소재 중 하나다. 그 이유는 누구에게나 친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무겁게 느껴지는 공공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한 번쯤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다. 무언가를 제작하거나 새롭게 그리거나 인쇄를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 출력해 대신 들고 있도록 하면 그만이다.
디자인의 완성도나 디테일보다 누구나 동참하는 일종의 캠페인 패러디가 가능하다. 이는 오히려 공동체 내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주체들의 '진정성'을 상호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참여와 확산 그리고 공감의 선순환을 만드는데 주요한 초기 커뮤니케이션 발화점에 위치할 수 있는 존재가 진정한 메신저다. 이 메신저가 핑크 카펫의 존재감을 다시 부각해 주었다.
사진 23>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 온전히 비워져 있지 않은 현실 속 초기 임산부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테디베어 인형_ LOUD.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 영상 화면 캡쳐 ©공공소통연구소
말풍선 하나로 공공문제 말 걸기 : 신중한 반려견 입양문화 만들기
공공 커뮤니케이션 원칙 18. [참고/고려/유의사항의 능동적 전달]
삶의 방식이 바뀐다는 것은 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소비가 확대됨을 의미한다.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해야 하며 그 결과는 단순한 구매가 아닌 충동구매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충동구매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생명체라면 소비로 이끄는 설득의 방식이나 그 과정에 필요한 메시지에 공공성이 추가되고 강조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최근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638만 가구다. 그런데 ‘2020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기준 13만401마리의 반려견이 버려졌다.
이런 반려견 증가율을 앞서는 유기견 증가율은 새로운 공공문제의 과제를 제시해 주고 있다. 소비의 과정에 유의 및 고려사항이 생략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와 교감하며 대화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조력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단순한 말풍선 안에 고지해야 할 유의사항을 표기해 보고 이를 쇼윈도라는 가장 상업적 사물의 벽에 게시해 보자는 공공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가 ‘애견샵 쇼윈도 말풍선 캠페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