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한민철 기자 ㅣ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의혹 관련 재판에서 재차 무죄를 선고받았다. 약 10년간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된 직후 이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샘 올트먼 오픈 AI CEO와 회담하며 ‘한·미·일 AI 동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 3일 이재용 회장에 대한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9개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2월 5일, 이 사건 1심 재판부도 이 회장 등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사건의 쟁점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관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아울러 삼성물산의 사업적 목적도 합병의 목적이었다 봄이 상당하다”며 “이 사건 합병이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의 목적이 수반됐다 하더라도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이 회장이 합병사(삼성물산)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큰돈을 들이지 않고 삼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이득을 얻게 됐지만, 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로 합병해 물산 주주들에 금전적 피해를 줬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 역시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고 볼 수 없고, 이 합병이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 손해라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측이 항소심 과정에서 집중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쟁점인 2014회계연도 로직스의 재무제표 주석에 당시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권리 등 회사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항을 기재하지 않아 거짓 공시에 해당한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공시 내용이 다소 미흡한 사실은 인정하나, 이에 대해 피고인들의 과실을 넘어 고의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2015회계연도 로직스 재무제표상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연결→지분법)를 통한 보유 주식 과다계상 등 분식회계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가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항소심 무죄 선고에 관해 대법원 상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1심과 2심의 사실심리의 결과가 모두 무죄인 만큼, 법률 판단의 시비를 다투는 상고심에서 기존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게 않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그만큼 10년 가깝게 이재용 회장을 억누르고 있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손정의·샘 올트먼과 3자 회동... ‘한·미·일 AI 동맹’ 이뤄지나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됐다는 기대 심리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항소심 선고 다음 날인 4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코스피 주가는 전날보다 3.33% 상승(+1700원)한 주당 5만 2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3일부터 4거래일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주가가 겨우 반등한 것이다.
특히 이날 이재용 회장은 무죄 선고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외에 다른 이슈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같은 날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초청해 3자 회동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밤에 입국한 올트먼 CEO는 4일 오전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의 면담 이후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과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직접 회의를 이끌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곧바로 이 회장과 평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손 회장이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3자 회동이 성사됐다.
이날 회동은 인공지능(AI) 협력에 관한 것으로, 삼성전자는 오픈AI에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손 회장과 올트먼 CEO는 소프트뱅크와 오픈AI의 5000억 달러(약 73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스타게이트’를 설립하며 파트너십을 맺은 상황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4년간 미국에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번 회동으로 삼성전자 역시 여기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와 함께 삼성전자가 ‘한·미·일 AI 동맹’에 참여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