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북촌의 지속가능 관광 실험, 시간제한으로 해법 찾는다

종로구, 오후 5시 이후 관광 제한 ‘주민이 살아야 관광도 산다’
북촌로11길 일대, 방문시간 외 관광행위 확인 시 과태료 10만원
“관광객 다수 공감…실효성 확인” 온·오프라인 다국어 홍보 병행

  • 기사입력 2025.03.04 14:06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서울 종로구(구청장 정문헌)가 3월 1일부터 북촌 특별관리지역 ‘레드존’ 의 관광객 방문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는 정책을 본격 시행 중이다. 지정된 시간 외에 관광 목적으로 북촌 레드존을 출입하면 관련 법령과 조례를 근거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종로구는 북촌 일대 방문시간 제한 정책 시행이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주민 불편 해소와 지속가능한 관광 문화 정착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주민과 관광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안정적인 생활환경 보장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올바른 관광 문화를 실천하는 관광객들의 역할도 대두되고 있다.

북촌 일대 관광객 통행 제한 정책 시행 전(왼쪽)과 후(오른쪽). 사진=종로구청 제공
북촌 일대 관광객 통행 제한 정책 시행 전(왼쪽)과 후(오른쪽). 사진=종로구청 제공

앞서 종로구는 북촌이 주거지역임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주민들이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까지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에 따라, 2018년부터 주민들로 구성된 북촌지킴이를 구성해 북촌로11길 일대에서 마을 방문 시간(10~17시)을 안내했다.

그러나 자율적인 계도 활동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7월 1일 관련 법령에 따라 전국 최초로 북촌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주민 불편 수준에 따라 레드존, 옐로우존, 오렌지존으로 나눴다. 구체적인 지역은 서울지도 포털 ‘스마트서울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지난해 11월 1일부터 약 4개월간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정책을 시범운영하면서 정책 효과를 확인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시범운영 결과 대부분의 관광객 및 여행업체에서 정책 취지에 공감하고 규정을 준수하며 정책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이어 “방문시간 제한 정책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방문한 일부 관광객들이 불만을 표출하며 아쉬워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도 “대다수의 관광객은 정책 취지에 공감하고 제한 시간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책 시행 이후 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도 이어졌다. 한 주민은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편지를 보내며 해당 정책이 주민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음을 보여줬다. 또 다른 주민은 “북촌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촌 특별관리지역. 사진=종로구청 제공
북촌 특별관리지역. 사진=종로구청 제공

종로구,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지속…관광행위 기준은 ‘촬영·관찰’

지난 1일부터 방문시간 제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레드존(북촌로11길 일대 3만4000㎡)은 주거용 한옥 밀집 지역이다. 레드존 일대의 건축물은 주거용 136개(76.8%)와 비주거용 41개(23.2%)로 구성되어있다. 주거지 성격이 강한 지역인 만큼, 주민들이 거주하고 싶은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이 살아있어야 관광객도 계속 찾고 싶은 곳으로 유지된다는 것이 종로구의 입장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이번 정책 시행을 통해 주거와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정착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는 외관이나 행동으로 주민과 관광객을 식별하는 유연한 관리 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시범 운영기간 동안 주민의 자유로운 출입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간섭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방식이라는 판단이다.

단, 주민등록상 레드존에 거주하는 주민과 가족, 지인, 레드존 내 상점 이용객, 상인, 투숙객, 관광행위 없이 단순히 레드존을 지나가는 통과자, 관광목적이 아닌 차량은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

구는 상인들의 영업 피해 최소화, 관광객 편의를 고려해 상점 이용객과 투숙객 출입은 허용했지만, 예외 대상에 속하더라도 ‘관광행위’가 확인되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관광행위란 관광을 목적으로 레드존 내에서 행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사진·영상 촬영 행위, 주변을 관찰하며 머무르는 행위, 상점 이용과 무관하게 관광목적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행위 등이 해당한다.

레드존 인근 일부 상인들은 관광객 방문시간 제한으로 상점 방문객 감소에 따른 매출 영향을 우려하며, 주민 보호와 상권 안정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앞서 상인 설문조사 및 면담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단계인 만큼 상인, 주민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면밀히 수렴하여 균형 잡힌 대책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서 마을지킴이 활동을 하는 한 주민. 사진=종로구청 제공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서 마을지킴이 활동을 하는 한 주민. 사진=종로구청 제공

외국어로도 현장 계도…내년부터 전세버스 통행 제한

현장에는 5명가량의 북촌보안관(과태료 단속 전담 공무원)이 배치되며, 그 중 1명이 과태료 단속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방문시간에는 관광객 대상으로 정숙 관광 안내 및 계도 활동을 진행하며, 제한 시간 단속을 위해 주요 출입구 및 레드존 내의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고 단속을 수행한다.

과태료는 북촌보안관이 제한 시간을 어긴 관광객에게 위반 사실과 관련 규정을 안내하고, 경고 후에도 미이행하면 부과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며, 현장에서 과태료를 납부하거나 출국 전에 납부 완료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규정을 준수하도록 유도한다.

제도 시행 후 3월 4일 현재까지 실제로 과태료를 납부한 건수는 0건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계도는 북촌보안관이 현장에서 직접 진행하고 있으며, 외국어 홍보물 및 안내문을 활용해 안내하고 있다”며 “한국관광공사, 서울시, 서울관광재단 등 유관기관의 외국어 사이트 및 SNS를 통해 정책을 홍보하는 한편, 관광업계 대상으로도 지속적인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로구는 앞으로 다국어 홍보를 더욱 강화해 외국인 관광객이 북촌 방문 전부터 해당 정책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 채널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종로구는 전세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와 교통 혼잡 해소를 위해 2025년 7월부터 과태료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전세버스 통행 제한’을 시행한다. 대상지는 북촌로, 북촌로5길부터 창덕궁1길에 이르는 약 2.3km 구간이다.

통행 제한은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해 상시 적용되며 주민 편의를 위해 통근버스, 학교 버스, 마을버스 등은 허용한다. 과태료는 30만원으로, 2차 적발 시 40만원, 3차에 50만원을 매길 예정이다.

정문헌 구청장은 "북촌 주민이 더 안정적인 일상을 누리고, 종로와 북촌을 경유하는 대다수 관광객 역시 정해진 시간 안에서 올바른 관광 문화를 실천하길 기대한다"며 "해당 지역 상인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추가 대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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