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외국인 관광객 늘어도…‘일회성 홍보’에 막힌 서울 예술 관광

콘서트·미술 전시까지 관심 확장, 재방문 의향 높아
정보 장벽·단발성 홍보 한계에 지속 가능성 의문

  • 기사입력 2025.09.05 15:20
  • 최종수정 2025.09.09 10:10
  • 기자명 김병주 기자

더피알=김병주 기자 |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828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의 여행 목적이 예술 감상으로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관심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준비 부족과 일회성 홍보 관행은 문화예술 관광의 발목을 잡고 있다. 관광객들의 관심이 곧 서울 문화 인프라의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표=서울연구원 제공
도표=서울연구원 제공

외국인, 공연·전시 눈길…국중박 인기 ‘뚜렷’

5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K팝의 글로벌 확산으로 K팝 콘서트와 뮤지컬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 2023년 외국인 입장권 판매 1위는 콘서트(75%), 2위는 뮤지컬(13%)이었고, 언어 장벽이 없는 넌버벌(non-verbal) 공연 역시 외국인 선호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 조사에서도 서울의 공연·전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6.9%였으며, 매우 관심 있다고 밝힌 관광객은 44.2%였다. 예술 관광 이용을 위한 재방문 의향은 97%에 달했다.

미술 분야로도 관심이 확산돼, 2022년 ‘프리즈 서울’에는 약 7만 명이 방문해 6500억 원 규모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고, 2024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는 5일간 8만2000여 명이 방문했다.

서울시 주요 박물관·미술관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커졌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덕수궁관)은 2023년 관람객 223만 명 중 20만 명이 외국인이었고, 국립중앙박물관은 2023년 400만 명 중 17만 명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박물관·미술관 방문 만족도는 2018년 5.8%에서 2023년 14.8%로 급등했다.

특히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풍에 힘입어 지난달 말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총 431만4479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총 14만764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1279명(8.3%p) 늘었다.

관련 굿즈 판매가 늘면서 박물관 내 ‘뮷즈숍’ 매출도 올해 1~7월 164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0억 원 이상 늘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보 장벽’에 막힌 예술 관광…"디테일 필요"

그러나 늘어난 관심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예술 관광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공연 정보 제공 시 자막 여부, 공연 성격 등 기본 안내가 부족하고, 대학로에는 외국인 전용 관광안내센터이나 전담 인력조차 없어 관람객들이 직접 극장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공연 정보를 인천공항에서 배포한다면 영어 수준에 따라 추천 공연을 나누는 등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난타 등 넌버벌 공연 이후 외국인을 겨냥한 새로운 공연 상품 개발은 정체돼 있으며, 전시 역시 일회성 홍보에 의존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연구원이 공연·전시 관계자 1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서울시 예술 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는 ‘일회성 사업 위주의 홍보(사업 연속성 부족, 50.4%)’가 꼽혔다. 이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부족(39%) △정보 접근성 부족(34.8%) △플랫폼 부재(34%) △기관 간 협력 부족(27%) △서울시의 지원 부족(27%) 등이 뒤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전시가 바뀔 때마다 홍보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뮤지엄 패스를 만들고 그 구조를 홍보하는 게 훨씬 낫다”며 “한국에 오면 서울에 있는 100여개 박물관과 미술관을 7일 동안 자유 이용할 수 있는 패스가 있다고 홍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 가이드 제도 또한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예술·건축 전문가가 합법적으로 해설을 제공할 수 없어 외국인 맞춤형 투어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일례로 건축 관련 투어에서 건축과 교수가 가이드를 하면 전문성이 올라가지만 불법이다”라며 “우리나라 가이드 제도는 너무 단순화되어 있어 관련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