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인플루언서 의료검사 홍보, 숨겨진 위험은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인플루언서 뇌종양 극복 사기극 재조명
대중 공포 조장하는 다섯 가지 대표 의료검사 대부분 불필요

  • 기사입력 2025.03.06 08:00
  • 기자명 박주범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 ㅣ 2월 초 스트리밍을 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애플 사이더 비니거(Apple Cider Vinegar)]가 그달에 이미 56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57개국에서 최다 시청된 프로그램 10위 안에 들었다고 BBC 바이트사이즈(bitesize)가 보도했다.

새 넷플릭스 시리즈 '애플 사이다 비니거'는 10년 전 웰빙 인플루언서의 뇌암 극복 사기극을 재조명한다 (사진=넷플릭스)
새 넷플릭스 시리즈 '애플 사이다 비니거'는 10년 전 웰빙 인플루언서의 뇌암 극복 사기극을 재조명한다 (사진=넷플릭스)

이 시리즈는 10여 년 전 대체요법으로 뇌종양을 극복했다고 거짓주장한 호주의 웰빙 인플루언서 벨 깁슨(Belle Gibson)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쇼가 공개된 후, 틱톡에 게시된 벨 깁슨의 ‘60분 호주(60 Minutes Australia)’ 인터뷰에 관심이 재집중되어 2020만 건 이상의 조회수, 6만 6000 건의 공유, 만 3900여건의 댓글이 달렸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다시 바이럴되고 있는 벨깁슨의 인터뷰 (사진='60분 호주' 유튜브)
넷플릭스 시리즈로 다시 바이럴되고 있는 벨깁슨의 인터뷰 (사진='60분 호주' 유튜브)

벨 깁슨은 인스타그램이 비교적 새로운 플랫폼이던 2013년 당시 2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고, 호주 언론에서 세계 최초의 건강, 웰빙, 라이프스타일 앱이라고 묘사한 ‘더 홀 팬트리(The Whole Pantry)’를 출시해 첫 달에 2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그녀는 앱 등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곧 기부금액은 물론, 주장된 의료기록, 진단정보 등에서 거짓이 드러났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이 흐른 오늘날은 어떨까? 인플루언서들이 팔로워를 오도하는 문제는 여전히 만연하고, 매력적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건강 약속에 속을 가능성은 더 커졌다.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약 5만 명의 피트니스 및 웰빙 인플루언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2월 한 달 간 해시태그 #wellnessinfluencer가 틱톡에서 2330만 번 이상 사용되었다.

2023년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가장 인기 있는 100명의 피트니스 인플루언서 중 약 3분의 2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콘텐츠를 공유했으며, 비현실적인 건강, 식단, 운동 목표 및 신체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다양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웰니스 틱톡이 위험한 건강 조언으로 가득 찼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온라인 마켓 오카도(Ocado)와 건강식품 브랜드 홀랜드&배럿(Holland and Barrett)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약 61%, Z세대의 경우 91%가 소셜미디어에서 웰빙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기생충 정화, 공복에 올리브유 마시기, 사과 사이다 식초 만들기, 녹즙 해독, 바다 이끼, 양상춧 물, 치아씨 물 등의 트렌드는 현재 영국인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건강 요법들이다.

Health와 Wellness로 틱톡에서 검색되는 건강 비법들  (사진=틱톡 검색 화면)
Health와 Wellness로 틱톡에서 검색되는 건강 비법들  (사진=틱톡 검색 화면)

대부분 효과도 없으며 무해하지만 일부는 실제로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NHS(국민보건서비스) 의사이자 틱토커인 카란 라잔(Karan Rajan)은 예를 들어 커피관장에 대해 “장 점막을 손상시키고, 미생물군을 파괴하고, 직장 화상이나 전해질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웰빙’ 유행을 따른 후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4명 중 1명에 달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2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명 중 1명의 Z세대가 건강과 웰빙에 대한 조언에 대해 의사보다 소셜미디어를 신뢰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

또한 4분의 1(28%) 이상이 건강정보를 챗GPT 등 AI 플랫폼에서 찾는 것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일관성 없는 AI의 특성을 감안할 때 특히 우려스러운 트렌드라고 지적했다.

듣도 보도 못한 검사들… 해야 할까?

지난 1월 미 의학협회의 저널인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된 시드니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의료검사에 대한 매우 오해의 소지가 큰 정보를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인플루언서들이 약 2억 명의 팔로워에게 주로 홍보하는 다섯가지 의료검사에 대한 게시물 약 1000개를 분석했다.

여기에는 전신 MRI 스캔, 50가지 암의 조기 징후를 식별한다고 주장하는 유전자 검사,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위한 혈액 검사, 난소기능검사(AMH), 장내 미생물 검사가 포함되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게시물이 과학적 증거가 없고,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재정적으로 이익이 되며, 잠재적인 해악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브룩 니켈(Brooke Nickel)박사는 “조기 검진이라는 명목으로 홍보되고 있는 이 검사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필요하고 효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불안정하다”고 밝혔다.

분석된 982개의 소셜미디어 게시물 중 87%가 검사의 이점만 언급했고, 잠재적 위험을 언급한 것은 15%에 불과했다. 과학적 증거를 언급한 것은 6%뿐이었다.

게시물의 34%는 개인적 일화를 사용해 검사를 홍보했고 대부분의 게시물(68%)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명확한 이해관계가 있었다. 그들은 파트너십, 협업, 후원 또는 기타 거래를 통해 재정적으로 보상 받았다.

이 검사들은 건강한 사람에게 이점이 있다는 증거가 제한적이고, 과잉진단과 불필요한 치료, 추가 비용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이버에서도 난소기능검사 홍보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네이버 검색화면) 
네이버에서도 난소기능검사 홍보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네이버 검색화면) 

니켈 박사는 인플루언서들이 생식력 측정 방법으로 홍보하는 난소기능검사가 일부 여성을 불필요하고 값비싼 치료과정으로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성들의 성적 능력에 대해 공포조장 전술을 사용해 홍보하는 테스토스테론 검사도 ‘테스토스테론 증강’ 제품 판매를 위한 발판이 되고 있고 강조했다.

니켈 박사는 “테스토스테론 대체 요법은 심혈관 건강과 사망률에 미치는 장기적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1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소유한 메타는 팩트체크 기능 사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잘못된 정보, 부정확한 내용 또는 잠재적으로 유해한 콘텐츠를 표시하는 제3자 관리자가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인디펜던트는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잘못된 정보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 유포에 대한 점검과 처벌이 줄어들면 벨 깁슨 같은 사기꾼이 번성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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