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성경 이야기가 틱톡에 브이로그(vlog) 스타일로 펼쳐진다.
다윗이 아이폰을 들고 인플루언서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골리앗은 카메라를 든 채 "여러분, 아침 인사드려요. 40일째 여기서 버티고 있는데, 아직 도전자가 없네요"라고 말한다.
그는 얼음물에 얼굴을 담그며 한 인플루언서의 아침 루틴을 따라 했다. 잠시 후, 싸움 도중 시청자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잠깐 멈춘 골리앗은 "그 애가 저를 쓰러뜨렸어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이게 제 마지막 브이로그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영상을 끝냈다.
지난 달 13일 미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는 AI가 생성한 성경 속 캐릭터들이 바이럴 인플루언서가 되어 소셜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AI가 만든 성경 인물들이 셀카 각도, 깔끔한 편집, 인터넷 속어나 스냅챗 캡션 등을 사용하는 현대적 감각으로 Z세대 스타일을 따라한 짧은 형식의 브이로그에 등장해 복음보다는 소셜 미디어 피드처럼 자신들의 상황을 묘사한다.
다니엘은 사자 굴에서 브이로그를 하고, 요나는 고래 뱃속에서 영상을 녹화한다.
"여러분, 바다가 말 그대로 갈라졌어요...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모세가 카메라를 향해 말한다. "이 길은 구글 지도에 없어요."
메리는 가족 브이로그에서 아기의 탄생을 알리며 홍보 선물을 챙겼다. "아기와의 첫 번째 콜라보요? 나중에 언박싱할게요."
틱톡 계정 @holyvlogsz의 제작자는 5월부터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해 이미 45만 5천 명이 넘는 팔로워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시태그에 따르면, 구글의 최신 비디오 생성기인 Veo 3를 사용한 그의 콘텐츠는 사실적인 얼굴, 목소리, 대화 내용, 정확한 립싱크, 음향 효과를 구현해 생생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트렌드는 지난 10일 FOX40뉴스가 보도한 단편 성경 영상이 젊은 기독교인들에게 전통적인 설교보다 4배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한다는 기독교 미디어 플랫폼 바이블위드라이프(BibleWithLife.com)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반영한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발전에 따라 젊은 신자들은 간결하고 시각적이며 감정적으로 설득력 있는 형식의 AI 기반 복음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있다. 조사 결과, 90초 미만의 짧은 영상은 설교 클립이나 서면 묵상 자료보다 18~29세 사용자로부터 ‘좋아요’, ‘공유’, ‘댓글’ 등의 형태로 최대 400% 더 많은 참여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블위드라이프 설립자 베니 유(Benny Yu)는 "젊은 신자들은 빠르게 전달되는 진리와 깊이를 원한다"면서 "성경의 정확성과 AI가 생성한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이 세대의 영혼에 호소하는 언어를 찾았다"고 분석했다.
참여 패턴의 변화는 기독교 미디어 전반에서 나타난다. 2024년 미 기독교 여론 조사 기관인 바나 리서치(Barna Research) 연구에 따르면, Z세대 기독교 신자의 68%가 신앙에 대해 배울 때 텍스트보다 비디오를 선호한다.

그러나 'AI 성경 영상' 트렌드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 달 4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성경 트렌드에 대해 일부는 성경에 대한 유머러스한 해석을 칭찬했지만 또다른 일부는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팬들은 이 영상들을 교육적 도구라고 칭찬하며, 예전에 있었다면 종교에 대해 더 많이 배우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틱톡에서 한 댓글은 "이런 형식으로 성경 전체를 설명해 줘요"라고 요구했다.
한 댓글은 "새로운 세대에게 성경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말씀을 전파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썼다. X에서도 AI가 제작한 영상의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언급한 댓글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일부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트렌드가 종교에 대해 너무 가벼운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불쾌감을 표했다. 영상들이 부끄럽고 타락했다는 비난도 있었고, X에서 한 댓글러는 "이건 선지자들과 마리아를 조롱하는 것이다. 이 영상은 악마의 소행처럼 보인다"라고 분노했다.
"멋지긴 하지만 좀 지나친 것 같다"라고 덧붙인 댓글은 종교의 신성한 가치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윗에게 아이폰이 있었다면? 인플루언서 다윗이 스냅챗 스타일 캡션으로 소통한다 (유튜브쇼츠@TheAIBibleOfficial)
성경은 수많은 창작물의 모태가 되어 왔고,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영화나 영상들이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차원이 다른 AI 제작 영상의 기술적 수준과 인터넷 문화에서 익숙한 가벼운 언어 사용, 빠르게 퍼지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으로 젊은 세대에서 이러한 콘텐츠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인플루언서가 된 성경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영상들이 단순한 인터넷 농담이나 유행을 넘어서 젊은 세대에게 종교적 가르침을 전하는 새로운 전도 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