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 | 지난 주말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개봉한,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A Minecraft Movie)’가 극장에서 대혼란을 일으키면서 관객 예절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7일 캐나다 CBC뉴스에 따르면 ‘마인크래프트 무비’에 대한 개봉 전 공식 리뷰는 미온적이거나 혹평 일색이었고, 최악의 경우 별점 1개였다. 전 세계 다양한 헤드라인들은 “조잡하다”, “기괴하다”, “지나치게 과잉이며 엉망진창”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아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엄청난 인기를 누린 원작 게임처럼 영화는 각종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알파 세대(와 Z세대)를 위한 ‘록키 호러 픽처 쇼’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떠들썩한 관객 반응 트렌드를 불러일으키며 영화 예절 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영화의 인기 있는 장면에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대사를 외치고, 팝콘을 던지는 영상들이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면서 주말 동안 미국과 캐나다의 극장에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뛰어 넘어) 게임 기반 원작 중 최고 오프닝 성적인 1억 6300만 달러(약 2378억원)의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
수백 만 조회수를 기록한 한 틱톡 영상은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가장 인기 있는 장면 10개를 선정했는데, 관객들이 다함께 잭 블랙의 대사 중 ‘부싯돌과 부시!’과 ‘나는 스티브다’를 소리치고, ‘치킨 조키!’를 맹렬히 부르는 모습 등이 담겼다.
‘치킨 조키’는 권투 링 위에서 제임스 모모아가 직육면체 마인크래프트 닭을 탄 아기 좀비와 싸우는 장면에서 잭 블랙이 외친 대사로, 이미 유튜브 쇼츠와 틱톡 등을 통해 청소년 관객들에게 매우 친숙해 영화 상영중 무작위로 외쳐지고 있다.
바이럴되고 있는 ‘치킨 조키’ 장면은 컬트 클래식 영화로 꼽히는 ‘더 룸(The Room)’에서 사람들이 숟가락을 던지는 장면이나 영화 관람을 스포츠처럼 보게 하는 대본과 가이드까지 등장한 ‘록키 호러 픽쳐쇼’의 관객 반응과 비교되고 있다.
120만 조회수를 기록한 X 게시물에는 “잭 블랙이 예고편에 나온 마인크래프트 아이템을 꺼낼 때마다 극장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졌고, ‘치킨 조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앞줄 모든 사람이 기립 박수를 쳤다”는 댓글이 달렸다.
'치킨 조키' 관객 반응 유튜브 쇼츠(@HoopProdz)
어떤 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야성적이었던 극장 경험”이라고 묘사하면서, 대부분 사춘기 전인 어린 관객들이 “환호하고, 박수 치고, 좌석 위로 뛰어올랐다”고 언급했다.
“잭 블랙이 노래할 때마다 아이들이 일어나 통로에서 소리지르면서 춤을 추는 등 영화가 아니라 완전 록 콘서트 현장 같았다”, “극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치킨 조키'라고 소리치는 순간은 정말 굉장했다”, “영화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고, 잭 블랙이 말할 때마다 모두가 소리치고 박수치고 환호하는 꽉 찬 극장은 정말 큰 기쁨을 주었다”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유독한 아이러니가 혼합된 완벽한 표현이었고, 그 결과 100분 동안의 완벽한 광란의 시간이라는 게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한 적당한 평가일 것”이라는 댓글도 보였다.
이 현상은 온라인에서 ‘최고의 관객 에너지’로 묘사되어, 전설적 영화 ‘스타워즈’에 대한 팬덤과 흥분을 연상시킨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끄럽고 열광적인 반응에 대해 짜증나고 방해가 된다며 영화를 망쳤다고 불만을 토로한 관객들도 많았다.
관객들의 무례하고 배려 없는 행동이 많이 보고됨에 따라 여러 영화관에서 경고 발령을 내렸고, 극장 직원들은 팝콘을 던지는 관객들이 남긴 엉망이 된 극장 사진을 레딧에 공유하고 있다.

영국의 대중지 미러(Mirror)가 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 영화관 직원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물, 팝콘 등을 뿌려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직원은 “제발, 제발, 그만 하라. 개봉 이틀간 일했는데, 정말 악몽 같았다”며 분노했다.
“극장을 망가뜨리는 것이 이제 틱톡 트렌드가 된 것 같다” 등의 고민과 극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언급들도 나왔다.
결국 극장에 경찰이 출동해 소년 그룹을 데리고 나가는 모습까지 찍힌 영상까지 나오자 영국의 여러 극장에서는 난폭한 행동에 대한 경고를 발표했다.
릴시네마(REEL Cinema) 대변인은 “상영 전후나 상영 중에 틱톡 트렌드에 참여하는 등 방해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공연 중 화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고, 필요한 경우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캇 시네마(Scott Cinemas)의 경고가 게시된 소셜 미디어에는 “치킨 조키가 에픽이란 건 알지만 팝콘이나 탄산음료를 화면에 던지지 말라”는 답글이 달렸다.
8일 BBC 뉴스도 옥스퍼드셔주의 시네월드(Cineworld) 극장 체인이 ‘어떤 형태의 반사회적 행동에도 환불 없이 퇴장 당한다’는 엄중한 경고 표지판을 게시했음을 보도했다.
동시에 시네월드는 성명을 통해 “이 블록버스터 모험 영화를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적극적으로 즐기고 싶어 하는 팬들을 위해, 전국 시네월드 영화관에서 특별한 ‘치킨조키 4DX’를 따로 상영한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영화 협회(UK Cinema Association) 최고 경영자인 필 클랩(Phil Clapp)은 관객 참여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클랩은 이 영화가 “2022년 젠틀미니언즈(Gentleminions) 현상 이후로는 볼 수 없었던” 관객 참여를 유도했다면서 “젊은이들이 영화관람을 포기하고 있다는 요즘, 이렇게 높은 수준의 참여를 보이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라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