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오전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조치 및 반도체 품목 관세 도입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LX세미콘·퓨리오사 등 팹리스 기업, 동진쎄미켐·유진테크 등 소재·장비 기업,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미국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상호관세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90일간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되고 있으나, 향후 반도체 품목에 대한 본격적인 관세 도입이 예고되어 있어 업계는 수출 타격 및 통상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안덕근 장관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관세 이슈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과 투자 유치 경쟁의 일환”이라며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함께 국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단기 영향은 제한적…정부 협의 지속 필요”
업계는 현재로선 고부가가치 제품(HBM 등)의 미국 의존도가 낮고,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통상환경의 급변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미 협의를 요청했다.
아울러 국내 안정적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기반시설 투자 확대, 세제 및 금융지원 강화,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부는 간담회에서 향후 반도체산업 지원 방향으로 △수출애로 긴급 대응 △기업 투자 인센티브 강화 △생태계 강화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소개했다.
수출애로 긴급 대응과 관련해서 코트라의 ‘관세대응 119’와 관세대응 바우처 등을 통해 기업의 컨설팅을 지원하고,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대한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을 검토한다. 또, ‘국가 AI 컴퓨팅 센터’에 국산 반도체를 활용(2030년까지 50%)하고, 중동·동남아 데이터센터 등 해외 수출 활로 개척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도 강화할 방침이다.
기업 투자 인센티브 강화를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맞춰 전력·폐수 등 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한도를 확대하고, 송전망 지중화 비용도 기업과 분담할 계획이다. 또한, 반도체 제조시설의 분산에너지 설비 의무 완화, 유해화학물질 검사 기간 단축 등 규제 개선도 추진한다.
세액공제 확대도 포함됐다. 지난 3월 시행된 ‘반도체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공제율 5%p 상향) 외에도 첨단 반도체 소부장 기술을 추가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 ‘트리니티 팹’ 운영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소부장 테스트베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 대규모 R&D 및 융자 지원, 팹리스 기업을 위한 설계지원 인프라 확대 등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특히 1조 원 규모의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 사업을 기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산학연 드림팀을 구성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신청할 계획이다.

“반도체 특별법 조속 제정 필요”
정부는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확대, 특성화 대학원 내실화와 함께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를 통해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후속조치를 신속히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안 장관은 “민관이 힘을 모아 통상·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회와 협력해 입법과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