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오승호 편집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각 나라의 대응 방식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시작한데 이어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를 20%로 높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달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했는데, 여기에 다시 10%포인트를 더 얹힌 것이다. 중국이 불법 마약 위기를 줄이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트럼프가 밝힌 추가 관세 부과 이유다.

현재까지 보여주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정책은 캐나다와 멕시코 및 중국 등 3국에 집중되고 있다. 이 3개국은 2022년 기준 미국 전체 수입 제품의 4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미국의 3대 통상 파트너에 해당된다.
미국이 3개 국가에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는 만큼 상대방도 강경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바로 보복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0%로 인상한 데 대한 대응 조치”라면서 “대두, 소고기, 과일 등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닭고기와 면화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최대 15%까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또 티콤(TCOM) 등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추가하고 중국과의 수출입 및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미국의 25% 관세에 대응해 총 1550억 캐나다달러(15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3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4일부터 캐나다도 300억 캐나다달러(30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1일 이내에 1250억 캐나다달러(12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가 추가로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는 계획이 있다. 우리는 플랜A, 플랜B, 플랜C, 플랜D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보복 관세로 맞대응을 하는 방식과는 달리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나라들도 있다.
대만 반도체업체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은 3일 오후(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하고 기존 미국 투자금 650억달러(95조원)에 이어 1000억달러(145조원)를 더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미국 및 TSMC에 엄청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날 TSMC의 투자 발표 행사에 참석해 “그들은 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온 것”이라면서 “지금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대미 투자 확대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 압박이 더 세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에서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추가 투자 검토는 계속하고 있지만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관세 정책을 피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투자 확대 보다는 트럼프팀과의 소통 강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28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장 겸 내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조선·에너지·통상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안 장관은 미국이 대규모 선박을 패키지로 장기 발주할 경우 한국 조선업체들이 협력해 우선 제작해 납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미국 측은 고맙다고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의 주요 산업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시켜 관세 칼날을 피해가려는 전략처럼 보인다.
안 장관은 방미 기간에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사업에 한·미·일이 공동 참여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와 일본은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표적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일본은 지난달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와 방위비 증액 입장을 밝혔다. 선제 대응을 한 셈이다.
인도도 미국의 관세 과녁을 피하기 위해 미국산 무기와 가스 등의 수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월 2일부터는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농산물에 대한 관세도 예고돼 있는 등 본격적인 관세 전쟁을 앞두고 있어서 국익에 보탬이 되는 거래를 해야 한다.
한편 투자 대가 워런 버핏은 4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는 어느 정도는 전쟁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들은 상품에 대한 세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이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벌써부터 미국의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1분기 미국 경제는 역성장(-1.5%)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이 미국 국민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기에 당분간 관세 시간표가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