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피알=김경탁 기자|국내 3대 통신사가 올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통적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단연 ‘AI’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모두 인공지능을 ESG 경영의 도구이자 동력으로 삼았다.
다만, AI를 해석하고 실천하는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기술 기반 ESG의 구조적 실천을 선언한 SK텔레콤, 실무 중심의 활용성을 강조한 KT, 그리고 사람과 감정에 기반한 철학적 접근을 내세운 LG유플러스는 ‘AI ESG’라는 같은 방향 아래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술이 ESG를 움직이고, ESG가 기술의 가치를 증명하는 시대. 통신 3사는 그 전환점을 AI로 찍고 있다

SKT “AI 자체가 ESG 전략이다”
SK텔레콤은 ESG에 AI를 단순히 적용하는 것을 넘어, AI 자체를 ESG 전략의 중심축으로 설정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공개된 ‘DO THE GOOD AI’는 실행(DO), 신뢰 확보(T.H.E), 사회 기여(GOOD)의 세 단계 구조로, AI를 ESG 각 영역에 직접 통합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회사가 추진 중인 ‘AI 피라미드 2.0’ 전략과 맞닿아 있다. 데이터센터(AI DC), 기업 간 AI 서비스(AI B2B), 개인 사용자 대상 서비스(AI B2C)로 구성된 피라미드는 AI를 인프라에서 응용 서비스까지 전방위로 확장해 나가기 위한 설계다.
특히 AI DC는 GPU 구독형 클라우드(GPUaaS)부터 모듈형, 맞춤형, 초대규모형 데이터센터까지 네 가지 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통신 인프라에 AI를 결합하는 수준을 넘어 AI 인프라 자체를 하나의 산업군으로 수출하겠다는 목표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AICC, AI 클라우드, 에이닷(A.) 등은 이미 상용화에 들어간 서비스로, AI ESG 전략이 단지 개념에 머물지 않음을 방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7.9조 원, 영업이익 1.8조 원 이상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성장을 이어갔다. 영업이익률은 10%를 돌파했으며, 이는 10년 만의 기록이다. AI 관련 R&D 인력만 1200여 명에 이르며, 누적 투자금액은 6000억 원을 넘어섰다.
유영상 SKT 대표는 “AI는 더 이상 기술 소비의 대상이 아닌 수익 창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AI 기술을 통해 통신사업의 효율화를 지속하는 한편,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AI 공급자로 전환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KT “ESG는 실무로 작동하는 체계여야 한다”
KT는 ESG 전략을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경영전반에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로 내재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강조한 것은 KT 고유의 ‘K-AI 인프라’를 ESG 실행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테크 의존이 아닌,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축된 K-AI는 통신, 미디어, B2B, 공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ESG 연계형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KT는 이처럼 AI 기술과 ICT 인프라를 통합한 ‘AICT 전략’을 중심축으로 삼아 ESG의 실행력을 높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본업과 사회적 책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ESG 정보의 활용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도입한 ‘ESG AI 에이전트’는 그 상징적인 사례다. 해당 시스템은 ESG 보고서에 담긴 정책과 데이터를 실시간 질의응답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임직원이 업무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KT는 ESG 핵심 이슈로 △AICT 본업의 혁신적 성장 △탄소중립 중심의 기후변화 대응 △네트워크 안정성과 고객 책임 △공정거래 및 법규 준수를 설정했다.
환경 분야에서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에너지 효율화 기술 도입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는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 등 차별화된 활동도 포함됐다.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병행 중이다. 분기배당제 도입과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주주 신뢰를 높이고 있으며, 윤리·컴플라이언스 체계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는 “KT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기존 ICT 역량을 고도화하며, 전 산업의 AX(디지털 전환)를 가속화하고자 한다”며, “2050 탄소중립 목표와 함께 고객 정보보호, 사회 포용 활동 등 ESG 분야 전반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다”
LG유플러스는 ESG 전략의 핵심에 ‘사람’을 두고 있다. “사람 중심 AI로 만드는 밝은 세상”이라는 보고서의 슬로건에서부터 드러나듯,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사람에게 어떤 경험과 신뢰를 줄 수 있는지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LG유플러스는 AI 철학을 ‘Assured(신뢰할 수 있는), Adaptive(개인 맞춤형), Accompanied(일상 동반), Alltruistic(사회 기여)’의 4A 키워드로 정의하며, 고객의 감정과 신뢰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ESG를 설계했다.
고객 경험 혁신도 기술 효율보다는 정서적 공감을 중심에 두고 있다. Pain Point를 파악하고, ‘Wow’를 유발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환경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실천이 돋보인다. 대전 R&D센터에 1000kW급 자가 태양광 설비를 구축하고, 국내 통신사 최초로 지속가능성 공시 S1·S2 보고서를 동시에 발간했다.
또한 2024년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A등급을 획득하고,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생물다양성 관련해서는 TNFD(자연 관련 재무공시) 기준을 적용해 리스크를 평가하고, 산림 파괴 방지 방침도 마련했다.
홍범식 LGU+ 대표는 “기술을 향한 도전은 멈추지 않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사람 중심 AI를 통해 더 따뜻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히고,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AI ESG’ 시대, 이제 시작이다
세 통신사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ESG는 단지 경영철학이나 이미지 제고의 수단이 아닌, 전략적 기술 경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AI를 ESG 실행의 엔진으로 삼으려는 흐름은 기술기업으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접점을 설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AI를 활용한 고객 중심 서비스부터 ESG 정보 시스템, 사회 기여형 기술 모델, 정보보안 및 윤리 체계에 이르기까지, 통신 3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ESG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전 산업으로 확산 가능한 ‘AI ESG’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