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4대 정유사의 ESG 실천…“탄소 줄이고, 구조 바꿨다”

에너지 고도화·자원순환·위험관리
행동으로 채워진 지속가능 전략

  • 기사입력 2025.07.14 10:37
  • 최종수정 2025.07.14 10:38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정유업계의 지속가능경영이 선언을 넘어 실행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정세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한 산업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4대 정유사는 ESG 원칙을 경영 전반에 내재화하고, 실제 시스템과 성과로 구현해내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실천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S-OIL(이상 알파벳 순) 등 4개 정유사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발맞춰 ESG 원칙을 경영 전반에 통합하고, 사업구조와 조직 체계를 ESG 관점에서 재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보고서에 게재된 밸류체인 이미지
SK이노베이션 보고서에 게재된 밸류체인 이미지

각 사의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실현했는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담겼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는 이 같은 변화의 방향과 철학, 실행 중심의 경영관을 진하게 보여준다.

4대 정유사의 ESG 전략은 각기 다른 출발점과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실질적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탄소 감축, 자원순환, 공급망 책임, 지배구조 고도화 등 ESG 경영의 주요 축들이 이제 시스템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이제 선언이 아닌, 구조와 실행으로 증명되고 있는 정유업계의 ESG보고서들을 살펴봤다.

GS칼텍스: 선언을 넘어, 실행의 자산화로

GS칼텍스는 ‘Lower Carbon Refining & Chemical Complex(저탄소 정유·화학 산업단지)’라는 비전을 중심에 두고, 에너지 구조 전환과 신사업 연계를 통한 탄소 저감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2024년에는 전국 주요 사업장에 태양광 설비를 도입해 자가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100MW 이상 규모의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PPA)도 추진 중이다. 무탄소 스팀 사용과 에너지 고효율 설비 도입 등 정유 공정의 구조 개선도 병행되고 있다.

미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저탄소 신사업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여수 율촌 융복합 물류단지 내 사업 부지를 확보해 수소 허브 기반을 마련했으며, SAF(지속가능 항공유)를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상업 규모로 수출하는 성과도 기록했다.

전국 전기차 충전소 운영을 통해 발생한 탄소 감축 실적은 글로벌 인증기관인 베라(VERRA)의 인증을 받아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배출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이는 ESG 활동을 실제 수익 자산으로 연결하는 첫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보고서에선 ESG 관점의 투자 의사결정 방식 변화가 본격화됐다. 단기 수익성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탄소 가격을 반영한 장기적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는 사업성 평가 체계를 적용하고 있으며, 주요 신사업 영역에는 전사 차원의 비즈니스 카운슬을 신설해 실행력을 제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ESG 데이터 신뢰도 강화를 위해 자체 ESG 공시시스템도 도입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데이터 정합성 기반도 마련했다.

이는 작년 보고서에서 제시된 ‘저탄소 정제사’ 비전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허세홍 사장이 올해 보고서에서 강조한 “단기적 성과를 넘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속가능경영”은 실행의 구조화로 접어든 전략적 전환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HD현대오일뱅크: 고탄소 구조 인정, 친환경으로 정면 돌파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산업의 본질적 한계인 고탄소 배출 구조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정유 공정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디지털 진단을 수행하고, 전과정평가(LCA)를 기반으로 친환경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LCA 기반 탄소저감 제품 확대는 제품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다.

설비 고도화와 공정 전환을 통해 ‘그린 오퍼레이션(Green Operation)’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전사 위험관리 체계를 재정비해 사업장별 맞춤형 리스크 대응 체계를 수립했다. 공정안전관리(PSM)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화학물질관리 통합 시스템을 도입해 전방위 리스크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배구조와 윤리경영 체계도 손봤다.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 원칙을 정립하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내부 통제와 구성원 행동규범을 정비해 윤리·준법경영 체계의 실효성을 강화했다. 협력사 대상 ESG 진단 및 교육도 확대하며 공급망 책임경영 체계를 고도화했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는 안전·환경·윤리 전반에 걸친 리스크 통합 관리 역량이 더 정교해졌으며, 공정 중심 대응에서 기업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ESG 정합성 구축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ESG 경영 실천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해관계자 여러분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송명준 사장의 다짐은 이런 실행의 연장선에 있다.

SK이노베이션: ‘그린 앵커’ 전략 통한 포트폴리오 재편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포트폴리오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그린 앵커(Green Anchor)’ 전략을 중심으로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유, 화학, 배터리, 소재 등 각 사업 영역에서 저탄소 기반 기술의 확보와 적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자회사별 ESG 추진 전략을 통합 관리하는 경영정보시스템(MIS)을 고도화해 그룹 차원의 ESG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유·화학 부문은 열분해유, 바이오 연료, 에너지 효율 중심 설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고, 배터리·소재 부문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재활용 기반 순환경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기술 등은 작년 보고서에 언급됐던 중장기 투자 전략이 실제 시스템화로 이행된 대표적 사례다. 올해는 이러한 사업 전반에 ESG 내재화를 강화한 점이 두드러진다.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하고, ESG 리스크 모니터링을 실시간 대응 체계로 정비해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도 제도화됐다. SKMS(SK Management System)와 O/I(Opening & Innovation)를 기반으로 전 구성원의 ESG 의사결정 참여도 강화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고 사회와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장용호 사장의 언급은 전사적 ESG 정착 의지를 보여준다.

S-OIL: 탄소집약도 감축 목표 설정…글로벌 ESG 체계 정비

S-OIL은 2030년까지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10%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설비와 시스템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과 고효율 설비 투자를 병행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관리 플랫폼을 구축해 배출량 정량관리 체계를 갖췄다.

윤리경영 체계 정비와 ESG 평가시스템 강화도 병행됐다. ESG 교육을 전 임직원 대상으로 의무화하고, 실질적인 평가와 피드백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글로벌 ESG 이니셔티브 대응을 위한 체계도 정비하며 해외 투자자와의 신뢰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전사 차원의 ESG 비전 선포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이를 실제 운영 모델로 구현하고 있는 점이 뚜렷하다. 공급망 리스크 평가와 친환경 원료 구매율 확대 등도 정책 수준에서 실무 이행 단계로 접어들었다.

“계획된 ESG 활동을 통해 경제적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회사와 산업계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안와르 에이 알-히즈아지 대표의 메시지처럼, S-OIL은 선언적 비전에서 실제 실행 기반 마련으로 ESG 체계를 정비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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