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경탁 기자|SK텔레콤(대표이사 CEO 유영상, 이하 SKT)이 ChatGPT 개발사 OpenAI와 손잡고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B2C 협력 파트너로 나선다. 이번 협력은 SKT의 인공지능(AI) 전략의 두 축인 ‘자강(自强)과 협력(協力)’을 상징하는 사례로, 독자 AI 모델 개발·AI 인프라 구축·글로벌 밸류체인 협력까지 이어지는 로드맵을 더욱 구체화한다.
이번 협력은 지난 10일 공식 출범한 OpenAI 한국 오피스를 계기로 성사됐다. OpenAI는 한국을 AI 풀스택(Full-stack) 국가로 평가하며 파트너십 확대를 결정했다. AI 인프라, 정부 정책 지원, 국민의 높은 기술 수용성을 갖춘 한국은 글로벌 AI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테스트베드 중 하나다.
OpenAI가 SKT를 국내 유일 통신사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에는 2023년 공동 개최한 글로벌 AI 해커톤, 올해 2월부터 함께한 MIT GenAI Impact Consortium 등으로 쌓아온 긴밀한 신뢰 관계가 있다. SKT는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협력의 전초기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ChatGPT 플러스 프로모션, 협력의 출발점
양사는 협력의 첫 단계로 SKT 고객을 대상으로 ChatGPT 플러스 1개월 결제 시 2개월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SKT 고객은 9월 19일부터 내년 2월까지 ‘T우주’ 플랫폼에서 쿠폰을 발급받아 적용할 수 있다.
ChatGPT 플러스는 빠른 응답, 신기능 우선 접근, 고급 음성 모드·영상 생성·심층 리서치 등 확장 기능을 자주 이용할 수 있는 유료 구독 서비스로, 일상적인 의사결정부터 상권 분석, 전문 리포트 작성까지 실질적 AI 활용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협력에 대해 이재신 SKT AI성장전략본부장은 “글로벌 AI 리더 OpenAI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마케팅 시너지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며 “글로벌 협력과 자강을 투 트랙으로 강화해 고객 중심 AI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앤디 브라운 OpenAI 아태지역 비즈니스 총괄은 “이번 공동 마케팅으로 더 많은 분들이 ChatGPT에 보다 쉽게 접근해 일상 속에서 AI의 가치를 경험하길 바란다”며 “OpenAI는 AI가 한국 사회 전반에 더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자강: 기술·인프라·생태계 내재화
SKT는 OpenAI 협력에 앞서 국내 AI 경쟁력 내재화에 힘을 쏟아왔다. 8월에는 과기정통부 주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자로 선정돼 연내 SOTA급 모델 구현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어 처리 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면서도 멀티모달·다국어 기능까지 확보, “국민 일상 속 AI”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또, 울산에 국내 비수도권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착공하고 GPUaaS·에지AI를 포함한 AI 인프라 슈퍼하이웨이를 구축 중이다. SK브로드밴드·SK가스·SK하이닉스 등 그룹 계열사가 총동원된 프로젝트로, 울산 제조업 르네상스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T의 ‘자강’은 단순 기술 확보를 넘어 AI 주권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 수행과 직결된다. 독자 모델과 데이터센터는 국내 AI 생태계의 생산-학습-활용 전 주기를 자립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반으로, 향후 공공·제조·교육 분야까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협력: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
자강으로 다진 역량은 국내외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SKT는 AWS, 앤트로픽(Anthropic),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글로벌 AI 빅테크와의 협력망을 강화하며 국내 대표 AI 기업들과 결성한 K-AI 얼라이언스를 통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SKT는 잠재력을 보유한 AI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전략적 투자도 병행하며 단순한 투자 성과를 넘어 글로벌 협력 진영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특히 ‘통신 특화 LLM’을 공동 구축한 앤트로픽은 투자 후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마케팅 및 AI 에이전트 협력을 진행한 AI 검색엔진 시장 유력 주자 퍼플렉시티는 6배 이상 상승했다.
국내 대표 AI 기업들과 결성한 K-AI 얼라이언스는 일본 도쿄에서 글로벌 밋업을 개최, 스타트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일정공유 플랫폼 타임트리에 22억엔을 투자해 SKT의 AI 에이전트 기술을 해외 서비스에 처음 적용, ‘에이전틱 워크플로우’를 통해 능동형 일정 추천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협력해 울산 데이터센터에 글로벌 1위 MEP 장비를 통합 공급, 디지털 트윈 기반 운용 최적화까지 추진한다.
협력 전략은 SKT가 ‘개방형 생태계’를 주도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아 기술 스택을 확장하는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을 글로벌 밸류체인에 연결해 ‘한국판 AI 허브’를 형성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