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식탁 위의 ESG, 레시피는 다 다르다

[ESG 커뮤니케이션] CJ·롯데·농심·SPC 등 식품 9개사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분석
탄소중립·공급망·지배구조 등 ESG 실천의 서로 다른 방식들

  • 기사입력 2025.07.04 10:32
  • 최종수정 2025.07.04 10:34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탄소중립 실현, 공급망 투명성, AI 기반 생산 혁신까지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ESG를 브랜드 철학과 경영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접목시키며,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농심, SPC그룹, 오뚜기, CJ프레시웨이(이상 매출 규모 순) 등 9대 주요 식품기업이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식품기업들은 ESG의 전 영역에서 일정한 공통점이 도출되는 한편으로, 각각이 택한 전략의 결에서는 분명하게 다른 차별점을 드러냈다.

E – 넷제로를 향한 실천,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E) 부문에서는 ‘2050 탄소중립’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저마다 다른 해법이 펼쳐지고 있다. 모두가 자원순환과 온실가스 감축을 ESG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과 속도, 기술 활용 수준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CJ제일제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CJ제일제당 지속가능경영보고서

CJ제일제당은 ‘Nature to Nature’라는 선순환 모델을 중심에 두고, 지속가능한 포장재 도입과 함께 글로벌 공시체계 선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동원F&B는 미세발포 필름 등 친환경 포장재 기술을 활용해 ‘Less Plastic’ 캠페인을 전개하고, 대상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제품으로 생산 구조를 전환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을 적극 도입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는 RE100 가입과 함께 ‘2030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을 통해 초경량 PET 등 기술 혁신에 나섰고, 롯데웰푸드는 Scope 3까지 감축 범위를 확장하며 재생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패키징을 병행한다.

이외에 SPC그룹은 에너지 효율화와 폐기물·수자원 관리 강화를, 오뚜기는 AI 기반의 생산 효율화로 자원 소비를 줄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 전 과정의 탄소배출 감축과 순환경제 실현을, 농심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친환경 포장과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S – 공급망을 넘어, 사회적 가치 확장으로

사회(S) 부문에서는 공급망 ESG 점검, 인권·안전·건강 강화라는 공통된 토대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전략 방향이 보다 넓은 사회적 가치 창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관리 플랫폼을 가동하며, 복잡해지는 글로벌 거래 환경에서 ESG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대상은 지역사회 연계 활동과 맞춤형 제품 전략을 통해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의 접점을 확대 중이다.

농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농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농심은 포용적 조직문화와 함께 현지화 제품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으며, 롯데웰푸드는 식품 안전, 품질, 위생 강화를 강조하면서 소비자 건강과 직결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동원F&B는 AI 기반의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사회 공헌을 병행하며 실질적 생활 밀착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실종 아동 찾기 캠페인과 같은 상징적 활동과 함께 제품 안전성과 인권경영을 동시에 강화 중이다.

오뚜기는 AI 기반의 생산 효율화 외에도 글로벌 시장 맞춤형 전략을 통해 ‘맛’의 사회적 확장을 추구하며, SPC그룹은 프랜차이즈 가맹점과의 상생협력을 핵심 사회 전략으로 내세운다.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안전성 고도화와 더불어,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상생을 통한 유통 구조의 사회적 책임성을 확보하고 있다.

G – 투명성과 책임의 체계화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ESG 경영이 단순한 CSR 활동을 넘어, 전사적 책임경영 체계로 내재화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공시 투명성 확보, ESG 위원회 설치, 정보보안 강화 등은 이제 필수가 되었고, 식품 산업의 특수성과 기업별 거버넌스 철학에 따라 차별화된 실행 방식이 나타난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ESG 공시 표준 대응에 앞장서며, 재무·비재무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ESG 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부문별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전략 차원의 체계화가 두드러진다.

롯데칠성음료 또한 글로벌 공시 프레임워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ESG 커뮤니케이션 강화와 함께 제품·경영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대상과 동원F&B는 ESG 위원회 운영과 준법경영 체계 고도화를 통해 경영진의 책임성과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동원은 준법·윤리경영을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통해 그룹 전반의 통일된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 중이다.

농심과 오뚜기는 ESG 활동을 이사회 및 경영 전반에 내재화하며, 별도 보고체계 없이도 일상적인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고자 한다. 비교적 절제된 구조이지만, 중장기 실행을 위한 조직문화 기반의 내실형 전략으로 평가된다.

롯데웰푸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롯데웰푸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롯데웰푸드는 ISO 기반의 윤리경영 시스템과 함께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 대응 체계를 마련하며, 식품 품질·안전성과도 연결된 다층적 통제구조를 갖췄다.

SPC그룹과 CJ프레시웨이는 ESG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보보안, 사이버 리스크, 데이터 윤리 등 비재무 리스크까지 포괄하는 통합 지배구조 체계를 설계하고 있으며, 특히 식품 프랜차이즈라는 산업 특수성을 반영해 실질적 거버넌스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ESG, 의무를 넘어 경쟁력으로

식품기업들의 ESG 전략은 탄소중립, 공급망 점검, 공시 체계 고도화 등에서 공통된 방향을 보이지만, 각 사가 택한 실행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CJ제일제당은 전사적 데이터 기반 ESG 시스템과 글로벌 공시 체계를 선도하는 전략을 택했고, 동원F&B는 친환경 포장재 기술과 AI 기반 품질 관리 체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뚜기는 ESG를 생산·물류·글로벌 진출 전반의 AI 효율화 전략과 연결시키며 기술 친화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초경량 PET 기술과 ESG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통해 대외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ESG는 단순한 공시나 사회공헌의 영역을 넘어, 식품기업의 실질적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류종기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겸임교수는 “국내 기업의 ESG 보고서들은 글로벌 공시 기준에 부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서로 유사한 내용을 채우기에 급급한 분위기가 있다”며 “식품업계는 업의 특성과 브랜드 철학에 맞춰 각자 개성 있는 실천을 시도하는 모습이 보여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ESG는 ‘무엇을 하겠다’보다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라며 “보고서 한 해 한 해 발간으로 끝나지 않고, 추적 가능한 실행성과 전략적 연속성을 함께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가 등급을 잘 받기 위해 심사기준에 맞추는 ‘구색 갖추기’에 머무를 경우, 오히려 ESG에 대한 회의감을 키울 수 있다”며 “이제는 각 기업 고유의 역량과 철학이 담긴 ESG 전략이 진정한 경쟁력이 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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