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AI 캐릭터가 광고의 새 모델 될까

제작비 절감에서 브랜드 혁신까지...AI, 광고 산업 패러다임 재정의

  • 기사입력 2025.09.26 11:30
  • 기자명 최현준 기자

더피알=최현준 기자 | 이제 광고의 모델은 반드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최근 국내 광고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단순한 제작 보조 단계를 넘어, 모델·영상·편집 전 과정에 AI가 투입된 사례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촬영 없이 만든 광고, 보수적인 업종에서의 파격 시도, 드라마 장면 속 자연스러운 간접광고까지. 광고 산업의 오랜 문법을 흔드는 실험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HSAD가 제작한 LG유플러스 브랜드 광고는 ‘국내 최초 100% AI 제작 광고’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촬영은 단 한 컷도 없었다. 대신 20만 프레임 이상의 AI 생성 소스를 확보하고, 현존하는 AI 프로그램 8개를 조합해 영상을 완성했다. 특히 LG유플러스 자체 AI 기술인 ‘익시(ixi)’가 핵심으로 활용됐다.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등 현실 촬영이 어려운 장면도 AI로 구현됐다. HSAD는 “마치 예측 불가능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느낌이었다”며 “AI의 잠재력을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접목한 실험이었다”고 평가했다.

비용 측면의 효과도 컸다. HSAD는 “동급 3D 애니메이션 광고 대비 약 60% 수준의 제작비로 높은 퀄리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광고주의 메시지였던 ‘Growth Leading AX Company’(AI 전환으로 고객 성장을 이끄는 회사)라는 슬로건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광고 자체가 AI 혁신을 보여주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따라붙은 이유다.

그동안 보험사는 전통적으로 신뢰와 안정의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광고 역시 다소 보수적 톤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해 제일기획과 함께한 삼성생명 브랜드 캠페인은 업계의 고정관념을 깼다.

삼성생명은 ‘광고의 모든 요소를 AI로만 제작한 최초의 사례’를 내놓았다. 캠페인 준비 과정에서 흥미로운 발견도 있었다. 보험을 떠올리는 순간이라는 스크립트를 AI에 입력하자, 생성된 이미지 대부분이 병실·슬픔·사고 등 부정적인 장면이었다.

삼성생명은 이를 전환 포인트로 삼았다. 보험을 위기 때만 생각나는 존재가 아니라, ‘좋은 소식을 전하는 기업’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광고는 추상적 개념인 ‘보험’을 직관적인 비주얼로 풀어내며 정서적 간극을 좁혔다. 동시에 보수적인 업종에서 신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생명의 도전은 단순 광고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포지셔닝한 사례”라고 평했다.

또한 AI는 광고 제작뿐 아니라 집행 단계에서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CJ ENM이 도입한 VPP(Virtual Product Placement, 가상 간접광고)가 대표적이다.

드라마 ‘마에스트라’, 예능 ‘에드워드리의 컨츄리쿡’에서는 촬영이 끝난 뒤 AI가 장면 속에 새로운 제품을 삽입했다. 에드워드 리 셰프가 방송 중 선택한 두유 제품은 촬영 후 협의를 거쳐 자연스럽게 간접광고로 확장됐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집행 후 협의가 가능해지며 의사결정 기간과 선택권이 확대됐다. 시청자는 흐름을 방해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접할 수 있었다.

CJ ENM은 나아가 ‘모델 타깃팅 솔루션’, ‘맥락 타깃팅 솔루션’ 등 AI 기반 맞춤형 광고 시스템도 함께 선보이며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광고 시장을 바꾸는 네 가지 흐름

이 세 가지 사례는 AI가 광고 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작비 절감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LG유플러스 광고처럼 기존 제작비의 절반 이하로 고퀄리티 영상을 제작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불가능 장면 구현도 가능해졌다. 스마트시티, 미래도시, 자율주행 등 현실 촬영이 어려운 콘셉트를 AI로 손쉽게 연출할 수 있다. 이로써 크리에이티브의 확장성이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브랜드 이미지 리프레임이 가능해졌다. 삼성생명처럼 보수적 업종도 AI를 활용해 ‘혁신 기업’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AI는 단순 도구가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를 재구성하는 전략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 경험의 전환 효과도 주어진다. CJ ENM VPP 사례처럼 광고가 콘텐츠 맥락에 녹아들며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광고가 ‘침입자’에서 ‘이야기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에드워드리의 컨츄리쿡'. 사진=tvN 
'에드워드리의 컨츄리쿡'. 사진=tvN 

AI 광고가 최신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신뢰와 윤리 문제는 여전히 남은 과제가 존재한다. 또한 AI 광고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가장 먼저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다. AI로 만든 이미지·모델임을 고지하지 않는 경우,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저작권·초상권 논란도 뒤따른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타인의 권리가 포함될 경우, 법적 분쟁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현실 괴리 문제도 지적된다. 제품의 실제 질감이나 색감이 AI 이미지와 다를 경우, 소비자 오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AI 광고의 확산은 불가피하지만, 신뢰와 투명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캣 비기(Cat Biggie)'. 사진 = CJ ENM 
'캣 비기(Cat Biggie)'. 사진 = CJ ENM 

쇼케이스를 넘어 표준으로

AI 광고는 더 이상 일회성 화제가 아니다. 글로벌 광고제에서도 AI 활용 작품이 수상작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AI가 표준 제작 방식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아직은 사람과 함께 힘써야 하는 단계다. 삼성생명 캠페인 제작 과정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인력이 투입됐다. 자동화된 광고 공장은 아직 멀었다.

그럼에도 AI는 광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기폭제다. 바퀴, 증기기관, 컴퓨터가 그랬듯, AI는 산업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광고는 본질적으로 관계의 산업으로써, 소비자와 브랜드가 만나는 지점을 설계하는 일이다. AI는 그 설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녔다. 하지만 그 혁신이 소비자와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때 AI 광고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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