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박주범 기자|인간 인플루언서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늘고 있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는 수백 만 팔로워를 보유하며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AI 인플루언서들을 소개했다. LA에 거주하는 릴 미켈라(Lil’ Miquela)는 24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소셜미디어 스타로 2016년에 19세로 데뷔했지만 아직 22세에 머물러 있다. 잡지 표지 모델로 등장하고, 노래도 부른다.
5년 전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724만 회 이상이다. 캘빈 클라인, BMW, 프라다, 디올 등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그녀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낸시 펠로시와 함께 찍은 셀카를 게시물로 올려 눈길을 끌었다.

브라질 소매업체 매거진 루이자(Magazine Luíza)의 대표 모델인 루(Lu do Magalu)는 인스타그램 820만 명, 틱톡 740만 명 등 최다 팔로워수를 보유한 가상 인플루언서다.
갈색 머리 여성인 루는 2003년 온라인 홍보 담당자 루이자 이모(Aunt Luiza)로 데뷔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차가운 쇼핑 경험을 보다 ‘인간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제품을 언박싱하고 리뷰를 남기는 영상으로 2009년 유튜브를 시작해 다른 브랜드의 광고 모델 활동까지 하고 있다.
온라인 제작 플랫폼 카프윙(Kapwing)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루는 인스타그램 게시물당 3만 420달러(약 4700만 원)를 벌어들인다.
가상 인플루언서 상위 10대 수입자보다 4배 이상의 광고를 게시하는 루는 지난 1년간 인스타그램에 74개의 스폰서 게시물을 올려 250만 달러(34억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구직 플랫폼 집리크러터(ZipRecruiter)에 따르면, 이는 (인간) 인플루언서의 평균 연봉 6만 5245달러(약 9000만 원)의 40배에 달한다.

이들은 가상이지만 유명하고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루나 미켈라는 의도적으로 컴퓨터로 생성된 인물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2021년에 스타트업 브러드(Brud)와 함께 미켈라를 인수하면서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테크기업 대퍼 랩스(Dapper Labs)가 미켈라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스토리라인, 이미지, 캡션을 제작하고, 브랜드, 유명인, 정치인들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실제 유명인과 인플루언서들이 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인식되려고 애쓰는 가운데 이들 AI 인플루언서들은 비현실적인 모습을 활용하며 프로필에 로봇임을 당당히 내세운다. 그래야만 오후 3시에 홍콩에서, 한 시간 후에 뉴욕에서 활동하는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을 지원하는 팀들은 실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관점에서 매우 역동적인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퍼 랩스의 파트너십 부사장인 리디마 칸(Ridhima Kahn)은 다음 세대는 이 사람이 진짜인지 아닌지 보다 해당 계정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미켈라의 목소리를 통해 생각하고, 시청자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걱정하는지 분석하고, 오늘날 세상의 문제들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퍼 랩스가 미켈라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서 칸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변화를 주도하고 사회 활동가가 되려고 노력하며, 팬층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가상 인플루언서로서 많은 기회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켈라의 팬은 75%가 여성이다.
최근 미켈라는 백혈병과 딥페이크의 증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가짜 인물이 실제 병을 앓는 척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칸은 미켈라가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집중한 덕분에 브랜드 협업에 초점을 맞춘 다른 AI 창작물들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2022년부터 루의 본격적인 소셜미디어 활동을 돕고 있는 광고 대기업 오길비(Ogilvy) 마케팅 시니어 매니저 알린 이조(Aline Izo)도 한 인터뷰에서 "브라질에서 루는 단순한 판매 전략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인플루언서"라고 말했다.
그녀는 루의 영향력에 대해 "가정 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거나 LGBT 인권을 옹호하는 등 그녀가 어떤 입장을 취하면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인다"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AI 인플루언서가 제품 판매에 필요한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다음 세대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이 편집되고 수정되는 시대에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어서다.
경제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는 지난 5월 28일 기사에서 디지털 제품 마켓플레이스인 웝(Whop)의 최근 조사를 인용해 Z세대 소비자 3명 중 1명은 AI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기반으로 구매 결정을 내린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12세에서 27세 사이의 미국인 2001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이러한 경향이 특히 대학생 연령대 소비자들에게서 두드러지는 것을 발견했다.
19세에서 21세 사이의 약 절반이 AI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한다고 답했으며, 젊은 여성의 경우 40% 미만, 젊은 남성의 경우 47%로 파악되었다. Z세대의 약 절반(46%)은 AI 인플루언서와 협력하는 브랜드를 더 신뢰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소셜미디어 분석 회사인 스프라우트 소셜(Sprout Social)의 '2024 인플루언서 마케팅 보고서'에서도 Z세대 응답자의 경우, 35%만이 인플루언서의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 X세대,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약 절반 정도는 진정성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거의 절반(47%)에 해당하는 Z세대는 인플루언서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지보다 팔로워 수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