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헬시에이징 투자, ROI 3배 창출

UN과 맥킨지가 던진 건강한 노화의 메시지
투자 대비 사회경제적 편익 기대 이상
국제사회, ‘Age is an Asset’ 내러티브 확산

  • 기사입력 2025.10.09 14:40
  • 기자명 김경탁 기자

더피알=김경탁 기자|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기대수명은 83세지만 건강수명은 73세에 못 미친다. 10년 이상의 기간을 병상과 돌봄 속에서 보내야 한다는 현실은, 장수의 기쁨을 불안으로 바꾸고 있다. 이 불일치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고령화는 복지의 무게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위기가 된다.

이러한 고민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는 고령화라는 동일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이제는 ‘부담’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UN의 국제 고령자의 날 기념 페이지
UN의 국제 고령자의 날 기념 페이지

매년 10월 1일은 UN이 제정한 ‘국제 고령자의 날(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이다. 2025년 국제 고령자의 날 주제는 “지역 및 글로벌 행동을 주도하는 노인들: 우리의 열망, 우리의 복지, 우리의 권리”였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이날을 맞아 “올해의 주제가 상기시켜 주듯, 노인들은 강력한 변화의 주체”라며 “정책 수립, 연령 차별 종식, 포용적 사회 건설 과정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고령자의 날이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사회적 행동 촉구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주제에 담긴 ‘열망, 복지, 권리’라는 세 축은 노년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에서 벗어나 적극적 권리와 기여의 주체으로 바라보자는 국제적 합의를 담아낸다.

이는 국제 고령자의 날을 맞아 맥킨지 건강 연구소(MHI)가 제시한 글로벌 보고서들과도 맥을 같이 한다.

비용에서 투자로…미국 사례의 경제적 효과

맥킨지가 최근 발표한 「The Economic Case for Investing in Healthy Aging: Lessons from the United States」은 고령화를 바라보는 기존 시각을 정면으로 뒤흔들어 담론의 무게중심을 ‘비용’에서 ‘투자’로 이동시킨다.

미국 내 다양한 고령친화 개입 사례를 분석한 결과 주거 개조, 낙상 예방, 디지털 문해 교육, 사회적 연결망 프로그램 등은 평균적으로 1달러의 투자에 3달러의 사회적·경제적 편익을 만들어낸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사진=맥킨지
사진=맥킨지

안전손잡이 설치, 미끄럼 방지 바닥재 교체 등 단순 개입으로 고령층 입원율을 두 자릿수 이상 줄였고, 스마트폰·원격의료 활용을 돕는 프로그램은 의료 접근성과 사회적 연결을 동시에 높였으며, 고립 노인을 지역 봉사활동·동호회로 연계해 우울증과 치매 진행을 늦췄다

이 효과는 의료비 절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돌봄·간병 비용이 줄고,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복귀하거나 봉사·학습 활동을 통해 사회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프로그램별 투자수익률(ROI)은 최소 1배에서 최대 24배까지 달랐지만, 중요한 사실은 모든 투자가 순이익으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고령층이 사회·경제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21개국에서 연간 6조 달러 이상의 GDP이 추가로 창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 GDP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고령화가 ‘국가 재정의 짐’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건강한 노화를 규정하는 요인들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는 경제적 효과로만 정의되지는 않는다. 맥킨지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 「Age is Just a Number」와 「Aging with Purpose」는 21개국 2만 명 이상의 고령층을 조사해 그들이 스스로 건강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밝혀냈다.

응답자들은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보다 삶의 목적, 사회적 연결, 지속적 학습, 재정적 안정이 건강을 좌우하는 훨씬 더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특히 사회적 참여 여부는 건강 인식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들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고령층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나는 건강하다’고 응답할 확률이 평균 8%포인트 높게 나타났고, 새로운 학습과 일자리 기회 역시 정신적 활력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투자형 고령화’의 경제적 데이터가 단순히 숫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차원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고령층이 사회와 연결될수록 건강과 경제 모두가 개선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사진=맥킨지
사진=맥킨지

신흥국과 지역 사회의 과제

고령화는 선진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맥킨지의 「Aging Developing Nations and the Care Gap for NCDs」 보고서는 신흥국에서 심혈관계 질환, 당뇨, 암 등 비감염성 질환(NCD)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관리 체계가 부족해 고령화가 심각한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상황에서 적절한 투자와 제도 설계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 구조 문제가 아니라 보건 시스템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고서는 전한다.

반대로 지역 단위에서의 선제적 대응은 긍정적 사례를 만들었다.

맥킨지의 「Supporting Ohio’s Ambition to Be the ‘Best Place to Age’」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가 주 정부 차원에서 고령친화 정책을 강화하며, 주거·교통·건강 서비스에서 시니어 친화적 모델을 구축했다.

이 과정은 고령화 대응이 ‘국가 단위의 매크로 정책’과 함께 지역·커뮤니티 단위의 설계와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UN의 선언과 맥킨지의 분석은 공통된 결론을 내린다.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투자할수록 이익이 되는 미래 자산이라는 것이다. PR과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이 새로운 내러티브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공포와 부담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고령층의 자존감을 해치고 사회적 낙인을 강화할 뿐이다. 공포 대신, 정보형·참여형 메시지를 통해 고령층의 사회적 기여와 경제적 효과를 부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봉사와 학습, 재취업 사례를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주면 사회 전반의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나아가 ROI와 GDP 효과 같은 정량적 데이터를 활용하면 정책·시장·여론 설득력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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