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오승호 편집인| 정년 연장에 대한 20~40대의 의견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더피알은 지난 18일 공무원 노조가 정년 65세 연장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기업 임원들의 의견을 들어 보도한 데 이어,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거나 취업 준비생 또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 등 20~40대들은 어떤 입장인지 6명에게 물어봤다.
앞선 보도에서 50대인 기업 임원들이 청년 취업난 등을 이유로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피력했었다. 반면 20~40대 응답자들은 보다 다양한 시각을 내놓으며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 전반적으로 정년 연장보다는 반대하거나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였다.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30대 여성 과장 K씨는 “정년 논쟁을 벌일 바에야 아예 정년 개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면서도, “찬반을 나누자면 찬성 쪽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청년 세대라도 취업 전선에서 준비하는 입장과 직장에 다니고 있는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막상 직장에 들어와 보니 정년이 너무 빠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라며 ”사교육비와 집값을 생각하면 60세 이후가 아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봉제나 연공서열제 같은 임금 체계를 없애 기업 부담을 줄이고, 나이에 관계없이 개인의 업무 성과와 생산성을 평가해 계속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덧붙였다.

5세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30대 중반 P씨는 “은퇴 이후 다시 일자리를 찾는 일이 아직 먼 일 같지만 벌써 막막하다”며 “정년 연장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초반 남성 H씨는 “정년 연장은 고령화, 연금 수령 시기와의 소득 공백, 청년 취업 문제, 기업의 재정 부담 등과 얽혀 있어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라며 중립적 입장을 유지했다.
40대 중반, 중학생 자녀를 둔 여성 직장인 P씨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청년들에게는 너무 불리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요즘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미래 세대가 사회에 진출할 기회가 박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고령층의 경제적 부담은 다른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정년을 자유롭게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40대 여성도 “개인의 능력이 다 다른데, 정년이 연장되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나이 들어도 능력을 계속 발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 보다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반대”라고 말했다.
그녀는 “노동시장에 유연성이 확보돼야 하며, 기업이 정년을 자유롭게 설정하고 정년 이후 고령자를 재고용하는 업체에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미국처럼 정년이나 해고를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소신 발언도 나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는 30대 여성은 “법으로 회사에 다닐 수 있는 나이를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면서 “정년을 없애는 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정년 연장뿐만 아니라, 인력 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법도 폐지해야 한다”면서 “미국처럼 기업 자율에 맡기고, 경력이 풍부한 인적 자원이 기업의 필요에 따라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사정은 어떨까.
세계적으로 고령화와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정년 기준을 상향하거나 폐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미국은 1986년, 영국은 2011년 정년제를 폐지했다.
독일은 현재 65세를 2029년까지 67세로연장할 계획이며, 스페인 역시 2027년까지 67세로 상향 조정한다.
반면, 정년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일본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2006년 이전인 2004년에 고령 확보 조치를 의무화했다. 2013년부터는 계약직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을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 인구 감소와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개혁 대토론회에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청년 고용이 감소한 점을 지적하며, “정년 설정 및 임금체계를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권기섭 위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이 대화에 복귀하면 계속고용 논의는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 이라며 "4월말 까지는 논의를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만약 노총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고령층의 일자리 보장 문제가 아니라, 청년 고용, 기업의 인건비 부담, 노동시장 유연성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복잡한 사안이다. 앞으로의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