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1천만 1인 가구, 진화인가 재앙인가

[허원순의 경제와 미래] 전체 가구 42%에 달한 ‘나홀로 세대주’의 급증

주거 의료 연금 세제 ‘4대 변수’ 손볼 정책 산더미
성큼 다가온 미래, 자유 독립 따른 책임도 져야

  • 기사입력 2025.09.25 10:35
  • 최종수정 2025.10.02 13:38
  • 기자명 허원순

더피알=허원순|인구 구조를 보면 한국은 확실히 선진국에 진입했다. 흔히 잣대로 삼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만 선진국의 기준이 아니다. 1인 가구의 수도 의미 있는 선진국 기준이다. 부유한 나라, 고도화한 사회 북유럽 국가들이 먼저 간 길이다.

1인 가구가 계속 늘더니 1000만을 정식으로 넘어섰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간한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서 국내의 1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1012만이다. 전체 가구의 42%에 달한다.

1인 가구의 급증 시대에 우리 사회는 어떠한 준비를 하고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사진=뉴시스
1인 가구의 급증 시대에 우리 사회는 어떠한 준비를 하고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사진=뉴시스

1000만을 넘어섰다는 비공식 확인은 지난해에 이미 있었다. 2020년 906만 가구에서 4년 만에 11.6% 늘었다. 반면에 오랫동안 ‘국민 표준 가구’였던 부모+2자녀의 4인 가구는 급감했다. 이 기간에 461만 가구에서 393만으로 확 줄었다. 행안부의 이 연보는 매년 말을 기준으로 정부조직, 행정관리 등 정부가 확보한 327종류의 통계를 담은 공식 자료집이다.

돌아보면 좀 더 관심이 가는 기간이 있다.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갈 때는 1인 가구가 줄었다. 972만에서 935만 가구로 이례적으로 줄어든 시기다. 체계적인 원인 분석은 아직 없지만, 이때 금리가 높았고, 전세난 즉 주거난이 있었다는 점과 결부해볼 필요가 있다.

주거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 가족과 합가하거나 동거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거비용이 증감의 큰 변수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이점을 정책입안자들이나 금융권, 복지 관련 연구자들은 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은 국가들을 보면, 노르웨이 핀란드(48%) 스웨덴(47) 덴마크(45%) 에스토니아(44%) 같은 곳이 앞서간다. 스톡홀롬 같은 도시는 60%에 육박한다. 대체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사회가 고도화된 곳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안정된 사회, ‘쿨’한 나라들이다.

1인 가구를 보면 미혼 비혼의 성인 자녀의 독립, 이혼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독신 고령자의 증가가 주된 요인이다. 이런 나라들을 보면 대개 혼자 사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사회다.

사회적 시선이나 평가도 그렇다. 나홀로 세대주라 해서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불편하지 않은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안정된 사회, 쿨한 국가다.

그렇게 보면 1인 가구의 증가는 좋고 나쁨이나 당위나 부당의 문제로 볼 일은 아니다. 추세라면 하나의 추세다. 사회의 변화 혹은 진화라는 관점에서 지켜볼 거대한 메가트렌드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가구 내지는 가족의 구성 형태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인지, 오히려 줄이는 것인지는 차분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어떻든 복지의 비용 지출에 큰 변수가 될 요인이다. 세수(稅收)의 증감에도 적지 않은 변수다. 고령자를 비롯한 독신자의 의료 및 요양비용의 증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넓게 보면 인구 문제에서의 주요한 각론, 풀어야 할 응용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 발간한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서 국내의 1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1012만이다. 사진=뉴시스
최근 발간한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서 국내의 1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1012만이다. 사진=뉴시스

1인 가구의 급증 시대에 우리 사회는 어떠한 준비를 하고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정책적 우선순위라든가 새로운 접근법은 무엇이며, 사회 문화적으로는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며, 1인 가구라는 신인류의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적정 수준의 사회 교육은 어떤 것인가. 이런 일에 법과 행정은 어디까지 관여하고 어떤 수준까지 용인할 것인가. 과제가 참으로 많다.

전체 인류가 고령 사회라는 미증유의 길에 들어섰듯이, 한국도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나홀로 세대주’와 공존 시대에 진입했다.

정책적으로 보면 틀을 새로 짤 게 적지 않다. 국민주택의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 전용면적 85m₂(25.7평)이라는 국민주택규모로 청약과 주택금융 등 주거제도의 많은 사항이 적용된다. 주택 관련 세금과 대출, 모기지 제도에서 헌법 같은 이 기준부터 다시 정하거나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85m₂는 4인 가구가 스트레스 적게 가지면서 ‘인간적으로’ 생활하고 생존할 수 있는 기준이었다. 이게 바뀌어야 할 시점에 달한 것이다.

이미 서울을 위시한 시장은 이른바 ‘59형’(59m₂)을 새로운 기준으로 잡고 있다. 여기서도 시장이, 시장 안에서의 수급이 앞서나간다. 정책은 적기에, 제대로만 따라가도 훌륭하다. 나홀로족의 주거비 경감 차원에서 공유주택 확대, 1인용 소 주택 건설 때 세금 인센티브 부여, 주택연금의 다양화 같은 것도 모색해볼 때다.

일반적 복지 부문에서도 조정 가감할 것이 많다. 특히 고령자 1인 가구에 대한 복지와 부부 공존의 복지 사이에서 집중과 균형의 묘수가 필요하다. 세제에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근래 비혼 선언(1인 가구 지향) 직원에 대해 결혼 직원과 같은 복지 혜택을 주는 기업들 사정을 들어보면 비혼주의자들은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생산하는 직원들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회사 경영진 처지에서는 이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자녀를 갖는 근로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상당한 수준까지 용인하는 분위기가 분명하지만 역시 1인 가구 입장의 관점은 완전히 달라진다.

‘당신의 2세를 키우는 데 왜 내가 더 많은 세금을 내며 비용을 대야 하나’라는 본질적 질문에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1인 가구는 사회적 구성원을 충원하지 않아 각종 연금과 의료 등 복지제도의 지속가능성에 기여를 않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세금이나 부담금으로) 지불하라’는 책임추구형 요구는 어디까지 먹힐 것인가.

아직 고령자의 질병 치료와 노후 요양은 어느 정도 가족이 부담한다. 1인 가구가 경제적 준비가 안 된 경우라면 그 부담은 그대로 사회의 부담인가. 사회적 부담이라는 것은 곧 다른 그룹, 즉 비(非)1인 가구에는 짐이다. 1인 가구가 인간 최후의 순간에 접어들었을 때 누가,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존엄하게 살펴줄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 같은 것도 필요하다.

1인 가구 증가로 유통가에 1인분 메뉴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니어 소비자가 소량 밀키트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인 가구 증가로 유통가에 1인분 메뉴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니어 소비자가 소량 밀키트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회적 관계, 놀이 유희 여가에서 1인 가구를 위한 배려나 우선순위를 어떻게 할지도 1인 가구 공존 시대의 과제다. 법과 강제적 제도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긴 하다.

다만 인류가 미답의 영역으로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와 관행을 짜는 것이다. 단순히 경로당을 더 만든다거나 무료급식소를 충분하게 갖춘다는 차원이 아니다. 노인대학과 실버타운 건설, 지역 사회의 문화원 건립 수준의 논의가 아니다. 우리네가 살아가는 방식의 연구다. 정년제도와 고령자의 일자리 문제 같은 것은 정책의 대상이면서 민간 자율의 문화가 겹치는 영역이다.

이래저래 할 게 많다. 어느 순간 한국 사회도 1인 가구가 50%에 육박할 것이다. 우리는 북유럽처럼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미리 준비해야 한다.

다만 통계청 방식의 집계를 보면 아직 1인 가구는 35.5%(2023년 기준)에 그친다. 주택 청약 등을 노리며 주민등록만 옮겨둔 서류상의 1인 독립 가구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게 보면 시간은 조금 더 있다. 하지만 느슨히 있을 상황이 못 된다. 준비는 해야 하는데, 이런 논의를 제기하면 한가한 얘기로 들릴 것이라는 게 유감스러운 우리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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