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김병주 기자 |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부담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9.25%에 달한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지역사회 기준 1733만9000원, 시설·병원 기준 3138만2000원에 이르며 가족과 사회 전체가 짊어지는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 역시 “조기 관리만으로 치매 발생 위험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SK케미칼은 일찍이 이 문제를 주목해 ‘인류 건강 증진과 환경 보호’라는 기업 미션 속에서 치매 예방·치료 활동을 사회공헌의 축으로 삼아왔다. 그 서사의 시작은 2010년, 치매 치료제 개발 현장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무대로 뻗은 치매 치료 패치, 예방 시장으로 확장
SK케미칼은 자체 TDDS(경피약물전달체계) 기술을 기반으로 치매 치료 패치 ‘SID710’을 개발했다. 2012년 유럽 생동성 시험을 통과하며 세계 최초의 제네릭 허가를 받아낸 이 제품은 하루 한 번 피부에 부착하는 간편한 방식으로 위장관계 부담을 줄여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이후 SID710은 유럽(2013년), 호주(2016년), 캐나다(2018년)에 이어 2019년 미국 FDA 시판 허가까지 획득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치매 치료 패치로는 첫 FDA 승인 사례다. 현재는 전 세계 19개국 24개 제약사와 판권 계약을 맺고 수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원드론 패치’ 브랜드로 판매 중이다.
치매 예방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SK케미칼은 2021년 전략을 확장했다. 30년 가까이 혈액순환 개선제로 쓰이던 ‘기넥신’을 고용량(240㎎)으로 재설계해 기억력 감퇴 개선을 강조, 치매 전 단계 환자군을 겨냥한 것이다.
기넥신은 일반의약품이지만 실제 사용은 의료기관 중심으로 이뤄졌다. SK케미칼 관계자는 “50대 이상부터 나타나는 기억력 저하는 방치할 경우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루 한 번 간편한 복용으로 치매를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캠페인과 ESG, '사운드 마인드'와 사회적 공감 확산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도 이어졌다. 2022년에는 ‘기억의 신’ 캐릭터를 활용해 카카오톡 이모티콘 증정 이벤트, 댓글 기부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참여자 한 명당 1만 원을 적립해 마련한 기금은 AI 기반 인지 개선 프로그램 ‘사운드 마인드’를 구입, 노인 치매 예방 사업 기관에 기부됐다.
‘사운드 마인드’는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두뇌 훈련을 제공하는 앱 서비스다. SK케미칼은 성남·청주 지역 노인주야간보호센터에 프로그램을 보급한 데 이어 2023년까지 총 120개 센터로 확대했다. 자체 분석에 따르면 12주간 프로그램을 활용한 고위험군의 인지 기능이 대조군 대비 12%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찾아가는 치매 예방 교실’을 서울·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 열어 고령층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조기 진단과 생활 습관 교육을 지원했다.

“건뇌하세요”…기업의 사회적 과제, 대국민 캠페인으로 확장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1일, SK케미칼은 ‘건뇌하세요’라는 이름의 대국민 캠페인을 새롭게 시작했다. ‘건강한 뇌’라는 모티브 아래 제작된 콘텐츠는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건뇌하세요’ 캠페인은 유튜브와 방송, 온라인 채널을 통해 중장년층 인터뷰와 실제 사례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확산할 예정이다. 또 ‘찾아가는 치매 예방 교실’의 대상을 보호자까지 넓혀 전국적으로 강연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현동 SK케미칼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치매는 건망증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이를 방치하면 치료 적기를 놓치기 쉽다”며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한 뇌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치매는 환자 개인의 삶뿐 아니라 돌봄·경제·노동력 손실 등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SK케미칼은 치료제 개발부터 예방 시장 공략, 사회적 캠페인까지 ‘치매와의 싸움’을 장기적 사회공헌 과제로 설정했다.
김기동 SK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은 “치매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도움이 되는 제품·서비스·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가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SK케미칼의 치매 대응 전략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한 미래와 직결되는 실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